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학창 시절 연극 무대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무대 뒤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일단 그림에 소양이 있는 그림 그려줄 친구를 먼저 구한 다음 이러저러한 느낌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림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미술 시간이 전부였던 나에게 그 친구는 차라리 그냥 그림을 좀 보고 비슷한 느낌의 그림을 찾아서 가져와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의 화집을 뒤적이던 난 반 고흐라는 화가를 만나게 되었다.

 고흐의 화집을 뒤적이던 난 그가 죽기 직전에 그렸다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보고 한 5분 정도 움직이지 못했더랬다. 그것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생 처음 그림에서 난 슬픔을 보았고, 죽음을 보았다. 나중에 시일이 흘러 그 그림이 그가 자살하기 직전에 그린 마지막 그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부터 화가 반고흐는 나에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 되어 버렸다.

 그림을 잘 모른다. 사실 어린시절부터 재능이 없었던 덕분에 미술 수업시간이면 맨날 혼이났고, 성적도 미를 넘지 못했더랬다. 당연히 그림에서 내 관심은 훨훨 떠나갔고, 그림은 음악과 같이 나에게 내신을 위한 과목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본 순간 그냥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려 하는지, 그가 나에게 어떤 것들을 보여 주고 싶어했는지. 책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영혼의 편지’ , 영혼의 화가 반고흐를 말해주는 책의 제목으로는 정말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좋았다. 그의 그림도 적잖이 등장하고, 그가 쓴 편지들도 나에게 많은 위로를 전해주었다.

 그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난 그가 천재 화가라고 생각했다. 천재가 아니라면 이렇게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호소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그가 천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그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영혼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비탄이 나를 사로잡는다. 문학의 건망증, 문학적으로 기억력이 완전히 감퇴하는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그러자 깨달으려는 모든 노력, 아니 모든 노력 그 자체가 헛되다는 데서 오는 체념의 파고가 휘몰아친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그림자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도대체 왜 글을 읽는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금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책을 한 번 더 읽는단 말인가? 모든 것이 무(無)로 와해되어 버린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인가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죽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근대 독일문학은 실존주의를 근냥 지나쳐서는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인가 독일 문학은 ’지금’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그리고 하나의 고찰] 이라는 수필에서 쥐스킨트는 독서의 무용론에 대해서 그것을 삶까지 확장시켜서 우리에게 ’지금 나는 무엇인가?’ 와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라는 질문을 저 멀찍이 우회에서 던져 준다.

이 책은 그의 짧은 단편을 모아놓은 짧은 단편집이다. [향수] 이후로 그의 글들은 중편을 넘지 않는듯 하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풀어 놓는 발상의 신선함과 생각의 깊이는 종종 글을 읽는 나를 놀라게 만든다.

책을 읽고나서 적당히 나이를 먹고, 적당히 어리지 않고, 적당히 늙지 않은 나에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난 어찌해야 하는 걸까?’

척존스의 발성훈련 과정을 담고 있는 책.
책에 대한 평가는 사실 별 두개 반 정도뿐이 줄 수 없을 듯하다.
좋은 발성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왜 발성훈련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 200 페이지에 달하는 책 속에서 140 페이지 이상을 차지 한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이 분명 연극이나 영화의 연기와 소리와의 상관관계를 고민해봐야 하는 배우에게 있어서 여러 부분에 있어서 고민 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법한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발성훈련에 관한 자료를 찾는 배우들에게는 사실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발성이란 것에 대해서 책을 찾아 볼 정도되는 배우들이라면 글쎄 이 글의 중후반까지 다루는 좋은 발성이란 무엇인가와 왜 발성훈련이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 정도는 이미 다 경험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다시 말하면 이미 다룰 필요가 없는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너무 장황하게 풀어놓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척존스도 현재 발성계의 거대한 산맥인 링클레이터 교수님의 훈련법과 많은 비슷한 훈련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훈련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다만 발성에 대한 관심이 막 생기는 배우 초년생들에게는 한번정도 읽어보기를 권할 수는 있을 것이다.

책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대충 다음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배우의 소리라는 것은 연기에 있어서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외모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소리는 개발 할 수 있고, 향상시킬 수 있다. 그것은 체계적인 훈련이 그것을 가능케 해주고 그 훈련이 뒷받침 된다면, 그것은 배우의 연기에 있어서도 많은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배우의 소리는 일단 무조건 들려야 한다.'
- 명확한 전달 보다 더 큰 목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요즘은 가끔 이런 효과를 요구하는 연출도 있지만 사실 거의 없다) 무조건 들려야 한다.

'소리에 대한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 호흡은 근육의 작용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근육은 훈련에 의해서 분명 발달한다. 정리하면 배우의 소리는 소리를 담당하는 근육훈련에 의해서 발전이 가능하다. 소리를 다루는 근육은 섬세하기 때문에 꾸준한 그리고 지속적인 훈련을 필요로 한다.

대충 이정도로 14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요약이 될 것 같다. 발성에 대한 책이라면 이 책 보다는 한명희씨의 [배우를 위한 발성훈련 핸드북]을 추천한다. 링클레이터 교수님의 수업 시간에 통역으로 한 학기 정도를 같이 배웠다고 했는데, 그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훈련들에 대해서 정리를 잘 해 놓은 책이다. 구체적인 훈련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솔직히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그냥 심심할 때 한번정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는 것 정도. 줄이면 별거 없는 말들에 대해서 너무 장황하고 길게 설명을 많이 해서 막상 알맹이가 건질게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