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가장 믿지 말아야 할 것이 언론'이라는 말마저 떠도는 요즈음, 뉴스는 더이상 신뢰할 것이 되지 못했다. 그와 같은 불신이 공공연하게 퍼지게 된 것에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될 수 있다. 사고직후 언론은 모든 학생이 전원 구조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이어지는 상황은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참담하게 했다.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해야 하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진짜 fact만을 제시해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이 때에, MBC 기자였으나 노조위원장 활동으로 부당하게 해고된 언론인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에는 MBC가 정권의 외부압력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이에 저항하기 위한 파업 등의 과정이 상세히 진술되어 있었다. 미디어법과 MBC 파업을 굵직한 사건으로 바라보면서 나름의 생각을 형성하기 위해 고민해보기도 하였는데 이렇듯 상세한 내부 사정을 만나본 적은 없었기에 새로이 알게 된 점들이 많았다.
여론을 형성하는 일에 대중매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여론을 기반으로 정권을 획득하려고 하는 정치세력들은 언론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낙하산 사장을 위시하여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해고 통보를 내리는 등 폭력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맞서 연대를 통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도 있었지만 권력의 눈에 들기 위해 더 과장된 충성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로 다른 그 행동 패턴을 저자는 담담하게 진술한다. 책 표지와 소개글을 언뜻 보면 부당해고 후 제 2의 삶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나, 책의 반이 언론인으로서 겪었던 삶의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직접 겪은 내부 사정에 대한 고발서와도 같았다.
몇 십년간 신념을 가지고 종사했던 직업에서 갑자기 쫓겨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몹시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쉽사리 받아들이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 박성제씨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편한 마음을 지니고 삶을 즐기기로 한다. 그러기까지 아내와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여유를 찾기 위해 시작한 목공, 그리고 이전부터 좋아했던 취미 생활인 스피커. 그 두 개가 만나 결합했을 때 박성제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재미삼아 만들기 시작한 스피커가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기술적인 면을 보완하게 되면서 예술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고급 스피커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책에는 스피커가 탄생되는 과정, 그리고 그 스피커가 '쿠르베'라는 이름을 획득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의 이야기가 상세히 담겨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두 가지 일을 함께 했을 뿐이었는데 정말 '대박'이 났다. 박성제씨와 쿠르베 이야기는 현재 사회에서 사회, 교육 등 전방면에서 강조되고 있는 '융합기술, 융합인재, 통섭, 간학문적인' 사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책의 제목은 박성제씨의 예상할 수 없는 삶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노조 위원장이 되려고 마음 먹고 신념에 따라 행동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자리가 주어졌고, 그러다 보니 지금의 삶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도 많았지만 좌절하거나 굴복하지 않았고,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마련한 그 '여유'에서 또 다른 잠재적인 삶의 가능성을 발현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메세지는 '여유롭게 즐기며 당당한 삶'이다. 부당함 앞에서 당당하게 대처하면서 지금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거리를 두니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여유 속 내가 즐기는 두 가지를 함께 하니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모두에게 어렵고 쉽지 않은 사회가 되어버렸지만 그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회와 성공은 다르게 찾아올 수 있다.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정신없는 일상 속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있었던 두 가지 물음을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던 독서였다.
어쩌다보니그러다보니,
mbc파업,
제2의삶,
스피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