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유해의 각 부위와 그 활용

 

 

관능적인 입술의 실체

 

 

 

 

사체의 부위별 용도는 부실한 심장 판막이나 손상된 인대를 대체하는 정도로 한정되지 않는다. 다소 믿기 어렵겠지만 인체의 각 부위는 미용 업계로 많이 흘러들어 간다. 통계를 보면 영국의 일반 여성들은 미용 제품 구입과 미용 관리를 위해 평생 18만 2,528파운드(약 30만 달러)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치과 진료 및 성형 수술 부문을 제외한 수치). 설문에 응한 여성 500명은 이 금액 중 약 1천 달러를 매년 얼굴 미용과 노화 방지 관리에 지출한다고 답했다. 입술 확대나 주름제거를 위한 콜라겐 주입은 더 이상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입술 확대 시술은 성형 수술치고는 비교적 저렴하게 느껴질 법한 400달러에 불과하다. 딸기 빛으로 물든 도톰한 입술로 관능적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잇는데, 시도해볼 만한 가격이지 않은가?

 

콜라겐은 피부와 뼈, 힘줄 및 기타 결합 조직에서 채취되는 구조 단백질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소와 돼지에서 추출한 동물성 콜라겐을 이용하여 수술용 봉합사(상처나 짼 부위를 꿰매는 실)를 제작해왔다. 그러던 중 1976년 스탠퍼드 대학의 생화학자들과 의사들이 정제된 동물성 콜라겐으로 손실된 조직을 대체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그 후 성형외과 의사들은 여드름 흉터 충전이나 주름 완화, 입술 활대 등 미용 시술에 콜라겐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콜라겐 주입 시술을 받은 사람 중 약 3퍼센트는 소에서 추출한 이 같은 물질에 대해 부작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영원한 청춘을 갈구하던 사람들은 시신 기증자의 시체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새로운 대안으로 삼았다.

 

 

 

 

연인의 입술에 죽은 이의 줄기세포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잠시 불쾌해질 수도 있겠으나 이식재료가 자발적으로 기증된 것임은 물론 의학적으로 안전한 물질이라는 사실은 안도감을 준다. 한편, 모든 콜라겐 시술이 의학적 안정성과 기증자의 동의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5년 9월 《가디언Guardian》지가 보도한 바로는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는 미용 제품에 처형당한 중국인 죄수들과 낙태된 태아에서 얻은 콜라겐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윤리적 의구심이야 당연히 뒤따르겠지만 이를 차치하고라도, 부도덕한 방식으로 조달된 장기와 마찬가지로 처형수와 낙태된 태아를 통해 추출한 콜라겐 역시 심각한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기증자에 대한 어떠한 건강 검진도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수혜자가 간염이나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전문의들은 콜라겐 주입 시 류머티즘성 관절염, 전신 홍반성 루푸스, 피부 근염, 다발성 근염(마지막 두 질환은 근육 조직의 파괴를 수반함) 등 자기면역 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입술을 가질 수 있다 해도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면, 너무 큰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죽음이 항상 따분하고 적적한 것은 아니다.

 

 

*참고자료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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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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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역사, Introduction

낯빛이 불그레한 사람의 시신을 취하라

“낯빛이 불그레한 사람의 시신을 취할 것이며 …… 질병이 아닌 혈투를 사인으로 하고, 사망 당시 24세가량으로, 피부는 흉터 없이 깨끗해야 하며, 갓 매장된 시신이어야 한다. 입수한 시신은 일단 맑은 날을 택해 하루 밤낮 동안 달빛 아래 둔다. 그런 다음 근육이 잘 발달한 부분의 살점을 잘라내어 몰약 가루와 약간의 알로에 분말을 뿌리고, 물에 담가 부드럽게 해서 아주 건조하고 그늘진 곳에 살점을 각각 걸어두고 말린다. 잘 말린 살점은 훈제 처리한 고기와 비슷한 형태이며 냄새도 풍기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슈뢰더를 식인종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는 사실 저명한 약학자로 비소가 일종의 원소임을 최초로 알아챈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낯빛이 불그레한 사람의 송장’ 조제법을 직접 실행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으나, 당시 유럽에서는 인체의 각 부위를 활용하여 조제한 약제가 흔히 소비되었다.

