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사드

마조히즘과 사디즘을 자연스레 연상하게 만드는 불건전한 제목. 하지만 희곡 내에는 그런 음란한 상상을 자극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굉장히 무거운 주제와 쉽지 않은 표현 형식으로 한번 읽어서는 많은 부분을 온전히 가져가기 힘든 희곡이다.

책 말미에 친절한 해설이 있어서 조근조근 읽어 보았다. 아르또와 브레히트가 합쳐져서 새로운 연극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빈공간]의 저자 피터브록을 일약 세계적인 연출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었다고 하더라. 허허 아르또와 브레히트 그리고 피터브룩이라.

희곡의 전체적인 느낌은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비슷하다. 관객에게 이것은 연극임을 인식하게 하는 여러가지 장치들(해설자, 코러스, 극중국)이 정교하게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아르또가 제창했던 잔혹연극론의 이론들이 중간중간 정신병원이라는 공간과 환자들이라는 배우들을 통해서 관객에게 새로운 순간의 고양감들을 어필한다. 휴~

이런 대본을 제대로 연출할 수만 있다면 정말 굉장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연출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작품일듯. 그리고 관람하게 될 관객도 공부 많이 해야 할듯.

예전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왔던 번역본 보다는 문체도 많이 구어체적이고, 번역도 원작에 충실한 운문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는 좋은 편이다. 꽤 괜찮음.

'배우의 연기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처음 연기를 접하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무언가 내가 입으로 뱉어내는 대사가 이상하다고는 하는데, 내 손짓이며 몸짓이 우스꽝스럽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이것들을 바꾸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한 없이 막막해지는 순간이 있다.사실 이런 순간은 연기를 처음 할 때 뿐만이 아니라 여러 순간 나를 찾아왔고, 그 두려움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배우를 위해서 그 시작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가 연기를 좀더 사실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무엇무엇을 어떠어떠한 단계를 밟아가면서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해준다.

책은 핸드북 정도의 두께로 아주 짧은 편이다. 총 12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읽기에 어려운 표현도 없고, 번역도 읽기 쉬운 편이다. 연기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접근해 왔던 배우들에게는 많은 효용성을 가진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이야기들이 메소드 연기에 어느정도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비단 사실주의 희곡에 대한 접근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극에 임하는 배우의 자세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된다.

결론, 읽기에 부담도 없고, 가격도 부담 없음. 짧지만 유용한 내용 다수.
이정도가 되겠다.

위대한 연출가 브레히트의 마지막 작품. 코카시아의 동그라미.
아직 난 브레히트를 이해할만한 지식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잘 쓰여진 대본이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 이상의 어떤 감흥을 받아가지는 못했다. 아마도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몸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희곡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머리속에서 상세한 어떤 장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그냥 시각과는 분리된 말의 이야기로만 이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브레히트의 연극이론은 요즘 정말 많은 공연들에서 빈번히 차용되어진다. 전체를 다 가져다 쓰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극 속에서 낯설게하기의 효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지금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브레히트는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작가이자 연출가다.

좀 더 브레히트의 연극을 제대로 봐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대본은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주제가 너무 무겁다. 그리고 연극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의 변화를 꾀했던 브레히트의 극 답게 인간의 부조리한 심성과 조금은 냉소적인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구조도 두 가지의 이야기가 흐르기 때문에 간단한 편이 아니라서 조금 어렵다.

개인적으로 번역도 그냥 무난했던 것 같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 20페이지에 달하는 해설이 실려 있어서 읽기가 조금은 수월했다. 하지만 말이 실제 공연에서 올려지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