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놀랍고 믿을 수 없게도 작가와 난 동갑이다. 띠동갑도 아니고 그냥 동갑이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니 그는 무슨 일을 겪으면 살았던 걸까 궁금증이 난무한다. 물론 20대에도 혹은 10대에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는 될 수 있으며 그 뿐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나랑 동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작가보다 못한 삶을 사는 평범하다 못해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데서 오는 실망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욱신거린다. 그치만 나도 앞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한 사람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책을 고르다보면 제목에서부터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책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였으며 제목을 보고 끌린 다음에 하는 일은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책 앞 뒤에 써있는 글귀와 책의 한줄평을 보는 것이다. 그러면 대충 아. 이 책의 느낌은 이렇겠구나 먼저 상상을 하곤 한다. 이 책은 특이한 책에 속한다고 봐야한다. 작가의 사진 삽입(그것도 약간 이해불가한..때론 글에 설명하고 있는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색색깔로 쓴 낙서들, 글씨를 겹쳐써놔서 알아볼 수 없는 새까만 페이지도 있었다. 새로운 시도처럼 주인공 오스카도 신기하기 짝이 없는 친구다. 그의 명함에 나타난 직업은 대략 10개가 넘었던 듯 하다. 발명가, 보석공예가, 아마추어 천문학자(오스카가 스티븐 호킹박사와 주고 받는 편지는 아주 인상 깊었다.), 학생이자 한 아버지 어머니의 9살 난 아들로 오스카는 참 명석하고 조숙하고 다재다능한 그렇지만 아버지의 사고로 인해 가슴에 아주 커다란 구멍이 생긴 아이이다.
번역자가 마지막에 말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일어난 2001년 9월 11일 무역센터 테러사건을 주제로 쓰인 소설이지만 여기서는 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누가 그랬는지 그래서 미국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9.11 테러를 통해 목숨을 잃은 오스카의 아버지와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의 아픔을 아이러니하게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오스카의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가 겪은 2차 세계대전의 아픔과 그것을 지켜본 할머니의 아픔, 오스카의 아픔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그들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그 사건을 살며시 되돌아 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라는 말은 진실일 것이다.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이 그것은 사실이다. 난 아직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는 않았다. 아주 사랑하는 나의 직계가족(엄마. 아빠, 내 동생들 그리고 제부와 조카)은 나와 같은 하늘 아래서 매일 같은 산소로 들쑥날쑥 호흡하며 희노애락을 같이 하고 있다.
믿을 수 없을만큼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꼬마 오스카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중학교 때 도대체 왜왜???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지만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날려 자살했던 그 친구를 잃었을 때와 내 생애 처음으로 함께 했던 강아지 유리가 장염으로 빳빳하게 굳어 더이상 나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없었을때 그리고 얼마 전 사고로 하늘 나라로 떠난 사촌동생을, 새벽에 미친듯이 응급실로 달려가 싸늘하게 식어 출혈과다로 백짓장처럼 햐애진 그 아이을 더 이상 실제로 볼 수 없구나라며 미친듯이 울었을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엔 엄청나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오스카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오스카가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을 그때로 돌리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며 사고가 난 무역센터에서 건물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는 그 붕괴되는 건물안에서 죽을 것이나 아니면 아래로 떨어져 죽을 것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섰을 것이고 뛰어내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오스카의 말처럼 사람이 떨어지는 사진을 뒤에서부터 보면 그 사람을 마치 하늘을 날아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책읽기를 마치며 그 수 많은 오스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2008-11-24 The End.
911테러,
오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