 

죽음, 두려움과 미신

곧 살펴보겠지만, 죽음은 두려움과 미신의 소재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먼 옛날 자신의 유해가 종국에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우려했던 이들은 조기 매장(premature burial)과 시신 약탈자, 해부학자의 칼끝과 같은 불상사를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그런가 하면 그때보다 기술이 발달하고 법과 윤리가 확고하게 정립된 시대라고 해서 죽음에 대한 불안과 집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기 매장에 대한 두려움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서 심지어 어떤 이들은 행여나 훗날 지하 6피트 아래에서 깨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고자 자신의 무덤 속에 충전된 휴대전화를 함께 넣어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전히 시신 약탈자를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판 시신 약탈자들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의료업계 연구원과 생의학 조직 업체 직원, 전위 예술가, 성적 일탈자 등이 여전히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시신 혹은 그 일부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난 사체들은 암시장으로 흘러들기도 하는데 사체 거래는 일종의 대규모 사업으로 암암리에 성행한다. 장례 관련 사업만 하더라도 영국 내에서만 매년 10억 파운드의 수익을 올린다. 이는 연간 60만여 명이 사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4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매년 240만 명이 사망함에 따라 장례 분야 종사자가 10만 명 이상에 달하고, 연간 110억 달러의 수익이 창출된다. 관 제작 업체와 플로리스트(florist), 방부제 제조업체, 묘지 업체, 보험사, 상담원, 화장 업체(영국은 약 200여 곳, 미국은 거의 2,000여 곳이 성업 중) 등이 사람들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면, 장례 전용선은 화장된 유해와 유족을 싣고 바다로 나가 유해가 뿌려질 수 있게 한다. 한편, 생의학 업체 측에서는 유해의 각 부분을 거두어들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생체 조직 업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개념은 흔히 ‘마지막 금기’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한편 인류가 가장 큰 집착을 보이는 대상이기도 하다. 매체를 통해서도 익히 소개된 바와 같이 과학자들이 범죄 현장에서 단서로 섬뜩한 흔적들을 채취하는 것이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안락사와 장기 기증을 비롯하여 나노 기술과 유전 공학을 이용한 죽음의 정복(10장), 불멸의 ‘포스트 휴먼(posthumans)’족 탄생과 연관된 ‘초인주의(trashumanism)’는 언제나 윤리적 이슈의 중심이 된다. 오늘날에는 deadoraliveinfo.com, findadeath.com, findagrave.com 등의 다양한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이러한 ‘금기’ 대상에 대한 음울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

이 책은 죽음의 역사에 대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 발달사를 살펴본다.

 

*reference

 

죽음의 역사

*written by so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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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사망 진단의 문제점

 

 

 

 

 

