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훈련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발성 책중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최고의 이론서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먼저 발성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소리가 되어 밖으로 배출되는지 그것에 대한 상세하고 쉬운 설명과 그 이론에 맞는 체계적인 훈련 방법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명희 선생님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이론과 훈련 방법은 링클레이터라는 세계 발성계의 양대 산맥중 한분의 수업을 기반으로 엮어졌다고 들었다. 사실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듣기 좋은 소리만을 목표로 막연하게만 연습을 하던 나에게 그 소리가 근본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발화되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단 핸드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은 얇다. 그리고 알아듣고 이해하기 힘든 구구절절 길다란 이론이 판을 치지도 않는다. 사실 이런 이론 부분이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초보자나 초중수 정도 까지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부분을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개인적인 훈련에서도 매우 용이하지만, 특히 대학 동아리나 연기와 발성에 대해서 초반 개념이 필요한 아마추어 극회에서 워크샵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매우 용이한 훈련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자유로운 몸과 마음에서 소리 또한 자유로워 진다.’

’발성은 최초 충동에 의해서 시작된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순간순간 느껴지는 충동들에 의해서 말을 시작한다. 하지만 연극적인 말하기에 있어서는 이런 충동들이 그 순간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계산되어 있고, 해야 될 말이 주어져 있는 상황이다. 즉 충동이 일어나서 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먼저 있고, 그 말에 충동을 덧씌우는 형태로 연극적인 발성법은 일어나게 된다. 이 충동의 선후 뒤바뀜이 자연스러운 말과 연기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악기와 같다. 아무리 형편 없는 악기라 하더라도(재능이 없는 몸이라 하더라도) 조율을 잘하고 잘 관리하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소리는 몸의 이곳 저곳을 울려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것을 공명이라 하는데, 좋은 목소리라는 것은 이러한 공명이 넓은 지점에서 깊게 울리는 것을 말한다. 공명이 넓게 많이 일어나면 소리는 울림이 깊어지고 더욱 풍부해지면서 더 높은 전달력과 힘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발성훈련이란 이런 소리의 울림통들, 즉 공명기관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짧은 이론 부분들을 몇개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발성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훈련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꾸준한 노력이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꾸준한 노력은 필요한 거 같다.

페렉의 글은 새롭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 울리포 문학의 한 장르라고 했다. 여러가지의 시점들과 시제들을 사용해 극의 허무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극은 마치 1960년대 제임스딘의 흑백 영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20대의 사람들. '사물들' 그것은 그 목적을 상실한 사람들이 공허한 현재에서 찾은 새로운 탈출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물들'은 '절대 승리할 수 없는 끝없는 마모의 전쟁' 그것이었을 뿐이었다.

글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금은 허무주의적인 빛깔을 띤다. 두 명의 연인들이 몇 년에 걸쳐서 겪는 사회는 그들의 기대와 희망을 무너뜨리고, 별로 변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포기하며 살아가야하는 세상에 대한 냉소도 아닌 무덤덤한 반응만을 담고 있다. 물질에 치여 그것을 좇고 풍요함을 바라지만, 그것은 채워지지 않고, 그리고 그들은 그 부제에 절망한다.

이 글은 1960년 대에 프랑스에서 발간 된 소설이다. 대략 4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다. 글을 읽는 내내 글 속의 주인공들을 비판하고 싶은 유혹에 휩싸였다. 그들을 나와 동일시 하지 않기 위해서, 나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 조차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허무와 끝없는 물질에 대한 욕구 그것을 내 안에서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책이었다. 그냥 쉽게 읽고 스쳐버릴 수 있는 책이었다. 물론 며칠이 지나면 그냥 내가 지나친 많은 책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만, 지금은 책을 읽고 난 후의 찝찝함이 내 머리에 찐득하니 붙어있다.

P.S 번역이 특별히 안좋았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런데 누군가의 말로는 오역이 조금 있다고 하더라.

장 튈레의 소설. 그 재치가 읽는 사람을 유쾌하게 한다.

멀지 않은 미래사회, 사람들은 절망과 삶의 고통에 허덕이며 자살가게를 찾는다. 죽기 위한 수많은 방법들이 구비되어 있는 이 가게에서 사람들은 안식과 평안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죽음이 과연 그 모든 것들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은 인간 사회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궁극의 질문을 다시 되묻게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살아가는가?’

저자는 묻는다.  당신은 왜 살아가는 것입니까라고, 당신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으로 응수하시렵니까하고.

이야기는 사람들이 항상 행복한 막내 아들을 통해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준다. 그 아이의 웃음은 우울하기만 한 가족과 세상을 바꾸는 행복의 묘약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아이가 웃고 뛰어놀고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서 그 주변의 가족과 사람과 세상은 점차 죽음을 멀리하게 된다. 그 아이가 마지막 손을 놓기 전까지.

프랑스 사람들의 기발한 감수성과 상상력은 이 책을 단순한 컬트 드라마에서 인간의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회 풍자적인 소설로까지 확장시킨다.

마지막 알랑이 생을 지탱하는 끈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장면은 책의 종반부까지 마냥 웃기만 했던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왔다. 그것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질문이었다.

’생(生)은 무엇인가?’ 

어떤 목적이 주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는가? 그렇다면 그 목적은 무엇인가? 아니면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인가? 이 어마어마한 질문들에 나름 내 스스로의 해답은 ’그 의미를 알 때까지 찾아라.’ 였다 정도.

책은 얇다. 글씨도 큼지막한게 눈도 안아프고 읽기도 아주 수월하다. 굳이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유쾌함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답은 각자가 가져가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