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정치학>제2장

커피, 상품, 위기

 

쓴 커피: 글로벌 가격 위기

국제 커피가격(‘C' 가격)은 뉴욕의 커피, 설탕, 코코아 거래소에서 상품 거래자들이 결정하는데 이 시기에 1킬로그램 당 2달러에서 3달러 사이에서만 변동했기 때문에(브라질에서 서리 때문에 가격이 폭등했을 때만 제외하면) 전 세계 커피 재배 농민들은 농작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다. 디컴과 루팅거는 이렇게 설명했다. “ICA는 앞서 있었던 어떤 조직보다 효율적으로 커피 거래를 규제했다. ICA의 규제 시대엔 비교적 높고 안정적인 커피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커피를 생산해 본적이 없거나 있더라고 그 양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열대 국가에게 커피 생산이 국가 개발을 보장하는 가능성으로 여겨졌다.” 하룻밤 새 전 세계 커피 재배 농민들은 자유시장의 힘에 노출됐고 그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1992년 생산국들이 비축물량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1킬로그램 당 1달러까지 수직 하락했다(자료 1 참고). 그리고 전 세계 커피 공급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하는 소규모 커피 농민들은 예상대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소득이 70퍼센트 급감하자 멕시코 소농들은 밭을 버리고 아예 커피 재배 지역을 떠났다. 인류학자 파올라 세시아Paola Sesia는 커피로 생계를 이어갔던 오악사카의 치난틀라 지역에서 아동 영양실조와 집단이주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커피 가격하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커피 가격의 폭락, 농민들의 삶을 피폐화시키다

농민들이 소득의 대부분을 커피에 의존하는 것처럼 많은 국가들도 그렇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대부분이 외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커피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보다 규모가 큰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소득의 상당 부분을 커피에 의존한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3억 3천만 달러(GDP의 70퍼센트)였던 커피 수출액이 1999년과 2004년 사이에 1억 6500만 달러(GDP의 35퍼센트)로 급감했다. 커피가 전체 수출액의 55퍼센트를 차지하는 우간다는 1990년대 후반 빈곤국 외채경감Highly Indebted Poor Countries(HIPC) 전략 아래 성공적으로 부채를 감면받고 취학률과 건강관리, 영양섭취 면에서 개선을 이뤄왔다. 하지만 부채감면을 통해 얻은 혜택으로도 상쇄하지 못할 만큼 커피를 팔아 벌어들이는 외화소득이 줄어버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UNCTAD)의 루벤스 리쿠페로(Rubens Ricupero)의 표현에 의하면 “HIPC의 성공 케이스였던 아동들은 HIPC가 시작되기 전으로 후퇴했다.” 이런 모든 현상이 최근 커피 가격 폭락이 남긴 결과다. 커피 생산 농가의 빈곤과 영양실조가 증가했으며, 외부로의 집단 이주가 발생했고, 다양한 환경의 그늘재배 커피 밭이 버려지고 파괴됐으며, 농장 노동자의 실업과 기근이 만연해졌다. 이런 결과가 광범위한 관련 경제 분야에 미친 파급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2004년 이후 시장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단기적인 가격 상승으로는 숲에 나무를 되살릴 수 없고 이주로 인해 파괴된 지역 공동체를 복구하기 어렵다. 커피가격 위기로 인한 인간적, 생태적 파괴가 커피 생산국 전체에 미친 영향은 다음 수십 년까지 어쩌면 몇 세대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가난한 국가들의 경제가 대부분 1차 상품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그들은 가격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국가는 서로에 대한 상호호혜적인 책임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정무역은 반드시 올바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정무역은 진행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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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커피의 정치학>

Edited by So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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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정치학>제1장

사회 운동인가, 시장 활동인가?

 

시장의 논리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공동체적이며 본질적인 욕구가 있다. 시장 논리를 뛰어넘는 중요한 인간적 욕구다. 본질적으로 사거나 팔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상품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시장 숭배를 초래할 위험을 가지고 있는데, ‘시장 숭배’란 본질적으로 단순한 상품이 아닌, 상품이 될 수 없는 상품의 존재를 외면하는 것이다. 

