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걷는 길입니다.

 그 길에는 디딤돌들이 있습니다.

 상실, 분노, 받아들임, 배움, 용서, 회복

 그 길을 걷다 보면 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용서는 영원한 여정입니다.

 무수히 많은 다리를 건너면서 당신은 상실한 것을 조금씩 회복합니다.

 

 위의 글은 책의 전반부에 작가가 쓴 글입니다. 이 내용이 이 책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의 제목처럼 누군가를 용서하는 과정이 마치 긴 다리를 건너는 것 같다는 뜻이 아닐까요?

 자신을 화나게 하거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과 만나면 상실의 감정도 느끼고, 때론 분노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잘못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상처만 입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또 다른 배움을 얻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진정한 용서를 하게 되고, 상처 입었던 마음이 회복됨으로 인해, 삶의 가치들을 높여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용서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처가 클 것입니다. 그 사람에 대한 원망, 실망들로 힘들어 할 때, 용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책의 전반부를 읽을 때는 작가가 너무 이상적인 입장에서 글을 써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용서라는 것이 다른 사람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는 공감하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아픈 감정을 갖고 있으면 바로 내 자신이 망가지게 될 것입니다. 빨리 그 감정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직은 용서라는 감정을 작가의 말처럼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한 달 전쯤이던가...? 다니엘 헤니가 주인공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소리에 마이파더라는 영화를 보러갔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니엘 헤니가 연기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 그와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자체도 만족스러웠지만, 그보다도 더 맘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주었던 것은 엔딩 타이틀과 함께 한 장면씩 보여졌던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주인공 애런 베이츠라는 사람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짧지만 그 장면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어 영화를 본 지 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때의 느낌을 맘 속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나의 아버지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영화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던 실제 주인공의 사연을 글로 또 한 번 읽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습니다.

 굉장히 무겁고도 어두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담담하고 솔직한 글의 톤 때문에 편안하게 한 장씩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를 입양한 부모님들의 사랑에 제 마음도 따뜻해진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 친아버지를 찾으러 왔더니, 아버지는 사형수라는 상황이었고, 유전적으로도 혈연 관계가 없다는 판정까지 받았지만, 그는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글을 읽으며 '과연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답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였습니다. 성장한 문화가 다른 것도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애런 베이츠의 성격이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소한 감정 싸움과 말다툼으로 아버지와 며칠씩 말도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저를 반성하게 됐고, 어릴 때 힘든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어긋나지 않고 반듯하게 자란 애런 베이츠를 보면서 앞으로 불평하지 말고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각오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다 읽고 저희 아버지께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렸습니다. 아버지가 다 읽으시면, 차 한 잔 같이 마시면서 책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서로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마음까지 서늘해지는 요즘 같은 가을에 읽기에 딱 좋은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온 세월이 7년째인 찬우와 상희. 부부라는 이름보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더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들이었습니다.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난소암으로 어머니로서의 삶을 잃어버린 상희는 오랫동안 찬우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있었음에도 그녀의 처지 때문에 그의 프로포즈를 거부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로서 살기 시작하면서 그녀 인생의 우선 순위는 언제나 찬우였습니다. 언제나 찬우의 인생의 어두운 그림자 같았던 미나가 다시 그 앞에 나타나면서 찬우는 상희의 그 소박함과착하기만 한 성격이 귀찮은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모든 것에 질려버려 끊임없이 독한 말들을 퍼부어대며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상희가 자신의 병 때문에 집을 나가고, 미나와 함께 하며 상희의 빈 자리와 그녀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시작할 때즘 미나의 잘못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로 넘기게 되고, 몸과 맘이 다 상처나버린 절망의 인생 앞에 상희가 옆에서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존재가 소중함을 깨닫게 됐음에도 그간 자신의 지독한 행동들 때문에 그녀에게 손 내밀지 못하고 다시금 독한 말들고 그녀를 밀어냈습니다. 상희의 끊임없는 희생 앞에 점점 더 미안해지는 마음에 그녀를 놓아주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부부라는 인연의 끈은 쉽게 그들을 갈라놓지 못하는지, 상희의 신장을 나눠가지며 다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용기와 다짐이 찬우에게 생기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상희라는 사람이 어찌나 답답하게 생각이 되던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착하기만 한 성격이 화가 나게 만들었습니다. tv를 보면 참 희생적인 아내의 사연들을 보게 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한 쪽만의 사랑이 너무 넘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불공평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합니다. 어쩌면 찬우라는 사람이 아내에게 질려버린 이유가 자신만을 위해 사는 아내의 모습에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가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부부는 어느 한 쪽의 희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쪽이 넘치면 언젠가는 깨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 부부의 사랑의 방식은 물론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언제 어긋날지 모른다는 불안함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상희의 희생적인 사랑에 눈시울을 붉히며 책을 읽어내려 갔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감동 못지 않게 후련하지 않은 답답함이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희망적인 미래를 조금은 암시하는 듯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