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서 단순히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골라 온 책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둥그런 얼굴에 짧은 앞머리를 한 소녀의 모습의 그림만을 상상했었는데
작가로서의 역량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5편의 단편 소설집이다.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잔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
부담 없이 편하게 읽어내려갔다.

빛이 쏟아지는 창가의 그 자리에서 홍차를 마실 때, 노랗고 따스하고 포근한 빛이 둘을 감쌌다. 이것이야말로 원했던 것, 메마른 마음에 '이거야, 이게 모자랐던 거야.' 하고 생각하게 하는 빛이었다.

그 느낌에는 축복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p.56

이와쿠라와 셋 짱은 삼류 대학동창이다. 몇 명 없는 친구들조차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행동하는 일이 많았던 이와쿠라와 셋 짱은 같이 보낸 하루를 무심코 넘겼지만 세월이 흘러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또 한번의 만남을 가진다. 그때 셋 짱이 바쁜 하루를 보내며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바로 축복이라 표현한다. 이와쿠라와 다시 만났을 때 두 사람을 비추던 빛 그것은 서로의 감정을 모른 채 그리워했던 모든 날들의 보상이라 생각한다.

조그만 등, 조그만 손발, 아직은 성큼성큼 걸을 수 없는 쇠약한 몸과 마음으로 나는 우주를 한껏 올려다보려 했지만, 너무나도 약해서 실바람만 불어도 날려갈 것 같았다.

평소에는 일상과 친구와 가족과 생활에 뒤섞여 잊고 있었던 너무도 거대하고 본질적인 것이, 그때 고요함과 함께 나를 단숨에 짓뭉개려 했다. 그렇게 될 줄도 모르고 나는 아무 보호막 없어 어둠 속으로 나갔다. 자신의 미미함을 알기 위해서. -----------p. 87~88

전 회사직원의 독극물 테러로 인해 일만 하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마쓰오카 상.

우리는 한치앞도 모른체 살아가고 있다.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내지만 아프면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쓰오카 상은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일을 차근차근 계획하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면서 책 제목이기도 한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실연을 당한 미미의 이야기이다. 몇 년을 사귀어왔고 또 결혼까지 생각한 남자가 연락도 자주 하지 않고 주말마다 나를 찾지 않는다면 당연히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남자에게 자신이 찾아간다는 연락없이 무작정 갔던 그의 집에서 낯선 여자가 문을 연다면 그동안 의심은 했지만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남자는 자연스럽게 '나 왔어' 라며 들어온다면? 여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말이 나오지 않고 그저 두 눈에 눈물만 흘렀다고 한다.

"맞아, 이런 상태에서 세상으로 나가려 생각한다면 그건 오만이야. 세상에는 사람 각자의 수만큼 절망의 한계가 있는걸, 나나 너의 불행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한 많은 것들이 있고, 만일 그런 일을 당하면 우리는 그대로 엎어져서 바로 죽을 거야. 그러니까 우린 그나마 행복하고 편안한 거야. 그렇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p202~203

외삼촌이 운영한 '막다른 골목'은 막다른 골목에 있는 단독 주택을 개조한 가게이다. 단독 주택이 철거되는 탓에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기로 했고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가족이 있는 곳이 아닌 이곳에서 미미는 니시야마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아픔을 하나씩 치유해 나간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미미는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목표와 마음가짐을 다지게 된다.

이처럼 5편의 이야기는 어디서나 들어봤을 듯 싶은 가족, 친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마음에 쏙쏙 박히는 문장들이 있어 올려 보았다. 편한 느낌의 내용이라 부담없이 읽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