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도킨스의 기대치가 [만들어진 신]에서 휘청하고, [악마의 사도]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확실히 도킨스의 글솜씨는 뛰어나다.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의 사상과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매우 명쾌한 설명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의 산문집 같은 [악마의 사도]는 필자의 기대를 너무 와르르 무너뜨렸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기독교의 독선적인 행위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도킨스는 종교이야기만 나오면, 너무 감정적으로 돌변하는 것 같다. 물론 부조리하고 비과학적인 그리고 맹목적인 믿음들에 대해서 의미있는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도킨스는 자신이 계속 유지해왔던 과학자로써의 논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글솜씨는 뛰어나기 때문에 확실히 읽다보면 작가의 생각이 명확하게 전달되고 그것이 설득력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말들에는 논리적인 허점도 많고, 그리고 정말 감정적으로 격하게 쓰여졌다는 생각을 계속 일깨운다.

개인적으로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논리성과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 볼 수 있는 그런 간접 경험을 기대했던 필자에게 [악마의 사도]는 도킨스의 개인 일기, 감정들을 주저리주저리 풀어 놓는 산문집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책은 그가 지금까지 집필했던 짤막한 글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도킨스의 관점들을 다루고 있다. 책에 대한 논평도 있고, 어떤 사람에 대한 도킨스의 주관적인 평가도 들어 있다.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조금은 서정적인 글들도 수록되어 있다. 도킨스의 개인적인 모습들을 이해하는 데는 이 책이 많이 용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조금은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기적 유전자]처럼 한 가지 이야기를 끝까지 이어간다는 느낌보다는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린다는 느낌. 그래서 그런지 다른 저서들에 비해서 너무 힘들게 읽었다.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도킨스의 비판은 대단하다. 사실 우리 현실에선 종교가 다른 기독교 국가들-미국이나 영국같은-처럼 강하게 삶과 연관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종교가 있으면 어떤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도킨스는 마치 종교를 사회악인 것처럼 비판한다. 그 비판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 나중에는 기독교가 모든 사회문제의 주범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서 정말 도킨스의 글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판적인 시각없이 그냥 읽다보면 점점 설득당한다.)
도대체 종교하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30년만에 이정도로 감정적으로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도킨스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번 그의 저서에서는 조금 편협한 그의 생각에 책이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역서 : 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Dawkins’s God’ 과 같은 저자 맥그라스 부부의 글이다. 이 책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을 중심적으로 비판하였다. 역시 그 방법은 도킨스가 주장했던 논리들에 대한 논거의 잘못과 비논리적인 해석들을 위주로 하였다. 결국 맥그라스는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시작되었던 그의 명철한 과학적 논리성이 ’만들어진 신’에 들어서는 논리성의 결여와 함께 도킨스의 기독교에 대한 공격적인 독선의 반영이라고 말한다. 짧은 책이기에 챕터는 생략하고 인상깊었던 인용문을 추가한다.

’현대 물리학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에 있는 중간쯤 되는 속도로 중간쯤 되는 거리를 움직이는 중간 크기의 사물들에 대처하면서 진화해 온 극히 제한된 인간의 지성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진실이 있다고 말이다.’ - 도킨스 -
물리학의 역사, 고전역학의 고정관념을 깨어부순 현대물리학(양자역학)을 비유한 인용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반사적인 무신론이 아니라 쟁점들을 진지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 여러분들 중 누구도 기꺼이 기독교를 진지하게 연구하려 하지 않고 그 사상들과 논쟁을 벌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 리처드 [도킨스]가 하는 대로 기독교가 단순히 악의 세력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그저 아주 어리석고 엽기적이리만큼 부도덕합니다. - 이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전투 중에 있고, 우리는 전투중에 동맹을 맺어야 할 필요가 있지, 선한 의도를 가진 모든 사람들을 그저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니엘 데닛 -
종교와 과학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인용문

’신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신을 믿는다. 왜인가? 위로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갈망을 ’투사’하거나 ’ 대상화’하고 이것을 ’신’이라 부른다. 이 존재하지 않는 ’신’은 그저 인간적 갈망의 ’투사’일 뿐이다.’ -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흐 -
니체에서 이러한 이론은 절정을 이룬다. 그러므로 인간은 인간 자신을 초월해야 한다. 라고 니체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바꾸길 거부하는 뿌리 깊은 저항이 있다. 이 저항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가지게 하는 ’인지적 편견들’에 의해 보강된다. 크게 보면 이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행동한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야만 하는 것은 그 변화가 긍정적 방향이라 하더라도 수고스럽고 소란스럽다. [만들어진 신’은 바로 이런 종류의 무의식적 편견에 관한 놀라울 만한 사례 연구이다. 도킨스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자기 자신의 견해에 들어맞는 증거를 앞에 내세우며 그렇지 않은 증거는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 맥그라스 -
저자가 도킨스를 비판하는 핵심 논점이다.