1991 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 <백주년Centesimus Annus> 중

 

 

공정무역의 역사

 

커피가 최초의 공정무역인증 작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협동조합과 솔리다리다드가 하나로 힘을 합쳐 노력했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무역 커피가 성장하고 성공을 거듭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매년 700억 달러 어치가 거래되는 커피의 세계적 영향력과 2000만에서 2500만에 이르는 전 세계 영세농민 가구에게 가장 돈이 되는 작물로써 그 중 많은 가구들이 비교적 쉽게 커피를 자급(식용) 작물과 함께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또한 여러 측면에서 이상적인 공정무역 작물이다. 다시 말해, 커피는 추수되는 시점에서 분쇄되는 순간까지 다른 재료와 섞이지 않고 독립적인 상품으로 남아있으며 비교적 적은 가공 단계를 거치고 다른 상품처럼 여러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다. 게다가 잘 상하지도 않고(생두, 즉 로스팅 이전 단계일 경우 커피콩은 일 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소규모 농민들이 소유한 작은 밭에서 재배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생산자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대강 그려볼 수 있고 정확하진 않더라도 아침에 마시는 공정무역인증 커피가 민주적으로 조직되고 공정한 대가를 받은 커피협동조합 소속의 농부가 재배한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상품에 인격을 부여하고, 상품이 생산된 사회의 환경과 생산자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공정무역의 능력이자, 공정무역운동이 지닌 도덕적 우위의 핵심이다.

 

 

 

공정무역과 시장에 관한 다른 비전

 

공정무역은 주로 북반구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불평등한 세계 무역 시스템과 불공정한 무역 조건에 시달리는 남반구의 생활물품 생산자들의 삶을 비교하여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는 부분적으로만 정확할 뿐, 공정무역의 본질, 목표, 실행에 관해 커지고 있는 운동 진영 내부의 뿌리 깊은 의견차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 공정무역에 대한 철학과 공정무역 사슬의 위치에 따라 여러 참여자들은 공정무역을 '시장을 깨부수는 market-breaking' 움직임, '시장 개혁market-reform' 세력, '시장 접근market-access‘ 메커니즘과 같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런 차이점은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문제 이상을, 다시 말해 거대한 세계시장과 자유무역 정책에 대한 대안무역의 관계 개념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통 공정무역 운동을 구성하는 복잡한 연대 속에서 이런 부조화는 공정무역의 실질적 진행의 전술과 전략에 있어서 의견 차를 거의 숨김없이 드러나게 한다. 일부 활동가들에게 공정무역의 진정한 가치는 시장 논리 자체를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오래된 불공정함을 바로잡는 데 있다. 불공평한 무역조건, 보호 관세, 품질 기준 등 여러 장벽들이 결합되어 오래 동안 남반구의 여러 규모의 농민들이 수익성이 좋은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은 엄청난 지원금을 받은 덤핑 상품, 말도 안 되게 싼 식료품과 소비재가 해외로부터 밀려 들어와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을 삶을 파괴하지는 않는지 감시한다. 그렇다면 이런 관점에서 무역 정의란 남반구 생산자들에게 그 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북반구 시장에 대한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남반구의 여러 생산자 단체들, 그리고 그들과 일하는 몇몇 ATO, 영리 목적으로 공정무역을 하는 기업과 여러 인증 기관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현재의 공정무역,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금의 공정무역 시스템은 이런 경고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화된 방법이 없다. 글로벌 무역 체제는 불공평한 무역(불공정한 가격, 접근 불가능한 신용거래, 부도덕한 중간업자)의 결과와 정책적, 이념적, 구조적으로 뒷받침되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불공정한 경제에 대해 공정무역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이런 글로벌 무역 체제를 종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공정무역은 결국 시장을 개선하는 작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축소될 것이다. 모든 무역을 공정하게 만들자는 시바의 도전에 대해 공정무역은 의미 있는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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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커피의 정치학>

Edited by So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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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의 본질적인 모순 : 사회정의 vs. 자본주의

