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리크 쥐스킨트, 죽음에서부터 계속 도망치는 [좀머씨 이야기], 짧은 희곡집 [콘트라베이스], 또다른 이야기 [비둘기] 등등에서 쥐스킨트는 매우 시니컬하고 심플한 문체로 글을 쓴다. 하지만 그의 또 다른 저서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앞에서 언급한 책들과는 확실히 다른, 이것이 같은 작가의 글인가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앞에서 언급한 책들은 사실 책의 두께에 비해서 읽기가 쉽지는 않다. 조금 추상적이고 은유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향수]는 도리어 두께에 비해서 책이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그것은 향수에 등장하는 냄새라는 새로운 소재와 주인공을 통해서 분명히 드러나는 스토리라인의 명확함 때문일 것이다.

 영화로도 다루어졌던 소설 [향수]는 못난 한 아이가 냄새라는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고, 그 욕망으로 인해서 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냄새라는 소재는 다른 글들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매우 신선한 소재다. 그리고 글을 전개해나가는 방식도 그 소재를 매우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하나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한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부터가 사회적인 활동을 별로 안좋아 한다는 것이다. 글의 주인공처럼 작가도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알려지기를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가 그래서 주인공이 더욱 실제하는 사람느껴졌던 건.

 역시 영화보다는 책이 더 재밌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민음사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출간하였다.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들 수 있는가로 시작한 서문은 하드보일드 장르를 거의 최초로 정착한 작품임과  이젠 너무나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방향임을 들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끝을 맺었다. 

 맹목적인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그려내는 그림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 자신들이 그려낸 욕망이 결국 자신들에게 얼마만큼의 무게로 그들의 생활을 짓누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은 많지 않았다. 결론은 파멸이다. 하지만 그 파멸의 과정은 만남과 실망, 집착과 갈증의 흐름을 따른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서부터 그들이 바라 본 가야할 길이 달랐음에서 비극은 이미 서서히 우리에게 전조를 암시한다. 맹목적인 자유의 날개는 남자에게 달려있었고, 현실에서 찾아지는 자유로움의 희망은 여자에게 앉겨 있었다. 그 감정의 기복과 서로가 갖는 오해의 아이러니 속에서 등장하는 사건을 일축시켜버리는 현실적인 관계자들, 결국 그들이 갖는 사회의 부조리가 남자와 여자가 짊어지는 현실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1981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찾아서 보았으나, 역시나 그렇듯이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좋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잭니콜슨이라는 배우의 그 시니컬한 연기는 그래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계속 이어가게 해준다.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에 대한 제반 지식이 거의 없다보니, 이 책이 그쪽 장르에서 높게 평가된다고 하던데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글의 구성, 특히 사건을 전개해나가는 현실적인 스토리라인이 참 훌륭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