글쎄, 난 처음 제목을 보곤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과연 이별이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김형경의 지난 에세이나 소설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분명 이 책도 쓰라린 기억만 남겨진 이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무언가를 던져주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진정한 말발의 고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딴지일보 김어준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우연이고 충동이지만, (그저 꼴리는데로) 이별은 의지고 결단이다.(이를 악물고 참고 견디며)’ 라고. 두 가지의 확연한 차이점이 보이는가? 물론 사랑을 시작하는데로 어려움을 겪는 인간, 많다. 어쩌면 나도 그 중에 하나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그건 논외로 하자. 좋아서 죽고 못살아 열렬한 사랑을 시작한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어져야 할 순간을 맞이한다. 또한 아직도 열렬히 사랑하거나 혹은 가족과 같이 피로 맺어진 사랑하는 존재가 어느 날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비극의 순간도 맞이하게 된다. 이 모든 존재와 대상, 기억들과 빠이빠이하는 일이란,, 글쎄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고 또한 아주 슬픈 일이기만 했다.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낀 것은 나를 알아야 상대를 알고 그래야 어떠한 일에든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먼 길을 돌고 돌아 이 책을 쓰게 된 지금의 자신이 되었을 것인데 책에서 말하듯 독자들이 ’이제 괜찮은가?" 라는 질문에 아직도 "완전히"라고 대답할 수 없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인간은 어쨋든 해처나가야할 난관이 있으면 남을 타산지석 삼아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 역시 슬프고 괴롭고 외롭고 힘들 때면 딱 내 이야기 같은 노래 가사에 한을 실어 나의 감정을 한올 한올 풀어내기도 하고 남의 힘든 이야기을 앉아서 들으며 같이 공감함으로서 진한 위로를 얻거나 이와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작가가 회고하며 떠올린 행동들의 실마리를 하나 하나 찾을 때마나 나 역시 지난 과거의 내 행동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흔히 이별할 땐 곤충처럼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게 되는 현상을 겪게 되니 아무리 이성적으로 내 자신을 설득해본들 나는 다시금 기억을 떠올려 아픔을 되새김질하거나 혼자 열심히 희망고문을 하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고 앉아있곤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나를 보호하고 치유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그러한 선택을 했던 것이며 그런 나를 바보취급하기보다는 더 찐한 위로로 다독여줘야 했음을 늦었지만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외로움, 괴로움,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뒤에는 상실감이란 커다란 감정 덩어리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뭔지 알 수 없는 그 헛헛함을 어쩌지 못해 많은 시간을 괴로워하고 살고 있다. 따라서 작가 작지만 소중하게 꺼낸 처방전 하나 하나를 눈여겨 보고 실천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즘은 여러 심리학 관련 책이 홍수를 이뤄 출간됨으로서 책을 얼마 읽지 않은 나로서도 나를 위한 심리학적 처방전 몇개 쯤은 잘 알고 있다. 그것들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이기적이  되라거나 나르시시즘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로서 가져할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진정하고 심심한 애도 작업이다. 작가가 책에서도 여러 번 거론하듯이 우리 나라 정서는 애도 작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남자에게 우는 것은 인생에 3번뿐이라 일컬어지며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라는 캔디의 마음가짐이 일상다반사로 여겨지니 어찌 나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위로해줄 수가 있었을까? 

책에는 밑줄 긋고 머리 속에 두고 두고 간직하고픈 공감의 말들이 참 많았다. 다독과 실질적인 치유의 경험으로 김형경은 간결하게 우리에게 많은 것들은 전해주고 있다. 뜬금없이 보여질 수 있는 이별에 관한 책이라 누구에게 선뜻 선물하거나 권하긴 좀 그렇지만 그만큼 부끄러운 것 같고 숨기고만 싶은 아픔의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직도 헤매이는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 

2010-01-26

난 TV를 좋아하진 않지만 코미디 프로와 다큐멘터리와 영화는 즐겨보는 편이다. 지난 해 후반부였나보다.무릎팍 도사에 한비야라는 오지 여행가가 나오더니, 따발총같은 말소리와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슴뛰는 삶을 사노라며 자신이 무엇이 될까 아직도 설렌다는 숨길 수 없는 아니 숨겨지지 않은 열정을 보이며 성큼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수없이 바람의 딸 한비야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그녀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던 터였다.  그리하여 동네 도서관에 그녀의 예전 책들을 대출하러 갔거만 이런, 너무 인기인이 되었나? 모든 그녀의 책이 대출된 것도 모자라 예약까지 되어있는 상태였다. 한권씩 사서 읽어야겠다고 나왔는데 아는 분이 책을 빌려주신다기에 우선 제일 마지막에 나온 이 책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무르팍 도사가 영상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거였다면 이건 책 속에 그녀가 들어앉아 책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로 옆에서 얘기해주듯이 편안하고 문체도 자연스러웠다. 아마 이것이 한비야씨의 특징이라면 그렇다할 부분인 것 같다. 불편하고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그냥 여행도 아니고 오지여행이란 건 상상하기도 힘든 경험이다. 막상 바다고 들이고 산이고 가면 애처럼 방방 뛰고 좋아하지만 여행을 가게 되면 잠자리도 불편하고 때론 무리한 일정에 피곤함을 느끼곤 해서 가기전부터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이기에 그런 부분만 놓고 봐도 간큰 여자 한비야를 보고 어찌 놀란 토끼눈을 않할까. 그렇게 수많은 나라에서 경험한 알토란 같은 그녀의 경험 하나 하나는 정말 옛날 이야기 듣듯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을만큼 재미있는 것들이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 슬쩍 비춰주는 아찔하면서도 감동스러운 순간들, 너무 고된 여행일정과 슬프고 비탄스러운 일들까지도... 이것들이 모여 지금도 그녀가 계속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주지 않을까.

그녀에게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열정과 자유로움, 이 두가지가 아닐까 한다. 스스로를 조증이라고 까지 말할 정도로 그녀는 에너자이저이다. 돌이켜보면 자신도 어떻게 해낼을까싶을 정도의 일을 해내고야 만다. 그리고도 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행동하는 것이 그녀의 모습이다. 또한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언제든지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명제를 실천하는 그녀, 국제홍보회사에서 일하다 구호단체에 들어가고 그런 단체에서 일한지 몇년째 되는 작년, 그녀는 더 공부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과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몇명이나가 일상을 박차고 자신이 꿈이라고 생각한 것에 뛰어들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정답이요 해결점이란 말은 아니다. 다만, 스스로에게 묻되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그것을 향해가는 과정에 살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하는 일까지도... 

나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참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남들이 똑같다고 여기는 자기계발서에도 언제나 손이 간다.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사람들을 무척이나 존경한다. 어려운 고난과 역경도 겪고 뜻한지 않은 기회와 행운을 만나며 그들은 성장하고 꿈에 성큼 다가간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 성공의 끄트머리만 보아선 안된다. 그 사람이 어디선가부터 꼭지점을 찍고 시작하여 어떻게 그 끝에 도달했는가 과정을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난 성공스토리를 즐겨본다.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모든 다른 과정을 거쳐 그 길에 올라선다. 그 길 위에 그들과 함께 걸어보기 위함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이나마 또 한비야가 걸어온 길에 잠시 들어가 같이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언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재미나고 값진 시간이었다. 꿈많은 그녀, 한비야에게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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