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ish Gene]

 1970년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이기적 유전자’는 일반 대중에게 생명과학적인 사상을 폭넓게 전파시켰다는 이유로 큰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 이론은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별반 색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각각의 유전자는 그 자가복제가 허용되는 단위에서부터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은 그러한 유전자의 전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원격조작의 산물일 뿐이다. 이 논점이 문과대학의 한 친구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과학을 공부했던 내 입장에서는 그 진화론의 시작을 어디에다 두는가에 대한 차이, 그 관점에 대한 신선함 정도만을 알게했을 뿐이다.

 특히 마치 불가지론처럼 설명되어지는 문화 유전자 ’밈(meme)’은 내 호기심을 다 채워주지 못했다. 원격으로 조작되며 DNA 내에 그 구조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그것은 유전자의 특성을 가지나 좀더 광범위한 범위에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인간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과격하고 거친 발상이 아니었나 한다. 과학이란 것이 그렇듯이 가설은 증명되지 못하면 가설일 뿐이다. 그 제반 정황들이 그 이론의 정당성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하면 그것은 결국 가설일 뿐이다. 문화유전자 ’밈(meme)’도 그래서 아직 가설일 뿐이다.

 리뷰의 분위기가 조금은 부정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것은 필자가 친구의 추천을 받고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이다. 확실히 도킨스의 글솜씨는 뛰어나다. 생명공학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도킨스의 업적은 사실 이론에 대한 깊은 탐구가 아니라 그 이론과 사상을 대중들에게 폭넓게 전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자연과학을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하기 힘들정도로 읽기 쉽고 재밌다. 이 글도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읽고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역시 30년 정도 된 이론이기에 이공계 대학교과에서 일반생물학이라도 수강했던 사람들에게는 도리어 너무 설명이 많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단 몇줄로 끝맺을 수 있는데 부연 설명이 너무 많다 정도.

 하지만 확실히 좋은 책이고, 자연과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 도킨스의 저서중에서 가장 논리적이고, 깔끔한 저서라는 인상을 주는 책. 그가 종교이야기를 하기 전에 쓰여진 책이라 확실히 깔끔하다.

[세계 5대 종교에 대한 이야기]

그 다섯 가지 종교의 이야기들은 난상토론으로 시작해 결국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 각 종교의 지도자들 그리고 그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각 종교의 이념과 방향성은 공존과 존중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종교는 사실 그렇게 평화적이지 않다. 그것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의해서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종교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종교란 왜 인간사에서 존재해야 하였는가?

누구는 그 원인을 거대한 음모론에 두고 있기도 하고 누구는 자연발생론에 두고 있기도 하다.
거대한 조직, 그 조직의 부정적인 측면,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을 획일적인 어떤 가치관 안에 가둬두기를 워하는 조직의 몇몇 천재적인 지도자들의 조작에 의해서 종교가 탄생되었다는, 누군가가 주장했던 거대한 음모론. 처음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이 커다란 스케일에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지금 각 종교들의 부정적인 행태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이 음모론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슬쩍 고개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자연발생론에 좀더 비중을 두고 싶다. 종교가 나에게 주었던 어떤 긍정적인 영향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들 사이의 어떤 필요에 의해서 종교는 생겨났다. 그 필요라는 것은 이 현생에 대해서 강렬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아직 사람들이 니체처럼 성숙하기 전에 죽음의 공포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지금 생에 강렬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았나 하는 자연발생론... 
- 이 음모론과 자연발생론은 필자 개인이 이름붙인 이론입니다. ;;;-

글이 잠시 삼천포로...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각 종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이야기 하고픈 한 방향은 있다.
구원, 고통, 해탈, 자아 등등

글을 쓴 샤피크 케샤브지는 확실히 각 종교들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교리 문답집을 조금 읽어보고 아는 척 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 교리에 대해서 그리고 그 교리를 이루는 근원적인 논리에 대해서도 그는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조금은 깊게 들어가는 종교의 이야기들은 실제로 매우 신선하다.

특히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대교, 힌두교,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들은 매우 재미있다. ’’세계 종교 올림픽’ 제목의 뉘앙스만 보았을 때는 단지 각 종교들을 비꼬고 우스개거리로 전락시키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각 종교들 공존과 화평을 위해서 쓰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형식이 조금 유치한 스토리를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힌두교나, 이슬람교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아주 유용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각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책.

(11/25)
 이 글은 건조하고 담담하게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정확하게 한국인을 묘사하고 있다. 그 묘사는 외면적인 모습들에 머물지만, 그 묘사를 통해서 그가 보는 한국인들의 내면적 정서를 너무도 명확히 보여준다.

그에게 ’이방인’은 누구였을까? 그였을까? 아니면 그의 아버지였을까?

 어느 나라에선가는 사람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다른 어느 나라에서는 사람이 이름으로 불리우지 않는다. 단지 관계로 사람을 부른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더욱 애처롭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아서클라크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오버로드 같이 정신을 공유할 수 없는, 개별적 존재이기에 그 이름으로 내가 존재함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이름을 부름으로 존재를 확인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 불리워지지 않을 이름을 갖고 살아가는 이방인들, 그것은 어떤 기분일까?


(12/3)
 한국적인 가치관은 그 나름의 고집을 가지고 있다. 그거은 어디에서 건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이 타 종족과는 구별되는 순수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프라이드를 안겨준다. 그 가치관은 언어에 그리고 그들의 사소한 모든 행동에 묻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다른 색, 다른 소리, 다른 움직임 속에서 그 집단에 결국 동화되지 못하고, 끈적하게 남겨진 옛 고궁의 망령에 시달려 왔던 사람에게 있어야 할 필요성이 주어지는 자리는 소중했을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이 그 사회에서 평안함을 느꼈던 것처럼.

’느껴지는 안정감’

이것을 잃었을 때 난 인간으로서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어디서부터 무엇을 향해 내달려야 할 것인가.


(12/5)
 떠나 있다는 것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그리고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사람에게 더욱 절실한 변화를 요구한다. 아주 어린 시절 떠나왔기에 기억에도 없는 그곳. 살아야 하는 이곳. 하지만 계속 주변만을 맴돌아야 하는 이곳, 내 무의식 안에 있는 어떤 감성을 자꾸만 자극 하는 그곳. 그러면 난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현대 사회는 인간에게서 ’안정감’을 박탈해 버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은 상실된 안정감을 다시 얻고자 자유에서부터 스스로 도망치게 된다고 말한다. 존재에 대해서 실존과 현존에 대해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끝까지 던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제목 '영원한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게 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조금 유치하게 느껴진다. 음 그냥 원제 'Native Speaker' 을 그대로 썼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이방인 하면 내가 무엇인가를 배척한다는 느낌이 강한반면, Native Speaker 하면 원주민에 대한 일종의 동경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 글에 더욱 어울리는 제목 같은데... 음 역시 번역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