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진 양장본의 화려한 디자인들의 책 표지가 가득한 요즘에, 단조롭고 약간은 촌스러워보일 수 있는 표지를 갖고 있는 이 책이 처음부터 읽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박경림씨의 간단한 서평이 들어간 것 뿐이었습니다. 오래된 시집의 표지 같은 책 디자인 때문에 며칠씩 미뤄두고 읽다가, 어제에서야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집에서 가만히 앉아서 읽는 것보다는 지하철이나 외부에 나가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적한 시간에 책 읽는 것을 즐겨하는 편입니다. 어제는 휴일이라 한가로이 집에서 뒹굴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든 생각은 '밖에서 읽지 않기를 참 잘했다.'였습니다. 이유는 책을 한 장씩 넘겨가며 책을 읽으며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뭉클한 감정으로 울음을 터뜨릴 뻔한 고비가 여러 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방송국 PD로서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각각 에피소드로 구성해 소개하고, 그 당시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기술하는 방식으로 책은 진행되었습니다. 아마 저자의 직업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겠지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도 만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위와 경제적인 여건에서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쓰일 법한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되기도 하고, 많은 에피소드들에서 감동적이거나 가슴 아픈 스토리를 다뤄서 제 마음까지 짠하게 울리더라구요.

 

 멋들어진 미사여구로 꾸미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과장하여 다루는 대신, 저자가 본 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느낀대로 자신의 감정을 써서인지 더욱 공감이 많이 가더라구요.

 

 책을 다 읽고나자, 책을 읽기 전에 편견을 가졌던 제 자신에 대해 많이 부끄러웠고,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온 제 인생을 돌아보고, 많이 누린 것만큼 노력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아온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일로 고민하고 가슴 아파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어린이용 도서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표지 디자인을 보고, 책을 열어 저자들의 약력을 보니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책을 읽기 전부터 편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인지라, 부부 간의 대화를 교육학적인 이론에서 설명하고, 이론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저의 이런 편견은 완전히 깨져버렸습니다. 각 주제에 따라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시하고, 어려운 이론적 용어 대신에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부부간의 대화의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10여 년의 기간을 함께 공유해온 사람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을 서로 옆에서 지켜본 만큼 서로에게 애뜻한 마음도 커졌지만, 그만큼 서로가 편해져서 생각 없이 말을 내뱉을 때도 많았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 실망하게 될 것이라 예상도 하지 못한채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상황들을 보며,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라는 후회를 하며, '다음에는 이런 상황에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저는 이 책을 아버지께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신지라, 자식들에게도 그러시지만, 특히 어머니께 상처가 되는 말들을 하시는 적이 많으셔서요. 아버지 몰래 마음 아파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본 적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다 읽으시면 어머니께도 책을 권해보려 합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의 말들을 하게 된다면, 서로 상처내는 일들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꼭 결혼한 사람이 아니어도 미래를 위해서나 지금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함과 자극적인 느낌이 책을 다 읽은 후까지 강하게 남아있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한 장씩 넘겨가기 시작했다.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주로 읽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바라볼 책 제목을 의식하면서 읽어야 했지만, 여성의 바람에 관한 유쾌하고 공감이 가는 해석을 기대했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그런 기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바람이 남성의 능력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로 연결되는 것과 달리 여성의 바람도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명쾌한 해석을 기대했던 것은 너무 큰 기대였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불편하고 실망스러운 느낌을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글을 쓴 저자가 완전한 자유연애가라, '단지 자신의 바람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본인 얘기보다는 본인의 주변 사람들과 문학이나 영화 속 인물들을 실례로 들어 글을 풀어가고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의심은 '이거 자기 얘기 아니야?'라는 생각이었다.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 받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온 여성들의 '사랑'과 평등한 사회에서 여성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에 대한 해석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많은 실망감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바람기 있는 여자들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바람을 효과적(?)으로 피울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설명서라고나 할까? 지극히 평범한 사고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책을 읽은 후 나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