공정무역의 심장부엔 본질적인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정의를 이루고 전 세계 소규모 농민들을 빈곤하게 만드는 불공정한 무역 조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공정무역 운동이 이런 불평등한 환경을 양산해낸 바로 그 시장의 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공정무역은 사회운동과 대안적 시장구조가 양립하는 혼합체인 것이다. 공정무역 운동의 주된 목표는 유통 사슬을 단축하고,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무역 관계를 맺는 것이고, 이런 관계는 주로 남반구의 빈곤한 농민들과 북반구의 적극적인 소비자들 노력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 공정무역 운동가들은 무역 사슬을 좀 더 짧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에서 더 많은 비율을 농민들(생산자라고 부르기도 하는)이나 아니면 커피를 재배하거나 바나나를 따는 일꾼들에게 직접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무역 시스템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업체와 수입업체, 브로커 같은 중개업체나 중간상인을 건너뛰게 되는데, 이 중간업체들에선 보통 나무와 밭, 혹은 농자에서부터 커피숍이나 식료품점에 진열될 때까지 각 사슬마다 몫을 챙긴다. 창립에서부터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용어는 민주적으로 조직된 농민 조합이나 장인 조합에서 상품이 생산된 것임을 증명했다. 일부 작물에 한해서 현재 ‘공정무역’은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형 농장에서 유급 인부들이 수확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정무역의 조건을 알아봅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상품이 ‘공정한’ 조건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거의 이십년 전 유럽에서 공정무역이 처음 시작된 이후로 공정함을 인증하기 위해 인증마크를 사용해왔다. 제3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인증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 생산자들은 여러 가지 기준을 따라야한다. 공정무역 단체에 따라 어느 정도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생산자들에게는 최저(바닥) 가격을, 인부들에게는 공정한 임금을, 지역사회에는 사회발전 프리미엄을 보장한다.

● 생산자들에게 선금을 지급한다.

● 생산자 조합이나 농장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한다.

● 계약과 무역관계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한다.

●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산기법을 사용해야한다.

● 공적 의무를 다하고 재정적 투명성을 유지해야한다.

● 생산자들에게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제공해야한다.

● 안전하고 노동력 착취 없는 노동환경이 유지되어야한다.

 

구매자들은 생산자들에게 최저가격(기본 가격이나 바닥 가격이라고도 한다)을 의무적으로 지불해야하고, 이를 통해 생산자들은 생산비용을 충당하고 불안정한 시장가격 변동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구매자들은 또한 ‘사회적 프리미엄social premium'을 추가로 지불해서 학교나 도로, 의료시설처럼 공동체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적으로 제공하고, 유기농 인증 상품에 대해서도 별도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한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이뿐만이 아니다. 구매자들은 반드시 수확물에 대한 일부 금액을 사전 지급하여 농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빚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상품은 반드시 민주적으로 조직된 조합이나 단체, 농장에서 생산되어야하며, 재무정보 또한 투명하게 관리해야한다. 또한 생산자와 구매자는 장기적 계약이나 무역관계를 체결하여 농민들의 경제적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환경적으로 무해한 생산기법을 사용해야만 한다. 바나나와 찻잎처럼 임금 노동자들이 기업형 농장에서 생산하거나 소규모 농민이 자신의 밭에서 재배하는 일부 농작물에 한해, 공정무역 인증기관들은 다른 ’방식modality‘의 인증제를 개발하여 사유지와 기업형 농장에 대해서도 인증을 내주기로 했다. 이런 형태의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저생활비의 지급과 적절한 노동환경에 대한 규정, 독립적 노조나 노동자 단체의 수립과 같은 기준을 따라야한다.

 

공정무역의 혜택

우리는 직접 구매하고, 수확 전에 선금을 지불하며 항상 최저가격을 보장하기 때문에 우리와 거래하는 생산자들은 빈곤의 고리를 끊을 기회를 얻게 되고, 이러한 경제적 혜택을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농가들은 커피뿐만 아니라 대안적인 환금작물과 식용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고, 해로운 화학 첨가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며, 후손들을 위해 땅과 토양을 보존하고 텃새와 철새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공정무역의 혜택은 다양합니다. 생산국의 농민들에서부터 미국의 대학에서 환경을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공정무역의 개념과 실천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대안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죠. 이것은 일종의 연합체로 토착민들의 환경적, 경제적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 남․북반구 간의 무역관계를 바로잡고, 미국의 정책과 대중의 간격을 좁혀서 공정무역에 진입하고 있는 더 큰 세계 공동체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지지자들은 공정무역이 단순히 좀 더 공정한 가격이나 최저생활비를 보장하고, 시골지역의 빈곤을 끝내고, 지속가능한 농법을 도입시키고,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하고, 식량안정성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욱 평등한 국제 시장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서론에서는 전반적으로 공정무역이란 무엇인지, 그 혜택을 살펴본 후, 그 너머에 있는 공정무역의 모순과 문제점을 시작합니다. 과연 어떠한 문제점이 숨겨있는 걸까요? 커피의 정치학과 함께 공정무역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여행을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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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커피의 정치학>

Edited by Sophia

커피, 자본주의, 공정무역, 사회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