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스피드]는 유쾌한 소설이다.
비뚤어진 세상을 한번 뒤집어 보려는 듯한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에 억눌려 이도저도 못하는 우리들의 스트레스를 잠시 날려버려준다.

한 여고생이 있었다. 그 소녀는 모범생이었고, 명문 여고를 다니며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한 사건에 깊숙히 개입하게 되었고,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고 인식과 생각이 변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다시 자기 주변의 사회를 바꾼다.

이 책은 일반적인 성장소설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아직은 미숙한 한 아이와 그를 성장시켜줄 스승들과의 우연한 만남, 복싱을 가르쳐주는 '박순신', 운전을 가르쳐주는 '아기', 그리고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미야가타' 그리고 그 사람들과 커다란 적대적 존재를 통해서 시련을 겪고, 그리고 그 시련을 극복한다.

보통 이런 평범한 플롯으로 구성된 소설들이 그 나름의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토리나 플롯 그리고 또 다른 작가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가네시로 가즈키에게는 속도감과 소소함 속에 무개감을 담아내는 장점이 있었는 듯 하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속도감 있고 유쾌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다. 아직 그의 소설-'더 좀비스'가 그 주인공인 소설들-중 읽어 본 것은 [스피드] 밖에는 없지만 종종 현실이 답답하고 울적할 때 그 스트레스를 날려보내줄 그의 책들을 미리 준비해 둬야 겠다.

어스시의 이야기, 작가는 머릿말에서 이 이야기들은 이제 끝이난 줄 알았던 어스시의 이야기들이라고 말한다. 어스시의 세계는 테하누에서 끝을 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돌아 본 어스시에는 그 동안 많은 사건들과 사람들이 있었다고, 자기는 그 이야기를 하게 된 것 뿐이라고 말이다. 역시 르귄의 말은 재밌다. 뭐 덕분에 게드의 팬인 필자에게는 어스시의 세계를 다시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고 말이다.

책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중편 두 편과 단편 세 편으로 그 구성이 이루어져 있다. 대략 시대 순으로 이야기는 놓여져 있다. 다섯 가지 이야기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어스시의 이야기들이라는 것(^^:)과 한 인물을 통해서 그 이외의 사건들을 바라본다는 점이 같을 것이다. 어스시의 마법사가 게드, 테나, 아렌, 테루를 통해서 각 이야기들을 진행시켰던 것과 비슷한 형식으로 여기서도 메드라, 금강석, 오지언의 스승 헤레스, 오탁, 이리안 이 다섯 사람을 통해서 다섯 가지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건은 전개되고 사람들은 모이고 흩어진다.

필자가 어스시의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세상과 그 세상에 대한 다른 가치관이 아름다운 언어에 의해서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다른 판타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화려한 마법이나 웅장한 전투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름’ 과 ’말’ 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존재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마법도 힘도 그것을 이루는 근간은 ’이름’ 이고 ’언어’ 이다. 그리고 이 세계관을 어스시의 사람들은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 섬세한 사람의 이야기들이 필자가 어스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사실 이번 글에서도 게드의 화려한 활약이나(^^:) 아렌의 성장 같은 소재를 기대하기는 했었다. 이 부분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어스시의 이야기들 그 숨은 시간 속에 빈틈을 메꾸어주는 어스시의 이야기였다.  게드의 스승이었던 오지언, 그 스승에 관한 이야기며 어스시에 존재하는 헤리포터의 호그와트 같은 존재인 로크섬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테하누와 그 다음을 이어주는 이리안에 대한 이야기등. 그리고 르 귄도 드디어 어스시에 대한 개념들은 정리하기 사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록 어스시 세계 개관’ 까지.

아마 어스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 솔직히 책읽는 재미라면 1-4권에 조금 못미치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한듯.
그리고 이건 정말 개인적인 정말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책이 하드케이스가 참 예쁘기는 한데 570page 짜리 하드케이스를 들고 다니려니 이게 무게가 솔찬히 나가는 덕분에 팔과 책을 받치는 손이 조금 아팠다라는 불만이...



마법, 동화, 게드

주인공의 강한 개성과 그로인한 강렬한 매력은 이 책의 난해한 정치적인 작가의 입장과 잘 이해되지 않는 시대적인 가치관을 무마시키고도 남을 만큼 책을 읽는 재미를 준다.

세상을 위선과 허위로 맞서며 살아가는 그는 개인의 발전과 성공이라는 욕망의 달성을 추구한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위선적이고, 권위적이고,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그리고 그가 만나는 여인들은 그를 혼란스럽게 하고, 그를 좀 더 인간다운 감성 속으로 이끌어 간다.

그의 날카로운 감수성과 강한 자존심은 그를 좀 더 극한 속으로 몰고 간다.

 ’쥘리엥’

그리고 그를 만든   ’스탕달’ 
개인적으로 프랑스 작가의 작품들은 그들만의 정말 독창적인 가치관과 표현법으로 인해서 나에겐 쉽게 다가서기 힘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생땍쥐베리가 그러했고, 카뮈도 그러했고, 사실 스탕달도 그러하다.

하지만 공감 할 수는 없으되 새로운 사고와 사람을 알아가는 일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너무나 매력적인 쥘리엥과의 만남은 나에게 그러한 즐거움을 주었다. 끊임없이 하나의 욕망에 순수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속에서 홀로임을 감내할 정도로 정렬적이며, 그리고 아름다운 자.
이런 인물의 존재와 그를 알아가는 과정은 호기심과 새로움의 과정이었다.

시대의 부조리와 계급, 그리고 돈의 모순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그 부조리를 관조하는 제 삼자의 눈으로 묘사한 정말 사회성 짙은 글임에도 솔직히 나에게는 사회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단지 한 사람 쥘리엥만이 눈에 들어왔다.

 왜일까? 처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조금씩 그리고 점차 그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닌 이해를 하려 한다와 아니다의 문제임을 알게 되면서... 난 내 안에서 한 때 그처럼 순수함과 열정이 존재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동정 애증 기대 이 감정들은 나를 지배했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그를 좋아했다. 많은 소설 속에서 이처럼 매력적이고, 나를 끊임없이 흔드는 인물이 별로 있지 않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았고, 그 고집으로 인해서 망가졌으며 죽어가야 했던 그 사람의 각오와 처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 삶 또한 그렇게 쉽지 않게 이루어지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줄리엥을 잊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를 사랑했던 여인들도 아마 이러한 줄리엥의 모습을 사랑했으리라... 삶에 대한 철저한 모습들을. 그 애절하지만 사랑스러웠던 모습을.

 적과 흑을 읽고 내 사고와 삶의 변화를 야기했던 중심은 다음과 같다.

’멈춰 있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다.’

이것은 내가 본 내 안의 쥘리엥이 한 그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