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잡식 동물이다. 잡식 동물은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 코알라와 달리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잡식 동물에게 세상은 두 개로 나뉜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세상의 것들을 이 두가지로 분류하기 위해 잡식 동물은 고민하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다양한 것을 섭취하면서 여러 혜택을 누리지만, 한편으로는 해롭지 않은 것을 구분해내기 위해 끝없이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인간이 처한 현실도 마찬가지다. 정말 다양한 식품들이 자리한 슈퍼마켓에서, 죽음을 향해 가게 만드는 음식들을 피해 좋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산업적 음식 사슬을 따라가 직접 그 구조를 밝혀낸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연결고리가 분명해지는 전원적 음식사슬을 보여주며,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논리를 서술한다. 

 

	우리의 음식 시스템으로 인해 야기되는 수많은 건강 문제와 환경 문제는 재배와 사육 그리고 식사라는 음식사슬의 양끝에서 자연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려는 시도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오늘날 우리가 봉착해 있는 건강과 영양에 관한 많은 문제들은 농장에서 일어난 일들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생겨난 배경에는 정부 정책이 도사리고 있는데, 이에 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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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폴란은 산업적 음식사슬의 중요한 연결 고리인 옥수수를 통해 설명을 시작한다. 우리 주변에 자리한 식품들에 옥수수가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옥수수는 우리가 먹는 생물들의 사료로 제공되고, 청량음료 역시 옥수수에서 추출된 것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옥수수 감미료를 비롯하여 옥수수 전분, 옥수수 가루, 옥수수 기름, 구연산, 금빛 착색제, 옥수수에서 정제한 포도당으로 발효시키는 알코올 등등 옥수수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우리 일상 생활 전면에 자리잡고 있다. 옥수수가 이렇게 많은 곳에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옥수수가 자연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재배하기에 용이하며, 산업적 기계화에 알맞은 작물로서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매번 씨를 사야 되도록 옥수수의 품종은 개량되었고 자본주의적 구조를 이루게 되면서 옥수수는 산업적 음식사슬을 관통하는 중요한 핵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지역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것은 자연 생태계를 파괴했다. 인간이 고생해서 재배하는 옥수수는 오히려 인간을 내쫓았다. 옥수수의 과도한 집중으로 자연은 고갈되고 생태계는 무너졌다. 그러나 화학 비료가 등장했다. 질산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영양분이 고갈되는 자연에 인위적 통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질산과 관련된 이 기술의 발달은 폭탄의 발달 또한 야기했다. 저자는 이 부분을 양날의 검으로 설명한다.) 화학 비료의 절반이상이 옥수수에 소요되고, 살충제·트랙터 사용또한 옥수수 재배에 필요한 비용이다. 이러한 매커니즘 속에서 옥수수는 대량의 화석 연료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옥수수 재배로 인해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질소로 이루어진 화학 비료는 생태계에 인공적으로 생겨난 질소로서 침투했고, 이 질산의 독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조류의 성장을 촉진하여 어류를 질식시킨다. 즉, 옥수수로 이루어진 우리의 산업적 음식사슬은 자연환경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생물종의 구성들에게 위협을 가하여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 산업적 음식사슬은 농부들에게도 위협적이다.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통제되는 시장에서 농부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농부들에게 생산성 향상을 부추기는 이 구조속에서 농부들은 끊임없이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 순환구조속에서 농부들은 파산하거나 막대한 손해를 본다. 그렇지만 옥수수의 생산량은 점차 증가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옥수수를 소비하기 위해 옥수수는 동물들의 사료가 된다.

