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나이이기에 제목만으로도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이와는 상관 없이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난해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딱딱하고 건조한 듯한 문체...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만큼 강렬한 흡인력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프랑스 소설을 자주 접해보지 못해서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산뜻한 마음으로만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뭔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프랑크, 벵상, 장, 마르크, 루이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들의 사랑하는 모습은 정상적인 궤도에서는 다소 벗어나 보입니다. 아내가 있음에도 다른 여성과 바람이 나서 그 여인이 자신을 떠나자 괴로워하는 남자, 아내와의 이별을 선택했지만 후회하고 아내를 되찾기 바라는 남자, 딸 또래의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남자, 초등학교 때 사랑했던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자, 베이비시터로 일하며 돌보는 11살 소녀에게 빠져버린 남자. 이들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저 뿐일까요?

 

 기대와는 많이 달랐지만 '이런 류의 소설도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읽기 쉬운 책들만 찾아다닌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생소한 용어 '서번트 증후군'. 신문에서인지 TV에서인지 분명히 한 번쯤 들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병을 나타내는 말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용어보다는 '자폐증'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표현이죠. 자폐아에 대한 인식은 말아톤 이라는 영화의 흥행과 진호라는 수영 선수가 매스컴을 통해 우리들을 만나기 전에는 많은 편견과 오해들을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들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폐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일 뿐일 것입니다. 저도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은 시각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다니엘의 병적 증상과 그의 천재성에 대해 전문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합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서번트 증후군이란 어떤 것인지,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천재성의 징후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다니엘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에세이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전문서적을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정독 대신 속독으로 쭉 읽어내려갔습니다. 특히 다니엘이 암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그가 계산을 하는 여러 방법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수학과는 상극인 저는 그의 계산 방식을 이해하려다 여러 번 포기하고 책장을 넘긴 것 같습니다.

 

 이후로는 다니엘이라는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그 자신의 생활과 그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와 생활들에 관한 솔직한 그의 느낌들을 풀어놓아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책의 내용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그의 부모님의 그 무한한 신뢰와 사랑에 많이 감동 받았습니다. 다니엘에게 부모님과 가족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용기와 믿음 끝없는 사랑이 그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만의 틀 안에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망설였던 이 청년은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이용한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만큼의 그만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내가 못 갖고 있는 것에 불평을 하며 힘든 일은 쉽게 포기해버리는 제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는 고마운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힘든 시련 앞에 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적극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다니엘의 나라로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플라시보 시리즈... 유명한 연작인 것 같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이번에 흰 옷의 남자를 읽으면서 그것을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워낙 특이한 소재의 소설류들이나 영화들을 보는 것을 즐겨하지만, 한 동안 책과 거리를 두는 생활을 하며 살아서인지 '호시 신이치'라는 작가도 낯익은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쇼트-쇼트 스토리라는 장르.. 쇼트 스토리는 단편 소설로 알고 있는데, 쇼트-쇼트 스토리가 초단편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접하면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초단편이라 불릴 정도로 분량이 적은 것도 꽤 있었고, 일반적인 단편 소설의 분량인 이야기도 많이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단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선 맨 처음에 등장한 '흰 옷의 남자'였습니다. '전쟁'이라는 개념을 인류의 머리 속에서 지우기 위해, 전쟁과 관련된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도, 어떤 물건을 갖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하는 곳이 이야기의 배경이 었습니다. 전쟁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만 하여도 성별, 나이, 직위 등 여타 조건에 관계없이 구속되고, 벌의 위중함에 따라 사형까지 구형되는 무서운 세상을 다루었습니다.

 인류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었지만, 그 속에 진정한 인류애는 사라지고, 목적을 위한 지나친 민간인 탄압만이 자행되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참 아이러니한 이야기였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특수 대량 살상 무기'였습니다. 악인들을 처벌하는 획기적인 기계를 만든 박사와 조교는, 흉악한 범죄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여 성공을 하고, 이를 무기로 재력이 있는 정치인들을 위협합니다. 자기들이 기계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사기범들 때문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게 되자 그 사기범들을 처리하면서 정치인들을 또다시 위협하고 그들과의 협상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들도 똑같은 무기를 발명하여 갖게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과 방어를 위해 그 무기들을 소유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을 풍자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방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군비를 늘리고 무기를 확대하며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절대로 공격을 먼저 하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군의 힘 앞에 주변의 약소국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요?

 처음에는 그냥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다'라는 가벼운 생각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이야기씩 읽어가면서 작가가 그 속에 담으려한 메세지들을 조금씩은 읽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짧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으며 정복해나간다는 기분이 들어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흰 옷의 남자 외에 다른 플라시보 시리즈도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길게 늘어지는 장편 소설에 질리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