조기매장에 대한 공포는 대개 정확한 사망 진단의 어려움으로 조장된다. 역병, 콜레라, 장티푸스 및 발진티푸스와 같은 온갖 질병은 모두 현대 의학이 발달하여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해지기 전가지 당시 유럽에서 자주 발병했으며, 흔히 사망 징후로 간주되는 혼수상태와 심장 박동 및 체온의 저하를 동반함에 따라 당대의 저명한 전문의들조차 종종 진단에 혼돈을 느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사망을 진단하고 사망 징후를 보이는 환자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검사법을 고안했다. 로마의 백부장(켄투리온, 로마 군대 중 100명으로 된 조직의 우두머리)은 십자가형을 받은 희생자를 유족에게 내어주기 전, 창으로 시신을 찔러 사망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확인 절차는 조기 매장을 예방해보려는 선의에서 비롯된 행위는 아니었다. 단지 그들은 당시 유대인 여성이 맨드레이크 와인에 적신 스펀지로 십자가형을 받아 죽어가는 남편이나 자식을 닦아준다는 사실을 훤히 꿰고 있었을 따름이다. 맨드레이크 와인 성분은 감각을 무디게 해서 고통을 덜 느끼게 하고 마취 기능까지 할 뿐만 아니라 사망과 흡사한 상태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수의 운 좋은 희생자가 맨드레이크 와인 기운이 가신 후에 다시 소생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로마인은 시신을 꼼꼼히 씻기는 등 인체 손상이 덜한 방법을 활용했다. 이렇게 시신을 씻기는 행위는 실제로 여러 문화권에서 중요시되어온 의식이다. 고대 그리스 및 로마에서는 시신을 깨끗이 문질러 씻기고 향수를 뿌린 다음 흰 옷을 입히고, 8일간 ‘praeficae'라는 한 무리의 로마 여성들이 시신 주변에서 고른 음정으로 시구를 읊고 애도하며 곡을 했다. 이러한 행위를 소명의식(conclamatio)이라 칭했으며, 이는 곧 ’clamour(항의, 요구 사항 등을 큰 소리로 부르짖음, 외침)‘라는 단어의 기원이 되었다. 시신을 정성껏 닦고 주변에서 큰 소리를 내는 행위는 행여나 살아 있을지 모르는 육신을 깨우기 위함이었다. 9일째가 되도록 아무런 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시신은 화장터나 묘지로 보내졌다. 소명의식은 나름대로 과학적 타당성을 수반한다. 즉 알려진 바로는 마사지와 목욕 등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심박과 혈액순환이 촉진되므로 죽은 사람이 깨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시신을 공들여 씻기는데, 대개는 24시간 안에 매장이 이루어지므로 이는 중요한 의식으로 간주된다.

 

 

 

19세기 중반 유럽의 병리학자들은 인체에서 관찰되는 변화를 세 단계로 나누어 사망을 진단했다. 첫 번째 단계는 사후 강직으로, 사망 시점에서 한 시간 안에 신체근육이 점차 뻣뻣하게 굳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사후 냉각으로, 시신은 서서히 차가워진다. 사망을 알리는 세 번째 단계는 시반으로, 신체에서 납빛에 가까운 적자색 반점이 관찰되는 것을 뜻한다.

 

부패가 진행됨과 동시에 근육은 곤죽이 되고 경직이나 반점 현상도 사라진다. 부패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사후 24시간에서 28시간 사이에 우측 하단 복부가 온통 엷은 녹색으로 물들고, 이어서 온몸이 붓기 시작한다. 이렇게 붓는 현상은 미지근한 액상 배설물이 들어있는 대장 위쪽의 작은 주머니 모양 맹장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동물군이 일으킨다. 살아 있는 인체라면 면역 체계에 포함된 백혈구가 박테리아 동물군을 통제하지만, 사후 2~3일이 지나면 백혈구도 사라지고 박테리아가 급증하여 증식하다가 마침내 장벽을 뚫고 터져 나온다. 장을 탈출한 박테리아는 복부와 정지 상태의 순환계를 떠돌고, 이 박테리아가 탈산소 혈액과 반응하여 가스를 생성하는데 이때 기존의 혈관을 다라 깃털 형태의 푸르죽죽한 흔적이 생긴다. 4~5일이 지나면 이러한 흔적이 검은 반점으로 변해 넓게 퍼지는데, 얼굴을 시작으로 온몸과 팔다리로 번진다. 박테리아가 유발하는 가스는 몸통을 붓게 하는데, 이와 동시에 눈과 혀는 튀어나오고 입술이 퉁퉁 부어오르며 가슴과 생식기도 부푼다. 분명히 매력적인 외양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망이 확실시되어 이제는 마음 놓고 장례를 준비해도 될 단계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죽는다는 건 참으로

 

지루하고도 쓸쓸한 일이다."

 

 

*참고자료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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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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