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정치학>제8장
 "Mejor, Pero No Muy Bien Que Digamos"

공정무역의 한계

 

거의 다들 동등해요, 그래서 차이를 느낄 수가 없죠.

야가빌라 농민 후안

 

공정무역을 통한 농민들의 체감 혜택과 불만

앞 장들에서 공정무역의 이점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으니, 이제는 한 걸음 물러나 공정무역이 실제로는 어느 정도로 참여 농민들의 생계를 개선시키고 있는지 알아볼 차례다. 공정무역은 지지자들의 말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빈곤한 소규모 농가들의 생계에 눈에 띌 정도의 도움을 줄까? 누가 그늘커피 밭과 공유지를 통틀어 생물 다양성이라는 중요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을까? 과연 공정무역의 한계는 무엇일까? 우리는 앞에서 미치사 조합원들이 훨씬 더 많은 커피가격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높은 생산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어떤 이유로 생산자들은 미치사 가입을 주저하고, 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 모두 공정무역 농가들이 더 잘 산다고 생각할까? 난 이 질문을 린콘 주민들에게 직접 던져봤다. 일부 미치사 조합원들에게 그 격차는 별로 대단치 않았다. 로돌포는 이렇게 말했다. “미치사에 가입하면, 코요테한테 돈을 주지는 않아도 되죠, 하지만 그것 말고, 엄청난 수수료 그러니까, 유기농이며, 공정무역, 검사비, 인증비를 내야합니다.” 십이 년 간 야가빌라의 미치사 조합원이었던 헤수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치사와 상인들이 주는 가격의 차이는 크지 않아요. 미치사는 요구하는 게 더 많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리죠. 우린 10퍼센트쯤 더 받아요.” 4년차 조합원인 페르난도는 이렇게 말했다. “대충 먹고 살게는 해주는 수준이에요. 우린 구획지에 모소도 고용해야하니까, 그게 돈을 거의 다 잡아 먹어버려요.” 또 파우스토는 “다 똑같이 죽쑤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조합원들 역시 비용과 혜택의 문제를 나란히 언급했다. 내가 유제니아에게 공정무역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소득을 어떻게 사용하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공정무역 때문에 커피 밭에 추가비용이 들어가잖아요.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봐야죠. 추가로 잡초도 제거해야하고 모소도 고용해서 수확도 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 인건비가 포대 당 40페소나 들어가요.”

 

“공정무역이 더는 요구할 수 없다"

마을 단위와 가구 단위의 공정무역 생산자들의 환경은 많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Equal Exchange Coffee라고 인쇄된 제품을 집어 드는 소비자들은 “우리가 거래하는 파트너들은 빈곤의 사슬을 끊을 기회를 얻고 경제적 선택권을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됩니다”라는 문구를 읽게 되지만, 대다수의소규모 공정무역 생산자들이 그렇듯 린콘의 미치사 조합원들 역시 여전히 빈곤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이들이 전통적 생산자들보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빈곤한 상태이다. 공정무역 농민들은 2004년 파운드 당 71센트를 받았고(2005년 시장이 반등했을 때 이보다 약간 더 받았다), 전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사람들은 여기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다. 이 액수는 공정무역 기본 가격인 파운드 당 1.41달러보다 낮은 금액이고, 아주 효율이 높은 생산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순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 농민들은 다른 공정무역 생산자들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미치사는 수확한 커피 중 아주 높은 비율을 공정무역 가격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낮은 가격의 비공정무역 커피 판매가 전체 소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전체 커피 시장에서 가장 혜택을 받고 있는 소규모 농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아직도 손해를 보거나 겨우 본전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무역의 불공정함”

마르티네스의 주장대로 우린 공정무역 제도에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일까? ‘도덕적 채무’를 갚기 위해서는 먼저 공정무역 최저가격에 대한 비판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커피의 기본 가격(미국에서 현재 일반 커피는 파운드 당 1.26달러에, 유기농 커피는 1.41달러에 거래된다)은 1988년 처음 설정된 이후로 딱 한번, 파운드 당 6센트가 오른 것이 전부이다. 미치사 사무실에서의 대화로 다시 돌아와 보자. 콘트레라스 디아스는 미치사가 공정무역 시장에 참여한 이후로 조합의 운영비는 물가상승분으로 인해 세배나 상승한 반면, 최저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로 인후스토 델 코메르시오 후스토lo injusto del comercio justo'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다시 말해 공정무역 내부의 불공함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나에게 공정무역 상품 사슬에 관련된 다양한 참여자들 간의 소득 분배 구조를 당장 재고해야한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엔 공정무역 가격은 전혀 공정하지가 못해요, 거의 20년 전에 정한 가격이니까요. 20년 간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바꿔 말하면, 공정무역이 생산자들을 얼마나 우선시 했나요? 이 업계에서 대부분의 수익은 생산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생산자에게서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의 손에 떨어졌어요……소비자들한테 돈을 더 내라고 할 게 아니에요, 왜냐면 이미 충분히 내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조사해봐야 하는 건 수입 업체나 로스팅 업체들이 얼마나 버느냐 하는 겁니다. 내 생각에 [공정무역] 단체들은 이 부분의 간극을 조사해봐야 합니다.

