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극작가, 천재 극작가.

 위대한 작가들의 공통점은 너무나 정확하게 인간의 심리상태를 묘사할 수 있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이 느끼는 그 순간의 여러 모순된 감정선들을 너무나 정확히 그리고 냉정하게 글로 그려낼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아서뮐러가 위대한 극작가로 불리울 수 있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의 희곡들을 접하다보면 그 글의 극적인 반전이나 새로운 소재에 감탄하기 보다는, 그가 그 평범함처럼 보이는 일상에서 끄집어내는 인간의 정확한 감정선의 날카로움에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위대한 ’작가’ 가 아닌, 위대한 ’극작가’ 라 불리우는 이유가 나타난다. 그는 그 날카롭고 정확한 인물의 감정선을 대사나 인물에 대한 묘사에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행동 곧 지시문을 통해서 그러한 날카로운 인물의 심리 상태에 대한 설명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가 쓴 희곡들을 보면 지시문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적지는 않다. 그리고 그 적지 않은 지시문들은 그 인물의 말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들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인간은 이중적이고 또한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그 다중성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글은 많이 쓰여지지 않았다. 모든 연극대본에서 그 지시문이 가지는 의미를 정확히 잡아내야 하지만, 특히 아서 밀러의 극에서의 지시문은 더욱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할 것이다. 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서브텍스트적인 의미를 그는 지문을 통해서 모두 설명해 놓았기 때문이다.

 종교의 독단과 그로인해서 희생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시련]. 아서 밀러 자신과 마릴린 먼로와의 결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한 [추락 이후]. 자신이 희생자이길 원했지만, 결국 그것도 자기만족을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되는 [대가].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 인물들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현시대의 비극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어디에서 얼핏 들었던 말인데, 그의 일화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누군가 그에게 ’왜 당신이 쓰는 글들은 다 비극입니까?’ 하고 물어왔다고 한다.
 그러자 아서 밀러가 대답하길 ’난 비극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난 그냥 현실을 쓸 뿐입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세상과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보았던 작가이자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썼던 작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잔잔히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기 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부정하려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비극을 말하지만 그 안에서 자꾸만 희망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압도적인 암울한 미래는 무엇인가?

작가는 이 글을 쓸 당시 많이 아팠다고 한다. 
만약 아프지 않았다면 글은 좀더 밝았을 것이라 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폐한다.’ - 로드 액턴 -
 권력은 순수한 권력을 추구하게 된다.

 조지 오웰은 실천적인 사상가였다. 자신이 믿는 이념과 사상들을 위해서 그는 말로만 떠들지 않았다. 생계를 내팽개치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 자신이 믿는 사상을 관철하기도 했던 그였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들이 권력과 사회구조에 의해서 좌절되면서, 그는 이러한 권력구조로 인해서 생겨나게 될 미래를 예견한 글을 쓰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책 ’1984’이다. 즉 이 소설은 그가 온몸으로 부딪혀서 알게된 사회에 대한 그의 절망이었던 것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이 통제되는 사회. 거기에 의문을 품게 되는 한 사람. 개인과 사회. 그리고 개인은 변하지 않을 사회에 의해서....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이 간단한 이야기 안에서 오웰이 전해주는 그의 생각들은 절대 웃으며 넘길 수 있을만큼 간단하지 않다.

 필자는 디스토피아를 상정하는 소설을 읽을 때 막연하게나마 갖는 믿음이 있었다. 그것은 감성이란 것이 사라지고 인간은 철저하게 하나의 단위 부품처럼 사용된다 할지라도 우리가 현 시대에서 인간성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절대 완전히 말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그것은 아무리 누루고 억제하려해도 결국 쌓이고 쌓여 터짐으로써 인간은 인간답게 돌아올 것이라는 인간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정말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버리고 구조와 사회에 의해서 철저하게 조직되고 조종되는 사회. 인간 내면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막연하게나마 그러한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우울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만큼 오웰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는 사실적이고 논리적이다. 글에서 등장하는 몇몇 개념들은 매우 사실적이다. ’이중사고’, ’사상경찰’, ’텔레스크린’ 등, 이러한 개념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요즘 우리나라 대통령님이 보여주시는 언론장악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더욱 오웰의 이야기들을 쉽게 흘려들을 수 없게 된다.

 권력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순수한 저항을 보여준 작가이자 사상가. 이 책은 아마도 그 생애에서 맛보았던 무력함과 절망감이 그의 병마와 함께 그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음으로써 탄생하게 되지 않았나 한다.

우리는 오는날
물질주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한낱 옛날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그것은 슬픈 이야기지만, 우리는 슬픔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육신과 욕망에서 태어났으나, 그들의 범주와 속성을 거부하였다.
우리는 그들의 기쁨도 알지 못하고 그들의 괴로움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무심하게 힘들이지 않고, 죽음이 지배하는 그들의 세계에서 벗어났다.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그 고통의 세기들을 우리는 오늘날 망각의 늪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다.
또 하나의 개벽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 권리가 있다.
- 본문 내용 중 발췌 -


 인류의 진화에 대하여, 인류라는 ’종’이 나아가야 할 진화에 대하여. 미국의 작가 아서 클라크는 현시점에서의 지속적인 발전이 아닌 새로운 개체로써의 변혁을 예상하였다. 그것은 독립적인 단일 개체로써의 성장이 아닌 개체군으로써 정신의 공유를 이루는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였다. ’유년기의 끝’이라는 글 속에서 그는 그런 변화의 과정을 외부적인 도움을 통해서 이루어내는 인류를 그리고 있다.

 ’소립자’ 이 글에서 우엘벡도 인류의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 방식은 조금 다르다. 두 인물을 통해서 보여지는 사회와 그 사회에 제대로 적응해내지 못하는 두 인물, 그 차이와 결국 인류의 변화. 이 두가지의 사건은 사실 많은 개연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막연하게나마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소외와 고독감을 새로운 종의로의 변혁을 통해서 글 속에서나마 해결해 보려 노력한다.

 이 글의 두 주인공은 사회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공허함과 고독감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하지 않지만, 그들이 겪는 문제는 평범하다. 이 두 인물을 그려내면서 작가는 너무나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꺼내 보인다. 그 솔직함에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워 했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점차 그의 솔직함에 난 공감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을 글을 통해서 툭 던져내 보이는 우엘벡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형과 동생, 성에 대해서 포장하지 않는 노골적임. 어떤 여학우는 불쾌하다고까지 표현했던 작가의 적나라한 문장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예리한 통찰과 표현들은 통속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프랑스 사람들의 감수성은 정말 날카로운 거 같다.

 책의 결말 부분만 보면, 마치 SF 소설 같은 느낌을 갖게 하지만, 이 책은 한 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고독함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절망적인 외침. 그리고 그 극복을 다른 인류, 더 나아가는 진화에서 찾는. 그것에 대한 보고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