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은 선물!!

작년 7월부터 책에 열광하기 시작한 나.
도대체 해결안되는 삶의 과제들에 대한 궁금증이 30대가 되도록 증폭되기만할 뿐 해답을 찾지 못하던 차에 책은 그나마 나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그치만 읽어도 읽어도 해답은 책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어떤 상황이든 문제든지간에 그것을 직면하고 그에 대해 무엇인가 하거나 혹은 안하거나 선택만이 있다는 것을 점점 더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 

북피니언은 그렇게 독서광이 되고픈 나의 새로운 공간으로서 아직도 이것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서 단지 없는 글솜씨에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적어보자고 시작한 것인데 이렇게 이벤트에 당첨되고 보니 부쩍 책에 대한 욕심이 더욱 생겨나고 있다!

세상에서 사랑스러운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책은 아주 적은 비용 대비 극적 환희를 주기가 가장 쉬운 도구이다. 그러한 책을 아무런 대가없이 3권이나 받게 되다니 어찌 아니 기쁠쏘냐!! 하하하하하.

이벤트 담당자님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내 이름을 직접 수기로(나처럼 글씨체가 예사롭지 않다. 하하하하. 천재는 악필이라던가~하하하하.) 쓰신 안내문을 보니 무엇이든 당첨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도피행
우리와 코드가 맞기 쉬운 일본소설.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책소개란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빨간클립
빨간클립으로 몇번 교환해서 집한채를 마련했다구??!!! 그것도 일년만에??!!!
집한채가 억억억소리 나는 서울에 살면서 이런 책을 안읽어볼 수 있겠나.
열심히 읽어보자. 

★생활여행자
여행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참 정적인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정말 엉덩이가 들썩들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정작 떠나지 못하는 나.
그치만 직접적 경험만이 경험이더냐. 간접적 경험으로도 기쁨이나 행복은 느낄 수도 있는거니까.




북피니언, 도피행, 빨간클립, 생활여행자

인터파크 북피니언의 열렬이용자가 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지금 한 북마스터 소개글을 보았다. 차분한 사진으로 소개된 그녀의 글을 읽다가 알게 된 이 책의 제목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았고 지난 주에 읽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독일스러운(?) 글이라 그런지 독일의 지명, 고유명사들의 빈번한 출현으로 글을 쏙쏙 흡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웃는 경우가 거의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다가 대략 5번 이상 킥킥 거리며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말고 그나마 정상적으로 씨익 미소를 짓거나 사태가 심각한 경우는 광년이처럼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발칙한 상상(아마도 상상일 것이다. 실제 그럴리는 ㅎㅎ 그렇게 되길 희망하는 작가의 표현방식이라고 봐야할 것이다.)이 가득한 에피소드는 책을 직접 읽어보시라. 책은 얇고 가벼우며 가방에 쏙 넣고 다니며 지하철에서 읽기 딱 좋다.

아이가 되려 아빠를 깨워 유치원에 데려가야하거나
국민연금외에 추가연금을 가입하라는 재무설계사에게 되려 나에게 연금을 납입하면
내가 30년 후에 쏠쏠한 금액으로 돌려주겠다고 권유하는 그. 거기다가 그에게 여행가방
(기차 안에서 시끄러울 때 그 여행가방을 뒤집어 쓰고 전화하면 소리가 아주 또렷히 잘 
들리게 되는 훌륭한 여행가방)을 판매한 그.

그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와 상상이 허무맹랑하면서도 그에게 슬슬 정감이 가는 건 왜인지....이 작가를 생각하니 코미디언 전유성씨가 떠오른다. 더운 여름 날 긴 바지가 더우면 가위를 달래서 그 자리에서 긴 바지를 잘라 반바지를 만들어 입었다던 그. 이 작가와 전유성 씨는 왠지 통하는 사람들일 것 같다.

항상 말로만 자유를 운운하는 인간들보다는 때론 생각없어 보이지만 하고 싶은데로 사는 자유인들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엔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하는 자책감을, 또 다른 한구석에서는 대리만족이긴 하지만 거침없는 자유로움을 동시에 느껴본다.

그래!! 책 내용의 이해따위가 중요하겠어!! 
이 책의 제목처럼 느낌으로 그냥 아는거지!!

2008-11-15 The End



느낌, 호어스트에버스

책을 좋아하지는 얼마 안되었고 영화를 예전부터 사랑하는 나로서는 때때로도 아니고 아주 자주 원제와 번역한 우리 나라 영화 제목을 보고 눈이 ’띠옹’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책이나 영화는 더더욱 독자와 관객의 사랑을 받아야만 (때론 작품성이나 기타 다른 특성에 상관없이) 인정받는 것이기에 제목의 중요성이 맨처음 떠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도저히 실제 책의 내용과는 아아아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이 책을 읽은 몇몇 분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Kiss & Tell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듯이 유명인과의 밀월 관계를 언론이나 출판을 통해서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한다. 도대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밖엔...난 제목만 보고 첫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도대체 언제 쯤 주인공들이 키스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까를 계속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키스장면은 커녕 스킨쉽 장면조차 묘사가 없는 듯 하다.

이 책은 이사벨이라는 여인의 심리적 묘사(때론 추잡한 사적 행동 - 코딱지를 동그랗게 돌돌 말아서 기분이 좋을 땐 쓰레기통에 넣거나 심지어는 거실 바닥에 튕기는 행동)를 통해 한 인간의 삶에 대해 기술 하고 있다. 보통 전기라고 하면 위인전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듯이 이미 고인이 된 업적을 남기거나 세계에 이바지한 인물들의 삶을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기의 주인공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25살의 여성이며 이 책이 끝날 때까지도 그녀의 위대한 삶의 업적 따위는 발견되지 않는다. 되려 심리적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인 대략 18명과 키스를 해본 그리고 엄마와의 사이가 심히 좋지 않은 불안한 20대일 뿐이다.

과연 그럼 우리가 이사벨이란 여인의 전기를 읽고 느껴할 것은 무엇인가? 특별히 그럴 이유가 있나라고 묻고 싶을 만큼 작가가 써내려가는 이 책의 내용은 난해하고 이해불가이며 도대체 이게 뭐야!!라고 소리지르고 싶을만큼 별것이 없다. 흐흐흐흐흐. 좀 웃어볼까?

알랭 드 보통의 3대 연애소설 중 하나로 꼽는 이 소설도 아닌 에세이도 아닌 전기라고 불리는 이 글이 그 나머지 두권의 책(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우리는 사랑일까)과는 확연히 다른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이 책에서 보면 한 인물의 심리적 묘사가 두드러지는데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이해하기가 난감한지도 모른다. 

과연 한 인간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간단한 설문목록으로 한 인간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체적인 삶의 사건을 열거하고 분석해보면 과연 그 인간에 대해 완벽하게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사벨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 이사벨이 이사벨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화자가 화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오락가락하며 서술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녕 이사벨이란 여인을 왜 알아야하고 그리고 알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

그저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여실한 문장력과 특정분야(물론 알랭 드 보통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박식함, 그리고 남성으로서 파헤친 여성의 심리를 묘사했다는 것 등을 특징으로 읽어봄직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여성으로서 바라본 알랭 드 보통의 전기를 써서 그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참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2008-11-13 목요일 끝.

알랭드보통, 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