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손꼽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었던 독자 중 1인이다.
'정유정' 이라는 이름 석자는 새책 앞에서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 ;; 아줌마도 열게 만들었다. 믿고 읽는 그녀니까 !
하지만 사놓고도 바로 읽지 못하는 현실 ㅠ 겨우 겨우 짬을 내어 읽기 시작한다.
역시 그녀의 책은 한번 들으면 놓을 수가 없다. (잠에 지는건 어쩔 수 없 ㅠ)
대체 왜 ? 무엇이 그를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났으나 '왜'는 여전히 장막 뒤에 숨어 있었다.
가까스로 기억해낸 개 같은 진실이 그나마 반쪽짜리였던 셈이다. - p86
주인공 유진이라는 대학생이 벌인 일과 그의 과거, 그리고 그의 정체를 서서히 보여 준다.
그렇기에 자꾸 자꾸 뒤가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대단한 소설이 또다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되며 또다시 그렇게 처절하고 잔인한 이야기가 펼쳐지리라는 냄새를 맡을 수가 있었다.
앞서 두 작품과 다르다면 그녀가 다루는 '악의 화신'이 화자이기에 그에게 마음을 더 열수 밖에 없던 독자는
뒤통수를 맞게 되고 여러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반전이라 하면 반전이고)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p206
불현듯 그 섬 절벽이 또올랐다.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새총에 맞지 않을 텐데, 생각했던 것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비슷한 일을 반복적으로 변주하며 살아가는 게 인간의 삶이라는 걸.
나의 변주 테마는 나도 새총을 만들어야지, 정도가 될까. - p360
웃기지 마. 살아남는 쪽이 이기는 거야. p374
"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P259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P380
그녀가 말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가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 것도,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라 생존하도록 태어났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진화과정에 적응해야 했고, 선이나 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선과 악이 공진화했으며,
그들에게 살인은 진화적 성공, 즉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이 무자비한 '적응구조'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우리의 조상이며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다.
그리고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일 수 있다고.
유진은 '프레데터'로 설정되어 있으나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였으며
내재된 '악'이 발화되어 '누구나'에서 '누군가'가 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한강 작가도 정유정 작가도 인간의 내재된 '악(폭력)'에 주목한다.
그녀들은 그것에 대해 왜 그토록 파고드는 것일까?
요즘들어 자주 들려오는 잔인한 뉴스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떤다.
과연 나는 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하면 그녀의 말처럼 그 '악'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
독서메모 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