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삼 교수님이 책의 머릿말을 쓰신 책.
보통 누구의 희곡 모음집 하면 번역이나 편집이 엉성한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 책을 집으면서도 그와 비슷한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딱히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리스 비극이 없었기에 책을 들었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할 무렵 이근삼 교수님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대학 교단에서 그 쟁쟁한 존함을 수없이 들었던, 연극을 사랑하셨고 학생들을 사랑하셨던 분을 책의 머릿말에서 만났다. 처음 가졌던 우려는 사라지고 책장을 넘기는 손에 흥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스 비극은 2500년 전에 쓰여졌지만, 그 아름다움과 극의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 아직도 많은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그 중에서 소포클레스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후대에 평가받고 있는 [오이디푸스 왕]은 정말 슬픈 결말을 가진 비극이었다.

이 대본에는 지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거의 행동 지시문이 아닌 말로써 풀어간다. 그래서  어쩌면 이 극을 이해하기는 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들은 많은 상징성과 연극적인 화술 그 기술적인 훈련을 배우에게 필요로한다. 말을 아름답게 뱉어 낼 수 있는 배우들을 통해서 이 극은 그 비극의 아름다움을 포함한채 공연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해서 말하자면, 꽤 괜찮은 편이다. 상세한 주석 덕분에 그리스 신화와 신의 이름들 그리고 지명들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도리어 아쉬운 점이라면 주석이 극의 마지막에 한번에 몰려 있어서 책을 자주 뒤적여야 한다는 정도. 하지만 아직 나에게 익숙치 않은 지명이나 상징성을 가진 표현들이 지문에 상세히 설명되어져 있어서 극의 이해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4대 비극. 자세한 행동지시문으로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요즘 문학(희곡, 소설)에 비하면 말로써만 표현되어지는 이 그리스 비극은 조금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말의 아름다움이나 상징성 말이 담고 있는 복선과 같은 요소들은 확실히 문학적으로 상당한 계산이 포함되어 있음도 사실이다.

얼마전 스즈키 연출의 엘렉트라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많은 대사들을 삭제하고, 장면과 움직임으로 관객들이 많이 지루하지 않게 만든 공연은 좋았다. 그러나 많은 대사들을 삭제했음에도 오레스테스나 엘렉트라들이 극의 중간중간 말하여지는 긴 독백은 나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들의 에너지 뿐만 아니라 한자 한자 머리에 밖히는 말들의 극적인 표현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비극적인 인간의 모습들.

그리스 비극은 오래되었지만, 그 극들이 가지는 에너지는 분명 지금까지 읽힐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극단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잠시 내 집에 살았던 언떤 녀석이 내 집에 선물이랍시고 꽂아놓고 간 책이었다. 사실 제목을 봤을 때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더랬다. 하지만 얼마전 책 꽂이에 연극책을 뒤적이던 중 그리스 희곡에 대해서 쓰여진 연극책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책을 펼쳐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별거 없을 거 같았던 기대와는 달리 대만족이었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서양 연극사에 대해서 가장 읽기 쉽고 재미있게 써 놓은 책이라는 것이다. 몇몇 연극사에 대한 책을 뒤적여 본 적은 있지만 사실 지금 기억할 수 있는 지식은 거의 없다. 다들 너무 딱딱한 어투와 사실의 나열만 있었기 때문에 읽기도 힘들었고, 물론 재미는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연극사를 매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연극의 기반이 되는 중심 신화에서부터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각각의 작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그 중간중간에 작가들의 대표희곡을 이야기 형식에 간간히 중요 사상이나 주제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단순히 그 시대의 연극풍에 대해서 설명조로 씌여있는 연극사 책들에 비해서 읽기도 편하고 재미있을뿐 아니라 각각의 작가와 그들의 대표 희곡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머리속에 엮어지는 기분이다.

연극을 전공하고 서양 연극사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에게는 물론 의미 없는 이야기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연극사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그 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각 시대에 해당하는 대표작가들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라면 정말 추천하고픈 책이다. 일단 정말 쉽다.

역시 칸트는 쉽지 않았다. 칸트 입문서, 그것도 페이지가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책이기에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볐던 나에게 역시 이공계생은 어쩔 수 없어 라는 좌절을 안겨준 칸트. 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배웠던 정언명법과 가언명법을 만났을 때는 참 반가웠는데, 그 증명과정에 들어서기 시작하니 역시 눈으로 글을 따라가는 속도를 내 이해는 따라가지를 못했다.

사실 책은 칸트의 저서보다 훨씬 쉽고 간명하게 칸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다. 책의 목적 자체가 난해한 칸트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하였기 때문에 찬찬히 글을 들여다 보면 복잡한 칸트의 이론이 어느 정도는 손에 잡힐 것 같기도 하다. 더군다나 각 이론에 대한 설명을 함에 있어서 저자가 이해한 이론 뿐만 아니라, 그 이론이 등장하는 칸트의 저서와 그 페이지까지 친절하게 주석을 첨부해 놓았기 때문에 사실 칸트 입문서로서는 꽤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칸트가 너무 어려웠던 것 뿐.

[순수이성비판], [도덕형이상학의기초], [판단력비판] 이런 제목부터가 어마어마한 책들을 저술했던 희대의 천재 철학가 칸트. 그 주제가 너무 난해하기 때문에 글이 난해해 질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책들.
각설하고 칸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책에 대한 이야기라면 입문서로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로부터 생겨난 행위는 오직 나에게만 속할 수 있으며,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것이 된다. 그러한 행위의 측면에서 나는 자유롭다. 나는 나 자신이 행위할 때 자유로움, 나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나를 통해서 행위하게 될 때 자유롭지 않다. 이런 주장은 도대체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데, 이에 대한 명백한 대답은 ’나는 선험적 자아’ 라는 것이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대해서는 침묵해야만 한다." - 비트겐슈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