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작가를 너무 좋아하게 되버렸다.
이 이야기는 자기의 이야기이도 하며 나의 이야기 혹은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내가 심리학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도대체 인간은 왜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으면서 혹은 겉으로 처절
하게 표현하면서 삶의 한가운데서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고통받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해결점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왜 과거의 생각나지도 않는 기억을 들쑤셔가며, 없는 생각을 만들어가며 내 자신을 괴롭히냐고
할지 모르지만, 난 내가 그동안 (철저하게 내 자신을 속이고 혹은 나도 모르게 그리고 타인을 속여
가면서) 해온 행동들, 맘속에서 회오리치던 쓸데없고 가치없다고 여겻던 생각들, 욕하고 싶지만
못하고 속으로 혼자 부글부글 끓어하며 괴로워했던 일들, 나만 도대체 왜왜왜왜왜왜냐고 소리치지
못하고 억울하고 분해서 입술을 꾹 물어야했던 일들로 수없이 나를 괴롭혀 왔기에 나도 꼭 마음의
평정, 평화를 꼭 얻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난 이 책을 읽고서는 더욱 분명해졌다.
이 책은 여러가지 삶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세진이라는 여인이 정신분석을 받는 과정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와 사춘기를 함께 보냈던 인혜라는 여인이 나오는데
세진의 관찰자이면서 또한 자기도 세진 그녀 자신이기도 한 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건 여성중심의 이야기다. 뭐 페미니즘의 색이 좀 묻어날지도 모르겠으나 한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는 정신분석 즉 심리적인 측면에 중심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주인공 세진은 신기도 있는 것 같아 귀신도 보이고 생활에 의욕도 없고 별일도 아닌 것에 분노하고
고등학교 시절 당한 성폭행으로 (꼭 그것이 모든 원인은 아니지만) 성불감증도 가지고 있는
여성이다. 난 이게 모두 작가의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뻐져리게 공감가도록,, 아파하는
그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삼십대 중반을 넘긴 주인공 여자는 곧 있으면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나의
모습이기도 했고 지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아는 언니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하나. 결혼을 꼭 해야하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갸야 하나.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나의 위치는 무엇인가. 쉼없이 고민하고 선택해야하는 여성들.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사회가 정해놓은 획일한 고정관념에 묶여 살 수 밖에 없는지
그래서 스스로 얼마나 자기 발목을 말뚝에 박아놓고 사는지..
그러면서도 내가 왜 외롭고 괴롭고 가끔 좌절하고 왜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냐며 때로는
발악을 하는지...자신도 모르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나보다 생각해보았다.
마음공부와 자기계발과 심리학의 어떤 부분은 완전한 교집합 같다.
나를 찾으라는 말.
발전하라는 말.
그래서 그렇게 되면 나는 완전해지는게 아니라 이 세상의 어떤 일 속에서도 초연할 수 있다는 말.
정말 꼭 그렇게 되고 싶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나도 시간이 좀 지나면 정신분석을 꼭 받아보리라 맘먹었다.
심리학 서적에서는 정신분석(심리적 치료)의 끝을 상담을 받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담할 수
있을 때로 본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세상을 살면서 내 엄마의, 내 동생의, 내 오빠의, 내 이웃의 상담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내 안의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유를 얻어 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꼭 맞는 상담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그런 생각이 슬며시 떠오른다.
2008-05-27 저녁 끝. 졸면서 읽었나보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