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후속편. 몇 년전 도시의 모든 인구가 눈이 멀었던 시절.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가 되어버린 시기. 또 다른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역시 사람들이 눈멀었던 시절만큼이나 조직과 사회는 부조리하고, 우스운 존재가 되어간다. 그들이 보는 것은 자신이었고, 허상이었고, 망상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눈이 멀었던 시기를 벗어나 눈을 뜨게 되었지만, 정말 눈을 뜨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남겨두었던 사람에 대한 혹은 사회에 대한 작은 희망도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산산히 부서진다. 결국 작가는 어설픈 희망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런 현실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을까? 종국에 이르러는 눈먼 자들은 눈뜬 자들을 죽이고, 그리고 마치 자신들이 눈뜬 자들이 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진다.

주제 사라마구는 사회에 대해서 쉽게 타협하지 않는 작가이자. 현실을 냉정하게 그리는 작가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은 읽고 나서 씁쓰름한 뒷맛을 지울길이 없다. 쉽게 인간에게서 희망을 찾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리라. 아직 3부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는 읽어 보지 못했지만, 그 글에서도 이리 우울하게 끝을 맺이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마지막 물음 '과연 이 사회에서 눈을 ’뜬’ 자는 얼마나 될까?' 이 말에 답할 수 있을지..

 주제 사라마구,  70이 넘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 그래서 그의 글에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파격 같은게 느껴진다.  인간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 극한 조건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고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 혹은 어떤 무엇을 보여주는 작가. 그 작가 사라마구에 의해서 [눈먼 자들의 도시]는 어떤 한 평범한 도시에서 시작된다.

 책을 처음 펼치면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인물들의 대사가 따옴표 안에 묶여 있지 않은 것.-확실한 작가의 의도는 모르지만 감히 짐작해 보건데 아마도 각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구분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사건과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글을 읽는 초반에는 혼란스럽기도 하고, 글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흘러 눈이 익숙해지고, 서서히 도시 사람들의 눈이 멀어 갈 때 쯤이면, 작가의 사람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에 점차 동화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인간의 어두운 모습들을 여과없이 그리고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인간의 당연한 모습이라는 듯이. 하지만 그래도 작가는 작은 희망은 남겨준다. -물론 그 희망도 두번째 이야기에 가서는 여지 없이 부서져 버리지만-

 이 책에는 확실히 어떤 화려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있고, 현실이 있으며, 부조리한 조직과 사회가 있다. 이미 인간에게 실망하였던 사람이나 절대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을 사람이 읽으면 좋을 거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