 

 소가 옥수수를 먹으면 풀을 먹을 때보다 시간이 단축된다. 그러나 이 옥수수는 산업적 시스템에 효율적으로 작용될 지 몰라도 소의 본성에 위배되는 먹이다. 옥수수 섭취로 인해 소에게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비롯한 여러 약물이 투여된다. 많은 사람들이 소고기를 원하고, 그 수요에 걸맞게 공급이 형성되면서 산업화되는 구조 속에 소는 생명체가 아닌 산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또한 소고기를 위해서 소의 삶은 본성에 위배되고 고통받으며 착취당한다. 우리가 선택한 육식이 이러한 부조리를 낳는다면 우리는 육식을 그만두어야할까? 동물 옹호론자인 피터 싱어의 견해를 인용하며 저자는 육식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낸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것은, 동물을 바라볼 때 하나의 개체가 아닌 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우리가 육식을 하지 않는다면 그 개체는 비정상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는 생태계 고리에 영향을 주어 결국 그 종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바람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의 육식이, 육식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그 동물(희생당하는 개체 하나가 아닌 그 종 전체)에게 이로운 것이다. 이 맥락에서, 저자는 생태학적인 접근으로 음식에 접근한다.

 

 소가 풀을 뜯게 하고, 그 뒤에 닭이 와서 소의 배설물의 기생충을 처리하고 주변 환경을 이롭게 만든다. 그 다음엔 돼지의 작용, 등 여러 가축들을 이용하여 질소를 투여하는 화합부산물의 도움없이 작물과 고기를 생산해내는 어느 농가의 생산방식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정확한 계산과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 이 방식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만약 나중에 내가 농사를 짓게 된다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이 제도를 도입해보고 싶었다. 정말 자연의 순환으로 가축들의 본성에 위배되지 않게, 그들은 정말 행복하게 살다가 죽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또한 저자는 멀리 이동하며 여러 곳을 거치는 산업물이 아닌 보다 자연적일 수 있는 지역적인 상품들을 추구한다.

 

 확실히 여러 중간 상인을 거칠 것 없이 현지 사람들과 바로 직거래가 가능하다면 여러 부분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고, 특히 생협(두레 생협, 한살림)이 유기농과 웰빙 열풍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기존의 생산 체제보다 환경에도 이롭고 우리 건강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물론 이부분과 관련해서 유기농이지만 산업적인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도 소개되었지만, 그 고리가 명확하지 않는 한 소비자가 알고 판단할 수 있는 범위는 좁고 제한적인 것 같다.

 

 스스로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이밖에도 저자는 효모로 빵을 굽고, 사냥에서 고기를 얻고, 버섯을 채취하는 등 자연인과도 같은 생활방식을 보인다. 흥미는 있었고 생동감 넘치는 경험이 인상적이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물론 저자는 직접 자신의 이같은 경험을 통해 얻어진 이 음식들이 얼마나 소중하며, 사람들의 의식을 환기하기 위해 일종의 캠페인 형태로 일시적인 행동을 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또한 자연에서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사유재산을 침해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농가에나 개인 사유지의 산에서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많은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니 말이다.

 

 굉장히 실험적인 이 책을 읽으면서, 고기를 비롯해 여타 음식과 관련된 우리의 산업 구조가 현재의 문제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다른 관점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고 저자의 실험적인 방식과 그에 수반된 경험을 간접경험해봄으로써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육식, 잡식동물의딜레마

도나토 카리시의 작품 『속삭이는 자』를 읽어 보았다. 최근 『영혼의 심판』서평 이벤트에 응모하다 알게 된 작가인데, 도나토 카리시는 범죄학자로서 범죄자들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을 해왔던 사람이고 그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이라는 장르로 잘 살려냈다. 또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몇몇의 실화를 포함하고 있어서 비약적이지 않고 상당히 짜임새가 있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나토 카리시와 같은 사람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요즘 사회에서는 개인이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하다가 새로운 분야로 융합하여 창조해내는 작품이 사람들의 많은 호응을 얻는 것 같다. 그 과정에 필요한 두 개의 달란트를 가진 것 같아 보이는 작가가 부러웠다.

