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리타는 사랑스러웠다. 비극의 결말 나를 파괴하고 내 주변을 무너뜨리고, 내 살에서 난 너의 아이를 내 손으로 지웠다. 피는 흘렀고, 아픔은 기억된다. 말과 의미는 함축되었고, 축소되었으며, 그것은 감추어지거나 혹은 보여짐으로 화할 것이다. 이것은 리타의 이야기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 이것은 격한 현실 속에서 지금을 살아야 하는 어떤 소외된 작은 사람의 이야기.
 
독일 근데 희곡 [사랑스러운 리타] 얼마전 극단 [백수광부]의 워크샵 공연으로 이 공연을 관극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대사와 장면의 난해함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들의 힘과 대본의 힘, 배우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대사들, 내 귀로 들어와 내 심장에 밖히는 차갑고 뜨거운 대사들 덕분에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내내 헤죽헤죽 거리며 걸어왔던 기억이 있다.

대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도 상당하다는 느낌이다. 공연을 올리게 될 연출에게는 머리아픈 고민이겠지만, 잘 이어지지 않는 말과 사실보다는 사상과 감상을 전달하는 듯한 대사들, 거친 장면 전환 같은 요소들. 그 구성은 많은 고민을 수반하겠지만, 대신 관객에게 어떤 거친 무엇을 전달 할 수 있는 힘도 분명할 것이다.

대본은 짧지만 참 좋았다. 사실 거의 중편에 가까운 분량으로 인해서 조금 아쉬운감이 없지 않았지만, 재밌었다.

오태석 선생님의 모노로그 희곡집. 사실 친구의 권유로 오태석 선생님의 희곡집을 잔뜩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그런데 막상 읽으려니 막막해서 개중에서 가장 얇은 책을 먼저 한권 꺼내들었다. 펼쳐보니 모노로그 희곡집이었다. 책은 얇지만 총 여섯편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어서 만만치는 않았다.

한국적인 정서를 아주 잘 담고 있다. 한 등장인물의 끊임 없이 이어지는 말들을 통해서 너무나 한국적인 그 감성들은 전달 된다. 그들의 말은 어느 때는 구수한 사투리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절절한 한이 앶힌 하나의 가락이기도 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이 대본은 어떤 모양으로 무대 위에 올라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한 사람의 몸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지고 여러 사람은 한 사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책 제일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던 [어미]라는 작품.
참 절절한 어미의 이야기, 그것은 왠지 내가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저 멀리 내 기억의 심연에서부터 끌어올려지는 어떤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이야기 같아다. 아마도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겠지.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기 이전에 한국인 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이해되어지는 감성이란...


                                  옛말에 있느니라.
                                  길 아래 두 돌부처는
                                  굶고 벗고 마주 서서
                                  비바람 눈서리쳐도
                                  평생에 이별이 없건마는
                                  우리 인생이란,
                                  이리 가고 저리 가서.....


대본은 두깨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연극이란 무엇인가? 연극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군복무 시절 난 연극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 곳은 고립되고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내가 연극을 하면서 꾸었던 꿈은 그 감옥 속에서 점차 미화되었고, 너무나 아름다워져만 갔다. 제대를 한달 남겨두고 나온 말년휴가에서 난 그것이 미화된 추억이었는지 아니면 지금도 나에겐 사실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에 다시 대본을 들고 부대로 돌아갔고, 제대를 하고 한달 뒤 동아리 공연을 통해서 난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연극은 이미 나에게 부여되었던 수많은 의미들 위에 더욱 커다란 의미 하나를 투욱 던져놓아 버렸다.

 [빈공간]은 어떻게 하면 연극을 잘 할 수 있을까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어떤 것이 진정한 연극인가에 대해서 저자 피터브룩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신념,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우리에게 풀어 놓는 마치 수필과 같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면 연극 혹은 연기를 잘 하기 위한 몇가지 노하우나 사실이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닌, 내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연극"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머리를 채운다.

 연극을 지칭하는 몇가지의 재미난 표현들 "죽은 연극(Death)", "성스러운 연극(Holy)", "거친 연극(Rough)", "살아있는 연극(Alive)" 을 통해서 그가 생각하는 연극이 예술로써 혹은 우리에게 의미있는 무엇으로써 존재할 수 있기 위한 몇 가지의 목표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20년도 더 전에 출판 된 책이지만,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시간이 흘러도 가벼워지지 않고, 여전히 연극에 의미를 자꾸만 부여해버리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참으로 무겁게 그리고 한편으로는 위안으로 던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