’"무엇이 A의 원인이 되었는가? X인가 Y인가?" 하지만 인문 과학에서는 다수의 원인들이 나타는 것은 정상이다.’ - 프레이저 왓츠 -
저자가 도킨스를 비판하는 또 다른 논점.

’종교를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 도킨스는 옳다. 그러나 그는 종교가 개혁과 갱신을 위한 자체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는 거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 맥그라스 -
또 다른 논점.

기독교 전체가 부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을 비단 종교에만 국한시키려는 입장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종교이기 때문에 혹은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이러이러하게 행동한다. 라는 것은 인간의 다양성과 개별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행동의 지침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단는 생각을 저자는 하지 못하는 듯 하다.

역서 : 리처드 도킨스 뒤집기 도킨스의 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하는 무신론의 당위성을 부정하기 위한 자연과학자이자 신학자 인 맥그라스의 저서

1장 이기적 유전자 : 다윈주의 세계관
도킨스는 1800년대 중반 다윈이 주장한 ’종의 기원’에 근거해 이기적인 유전자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DNA 의 발견은 다윈의 선택적 유전론을 더욱 공고히 만든다. 다윈에 대한 이론과 그것을 수용한 도킨스의 이론의 배경에 대해서 다룬다.

2장 눈먼 시계공 : 진화, 그러므로 신을 제거하자고?
도킨스는 자연과학을 통해서 무신론을 제창한다. 그가 정의 내린 종교라는 것은 너무나 과격했음을 설파한다. 종교란 신이란 도킨스의 정의처럼 간단하게 명시되지 않는다. 도킨스는 종교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된 논의에서 최초 명제의 불명확성이란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게 되었다. 고로 도킨스가 전개한 모든 논의는 부정될 수밖에 없다.

3장 증명과 산앙 : 과학과 종교에서 증거의 위치
무신론도 하나의 신앙이 아닌가? 기독교적인 신앙은 비합리적인가? 그것은 과학과는 다른 토대에서 정의 되어져야 한다. 신은 무엇인가?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한 ’밈(meme)’이란 문화적 유전형질 조차도 실제로 증명되지도 증명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신을 부정하는 무신론의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무신론의 불가지론 그와 동등할 따름이다.

4장 문화 다원주의? 흥미로운 밈의 ’과학’
과학의 발전은 유비(비슷한 현상을 통해서 이전에 증명되어진 과학적 가설을 적용 새로운 이론을 도출하는 한 방법)를 통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비를 통한 도출은 그 한계점을 가진다. 1900년대 이전 물리학계의 ’에테르’가 그 대표적인 예다. 소리와 빛은 같지 않다. 하지만 광자(Photon)이 밝혀지기 이전 소리와 빛이 가지는 비슷한 현상들로 인해서 이 두가지는 소리의 유비를 통해서 빛을 증명하려 하였고, 그것은 증명될 수 없는 논의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밈(meme)’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5장 과학과 종교 : 대화인가, 지적 유화책인가?
과학과 종교. 이 둘은 마치 일반 대중에게 대립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둘이 대립했던 것은 특정 사회적인 현상 때문에 대립할 수밖에 없었을 뿐이지. 결코 종교는 과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과학의 명료함을 통해서 종교는 비합리적인 것이라 증명 될 수밖에 없다는 도킨스의 주장은 그러므로 타당하지 않다.

cf) 저서에서 참고할 만한 몇몇 인용문들 
’신은 세계를 창조할 때 피조물과 함께 그 피조물이 생성되고 구성되는 질서와 과정을 같이 창조했다.’ - 토마스 아퀴나스 -
’다윈주의가 무신론을 추론하지 않는다. 양자는 다른 토대 위에서 이해되고 해석되어져야 한다.’ - 헉슬리 -
’아직 신의 창조, 곧 여섯째 날은 끝나지 않았다.’ - 기억 안남 -

’신앙은 인간의 전인적 본성에 영향을 끼친다. 신앙은 적절한 증거에 기반을 둔 마음의 확신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념에 기반을 둔 용기 감정을 통해서 지속되고, 의지의 동의로 승인되며, 그것은 확신과 용기를 통해서 행위로 표출된다.’  - 종교학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신앙의 정의 -


도킨스의 학설을 종교적인 입장에서 나름 냉정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도킨스가 자신의 학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도 나름의 증거와 추론 전개를 통해서 새로운 하나의 개념과 패러다임을 정의 했다고 한다면, 여기서 맥그라스는 단지 도킨스가 전개한 논리와 명제의 모순들을 비판할 뿐이다. 그 비판에 타당성은 있지만, 그에따른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글을 끝맺는다. 도킨스를 맹신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정도 봐도 좋을 정도의 글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