 

 그간 추리소설 광으로서 읽어온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모방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시리즈 독파, 다잉아이, 갈릴레오 시리즈 몇 권, 백야행 등과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와 비교해 보았을 때,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좀 더 실제적이었다. 다른 책들도 물론 흡입력이나 몰입력면에서 훌륭하고 다루는 내용이 흥미로웠지만, 이 책은 실제 연쇄 살인범에 관련한 지식이 등장하고, 과학 수사에 이용되는 기계나 약물이 언급되어 있었던 것이 작가의 전문지식이 참 잘 살아난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범인을 찾아가는 수사팀이 함께 범인에 대해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그 이론적 근거로 끌어오는 연쇄살인범의 행동패턴 분석은 마치 크리미널 마인드와 같은 추리 드라마가 그대로 활자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 소설에서도 로시라는 인물이 나온다.)

 

 지난번 읽었던, 그러나 완독에는 실패했던 마이클 스톤의 책 『범죄의 해부학』이 떠올랐다. 이 두툼한 책에서는 인간의 '악'에 대해 다루며 저자가 상정한 몇 개의 기준을 바탕으로 연쇄살인마들의 범죄와 그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다루고 있는 주제는 흥미로웠으나 계속해서 낱낱의 사실들이 연쇄적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결국 다 읽기에는 실패하였다. 그런데 이 『속삭이는 자』에서 그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연쇄살인마들의 예시를 적절히 따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과 함께 소설의 흐름과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을 보면서는, 이 두 책들이 사실 비슷한 내용과 문제 의식을 다루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속삭이는 자의 내용이 추리 소설 속에 있어서 그런지 더 흥미로웠고 문제의식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반전의 묘미는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 또한 엮여 있는 반전이 대단했다. 소설의 중반부로 갈수록 반전 한두개씩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후반부엔 물꼬를 틀어 쏴아아 쏟아져내리며 그동안 받아들이고 있던 소설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리기도 했다. 이렇게 거듭되는 반전을 통해 우리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 당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정말 당신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 맞는가? "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서 함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알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사실 우리는 '나는 그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확신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속의 등장인물들은 처음에 만났을 때의 분위기와 느낌으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이며 갑자기 돌변한다. 그리고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옴과 동시에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소설 밖의 현실도 이와 별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우리가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돌변한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내가 아직도 00으로 보이니?"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다른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비추던 인물의 진면목이 어느 순간 갑자기 표면으로 드러나고, 소설을 읽어 나가고 있던 우리를 비롯하여 등장인물들이 믿었던 사람들에 의해 반전의 충격으로 계속해서 얻어맞게 된다. 그러한 인물의 진면목이 드러나오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때는 그 사람이 비밀스럽게 간직해오던 욕망이 가면을 뚫고 터져나오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 순간 그 사람은 예전에 알던 사람과는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포식자'가 되어버린다. 혹은 소중한 것을 담보로 잡혀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면 저 깊은 어둠의 심연 속에 빠져 있을때 약한 부분을 틈타 나나탄 악마, 즉 『속삭이는 자』로 인해 그 사람의 껍질을 쓴 악마의 의도대로 조정당하거나.

 

 남을 향해 속삭이는 행위가 이렇게 조작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니. 속삭임이 이렇게 위력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 이 소설 밖의 우리 현실에서도 악마처럼 남에게 속살거리면서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유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파괴 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로 풀려날 수 밖에 없는. 그러나 이런 사람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입는 피해는 강력하고 위협적이다. 이런 사람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사회가 규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어떤 해결책이 주어질 수 있을까? 극복하고 행복을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기존과 다를 바가 없는 삶으로 돌아가게 될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보다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블로그 닉네임과 마이 북피니언의 제목이 '속삭임'인데 공교롭게도 이 책 『속삭이는 자』를 읽으면서 속삭임이라는 행위에 대해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다. 속삭이게 될 것이라면 나는 내가 원하는 바대로 다른 사람에게 조작을 가하는 폭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내 생각을 주욱 늘어놓고 그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