커피의 정치학 바로가기

Reference : <커피의 정치학>

Edited by Sophia

커피, 정의, 공정무역, 체감

<커피의 정치학>제7장

악마와 함께 춤을?

 

스타벅스는 공정무역에서 한참이나 뒤쳐져 있다.

스타벅스 영국 대변인 야스민 크라우더Yasmin Crowther

 

스타벅스, 공정무역인증 커피 판매를 약속하다

조셉 콘트라레스Joseph Contreras와 윌리엄 언더힐William Underhill <뉴스위크Newsweek>

2000년 4월 스타벅스가 운동가들의 요구에 두 손 들고 미국 전역의 2300개 매장을 통해 공정무역인증 커피를 판매하기로 합의했을 때, 글로벌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 공정무역 프로그램 디렉터인 데보라 제임스Deborah James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3세계 농민들의 위대한 승리다. 이번 구매계약으로 가난한 나라의 수천가구 농민들은 소득이 세 배로 늘어날 것이다.” 과장된 면도 있긴 하지만 스타벅스의 결정이 일종의 전환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공정무역은 소비자들을 움직여 고급 커피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기업 커피숍 문화의 아이콘인 스타벅스가 세계 커피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퍼센트 이상이다. 이런 스타벅스를 항복시켰다면 업계 전체의 전환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거대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선별 교섭’을 벌였던 노조들처럼, 공정무역 단체들은 고급 로스팅 업자들이 스타벅스와 같은 거대기업의 뒤를 이어 매장에 공정무역 커피를 들여놓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다. 더 나아가 커피시장의 진짜 주류인 폴저스나 맥스웰하우스 같은 대중적인 캔커피 브랜드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더 이상 꿈이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항복이라는 전환점 이후 공정무역 운동가들은 그동안 원했던 것을 대부분 얻었다. 하지만 전부 다는 아니었다. 이번 장에선 최근 공정무역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발생한 공정무역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뚜렷하게 구별되는 성격을 지닌 두 개의 공정무역 유통업체 그룹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들 그룹은 같은 경쟁시장에 참여하지만 시장과의 관계에 있어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각각 운동지향적 성격의 공정무역 기업과 최근 공정무역 시장에 뛰어든 대형 다국적 기업으로 그 차이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기업들에게 공정무역 인증 라벨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참여기업들의 조건을 설정하는 인증기관들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들의 논쟁은 단순히 서로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을 넘어, 인증의 의미 그리고 운동 자체의 의미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공정무역을 통한 이익, 농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나?

공정무역 운동가들의 목표는 대형 로스팅 업체들에게 압력을 가해 그들을 시장에 끌어들임으로써 공정무역에서 고급커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이 열매를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스타벅스가 마지못해 글로벌익스체인지의 요구를 수용한 이후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체 커피 판매량에서 공정무역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퍼센트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커피는 대개 홀빈whole-bean 형태다. 그것도 1년에 몇 차례 이런 홀빈을 추출해 ‘금주의 커피’로 판매하는 게 전부다 보니 스타벅스 매장 진열대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천만 파운드는 무시하지 못할 양이다. 실제로 스타벅스가 약속을 지키기만 한다면 미국에서 거래되는 공정무역인증 커피의 4분의 1이라는 최대 규모의 구매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잔에 물이 반밖에 차지 않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니면 반이나 찼다고 표현해야 할까? 스타벅스는 자체 공급량의 20퍼센트, 30퍼센트 또는 50퍼센트까지 공정무역 커피 비중을 늘리겠다고 말하면서 어째서 이렇게 뜸을 들였을까? 그 대답은 분명해 보인다. 높은 공정무역 커피 가격으로 인해 비용이 인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답변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이미 고품질 아라비카 커피에 높은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해왔다. 아라비카 커피의 평균 가격은 1파운드당 1.20달러로 비유기농 공정무역 커피 가격 1.26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커피 가격의 대부분이 중간업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마가렛 레비Margaret Levi와 에이프릴 린튼April Linton은 이렇게 말한다.”기업은 공정무역 커피의 기본 가격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구매한 커피가 먼 길을 따라 시장에 도착하면서, 영세농민들과 농장 근로자들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공정무역인증과 착한 기업을 동일시하지 마세요!

