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밌다.

한 국문과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칙릿 소설 중에 요즘 가장 유명하다는 그 친구의 이야기 그 친구가 칙릿 소설을 설명하면서 이 책에 비유한 것은 ’섹스 앤 더 시티’ 였다. ’음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그러는 거야.’ 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책에 들어가 보았다.

일단 재밌다.

정말 그런지 알 수 없지만(일단 난 남자니까), 일상을 엮어가는 젊은 여자들의 말이나, 가치관 생각들을 지루하지 않게 빠른 템포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 예상되는 로멘틱 스토리. 너무 뻔하기 때문에 도리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이야기. ’음 그래서 여자애들이 이런 맛에 순정만화를 읽는 건가.’

일단 재밌다.

어떤 많은 것들을 찾을 요량으로 이 책을 고른게 아니라면,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성장도 있고, 그녀의 성공도 있고, 멋진 남자와의 로멘스도 있고 나름 재미있을 요소들은 다 들어 있는 거 같다. 결론이 너무 뻔해서 책을 넘기다 보면 어느 정도 다음 장이 예상되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는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음 섹스 앤 더 시티’도 대충 이런 내용인가... 
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조선 시대 멕시코로 이주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지러운 세상을 틈타 돈을 벌려는 사람들, 새로운 신분을 좇았던 사람들, 새로운 운명을 찾았던 사람들, 그들은 배에 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떠난다. 우리는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 그곳은 내 지금의 언어가 통용되는 곳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일 수도 있다. 말은 중요한 것이다. 그 사람의 가치는 인간의 사회에서 ’소통’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김영하 작가의 ’검은꽃’은 그렇게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자의 운명과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로 시작한다. 그들이 찾아가는 새로운 땅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 그리고 호기심들은 책의 초반부를 아주 힘차게 이끌어 간다. 작가가 직접 밟아가며 글로 옮겼다는 그 땅. 그리고 그 땅 위에서 살았을지도 모르는 100년 전의 조선인들. 격한 나라를 떠나왔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더욱 고되고 격한 삶이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새롭다.

정말 재밌었던 책이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의 초반에 비해서 중,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전개가 갑자기 빨라지고, 생략이 많아 진다는  것이다. 글을 약간은 급하게 마무리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결점을 제외한다면, 글은 참 재밌다. 옛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에 그려지는 듯이.

역시 ’~자들의 도시’ 시리즈는 어렵다.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 잡힐듯 잡힐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어떤 실마리를 찾는다. 분명 이 책에는 그것을 찾기 위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 꼬리는 잡히지 않는다.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긴 한데,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직도 무언가 모호하다.

죽음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뜻과 의미는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의미는 직설적이고, 분명하고, 설명이 가능한 한 가지의 확실한 무엇이라면, 뚯이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게, 마치 나뭇가지가 새로운 가지를 치듯이, 심지어 그 진의를 파악할 수도 없게, 수없이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디의 말이 가질 수 있는 그 진정한 의미는 출렁이는 바다에 비치는 별빛 같은 것이고, 이해하기 힘들고, 혼란스럽고 괴로운 것이다.’ -본문 발췌 -

의미와 뜻. 그 사이의 간극은 이 인용문에 따른면 너무나 크다. 이름의 의미와 뜻. 그것은 사람의 존재와 인식의 간극처럼 커다란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해서 인식될까? 우리는 이름을 붙인다는 말로 대상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시킨다. 하지만 사라마구는 묻는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 이름을 부름으로써 정말 사람은 존재하게 되고 실제하게 되는가? 그가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이였는지.. 이름을 부름으로 알 수 있는가? 글쎄 그것은 알 수 없다. 결국 이름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에서 한 여자의 이름은 불리워지지 않는다.

존재란 무엇인가? 인식이란 무엇인가? 이름을 불림으로써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완전한 죽음은 망각의 마지막 열매이고, 삶이란 기억 속에서 영원할 것입니다.’ -본문 발췌-

소장의 이 말은 무슨 말일까? 잊혀지는 것이야 말로 죽음이란 말일까? 실재하는 것이 삶이 아니라, 인식되고 기억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란 말인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죽는다는 것은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니까. 그것은 점차 망각의 마지막 너무 익어 떨어지는 열매와 같을 것이니까. 인식론에 대해서 한번 뒤집어 버리는 이 고난이도의 반전.

주제씨와 소장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들과 짧막한 대사들 그리고 그 말과 행동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심리들은 글을 읽는 재미와 웃음을 준다. 그래서 글을 읽기가 더욱 힘들다.

정말 읽기는 쉽게 읽히는 책인데 읽고 나서 남는 이 찝찝함.

아직 내가 읽기에는 무리가 있는 책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