스타벅스 제품 중 공정무역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0개 중 3개에 불과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진정으로 공정무역 모델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는 기업이미지와 공정무역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것 같다. 구매하는 양은 고작 몇 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스타벅스는 큰 기업 규모와 광고수단을 앞세워 공정무역 개념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왔지만, 실제로 공정무역을 위해선 최소한의 노력만을 쏟을 뿐이다. 이에 대해 사회학자 마리 르나르Marie Christine Renard는 "스타벅스 제품 중 공정무역 인증마크 요건을 통과할 수 있는 건 한 개뿐이지만, 스타벅스는 라벨의 긍정적인 가치와 기업 이미지를 결합해 혜택을 얻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커피의 정치학 바로가기

Reference : <커피의 정치학>

Edited by Sophia

커피, 착한소비, 스타벅스, 공정무역

<커피의 정치학>제6장 땅 파서 먹고 지내기

식량 안정성과 인구 이동

 

아주 많은 커피를 팔아도 그들이 주는 돈은 아주 적어요. 이건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빵을 달라고 하지만 우린 줄 수가 없어요.

테오틀라스코의 생산자, 아델라이다Adelaida

 

“Dependency Of the Stomach” : 식량 안정성

2003년 린콘에서 전통 커피 시장에서 1킬로그램 커피는 5년전의 4분의 1에서 6분의 1 정도의 가격이 나갔다. 갑자기 식비를 50%에서 75%를 삭감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고 그런 선택이 의미하는 고통을 생각해 본다면 커피 가격의 급락이 한 가구의 식생활에 어떤 여파를 미쳤을 지 생생하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가 소비를 위한 작물의 이용으로 이런 뜻밖의 타격이 주는 충격을 다소 완화시켜줄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식량 안정성라는 개념은 전세계 기아와 가난을 분석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유의미한 도구가 되어 왔다. 이런 접근법은 영양섭취에 중점을 두지 않고 식량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농업이 어떻게 편성되어 있으며 농가가 식량을 소비하고 생산하는데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용어에 대한 정의로 가장 적절한 것은 UN의 식량농업기구 (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의 말이다. “식량 안정성은 능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어느 때고 선호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안전하고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물리적, 경제적 접근성이 확보된 상태다.” 식량 안정성에 대한 중요한 접근 방법은 인도의 경제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Amartya Sen)이 개발한 것이다. 식량과 기아 문제에 관한 다른 선구자적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센은 기아를 일으키는 진정한 원인은 식량의 공급이 불충분하기 때문이 아니고 기아를 영속시키는 정책과 가난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혜권’이라고 설명한 개인의 (또는 한 가구의) 식량 접근성을 재고하는 경제력과 관련해서 식량 안정성을 설명한다.

 

제3세계 국가의 농민들의 현실

요약하자면 자가 소비를 위한 농사와 환금 작물의 농사 사이의 갈등은 가격 파동의 시기에 특히 도드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미치사 회원들은 전통 생산자와 같은 수준으로 밀파 경작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들은 공정 무역을 통해 높은 가격으로 농산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커피 생산을 강화할 동기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설을 강화시키는 것이 공정 무역가들이 만들어 낸 비전이다. 이들은 커피 가격이 뒷받침해주기만 하면 커피 경작의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 “만약 돈이 있다면 밀파는 그냥 내버려 둘 겁니다.” 페르난도의 말이다. “조금 파종을 할 지도 있겠지만 커피 농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거예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이는 공정 무역 커피 판매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일년 내내 커피 판매의 이윤을 분배받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 이 지역의 그 누구도 사치를 누리며 살고 있지는 못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양적으로 결핍된 식사를 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하지만 린콘 지역에서 독립적인 커피 생산 단체에 속해 있는 농가들은 보다 높은 식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신들과 자신들의 자녀들이 섭취할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공정 무역에 참여한데서 얻는 이득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커피의 정치학 바로가기

Reference : <커피의 정치학>

Edited by Sophia

공정무역, 커피콩, 제3세계, 인구이동, 식량안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