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부를 다 읽었다. 6.25가 거의 끝나간다.
전쟁... 전쟁...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세상 모든 일들은 단지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 그 하나로 달라진다.
하나의 이유라도 표현은 다양하다. 그 다양함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그것을 단조롭게 만든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에게 한 없이 잔혹해 질 수 있고, 거침 없는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거대한 나라다. 그 나라를 이끌고 있는 정신은 물질만능, 돈이다. 그 나라에서는 자수성가가 가장 큰 미덕으로, 돈을 잘 버는 것이 사회적인 성공이고 능력을 인정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들었다. 여튼 그 미국이 전쟁에 깊숙이 개입한다. 전쟁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종반부에 중국이 참전한다. 이제 이 조그만 땅덩어리는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참 가엾은 나라다. 이렇게 흘러가게 된 것은 누구의 의지인지. 결국 배고팠던 사람들만 더욱 배고파질 것이고, 그 수와 배고픔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일테지. 그리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채 내가 너를 왜 미워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전쟁터에 끌려가 하나 둘 핏빛으로 산화한다.


이제 사실 조금 힘겹게 책을 읽고 있다. 재미는 있는데, 너무 띄엄띄엄 읽다보니 조금 지친 듯하다.

독일 현대 희곡선
작년 그리고 올해 극단 백수광부에서 [경남 창녕군 길곡면] 이라는 제목으로 [오버외스터라이히] 가 올라갔다. 얼마전 [사랑스러운 리타]를 읽었을 때와 그 느낌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강인한 인상은 여전하다. 독일 사람들은 내면의 끝없는 탐구를 보여주었던 인간을 사랑하는 작가 헤세처럼 주변과 나를 그냥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부조리한 현실은 실상 문제가 아니다. 그 현실을 부조리하게 만들고, 그 부조리를 아무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가 도리어 이상스러운 것이다.

’저는 아주 과격하게 성교육 계몽을 한 것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밥맛을 잃게 하는 장면에 거울을 들이댄 것이죠. ..... 사람들이 그것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되고, 어쩌면 앞으로 몇 걸음 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그렇게 한 것이죠.’ - 프란츠 크뢰츠 -

이런 말들을 거침 없이 쏟아 붙는 사람. 역시나 그의 글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의 뒷통수를 힘껏 갈겨준다. ’이봐 정신차려’

[가내노동], [오버외스터라이히] 두 개의 대본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초기작 가내노동이 좀더 인상에 남았다. 말 보다 공간과 움직임 그리고 여백으로 더 직설적인 의도를 표현하려 하였고, 더욱 강렬하고자 하였다. 아마도 공연에 올라가려면 번안이나 개작이 조금 필요할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 그 강렬한 색감이 머리에 남아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놀이의 형식을 차용한 다양한 연기 훈련들.
그리고 그가 사회를 바꿀 것이라 기대했던,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토론 연극’에 대한 이야기들. 이것이 아우구스또보알이 연극을 통해서 이룩하고자 했던 우리 사회와 개인의 변화.

'토론 연극'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다양한 배우 훈련들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놀이 형식을 취하고 있는 훈련들이 많기 때문에 연기 초심자나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워크샵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히 많은 훈련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설명이 깔끔하지 않다는 점이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역자가 설명을 너무 짧게 했기 때문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몇몇 훈련들은 책에 쓰여진 설명만 가지고는 어떤 훈련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 [이미지 연극] 파트로 넘어가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면서 설명은 한번 읽어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해진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다양한 놀이 형식의 훈련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좋았었다. 직접 활용하기에도 쉬운 것들이 많았고, 꼭 연극 연습 뿐만 아니라 놀이로도 의미가 있을 법한 훈련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점점 복잡한 훈련들이 소개되는데 이 훈련들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명확하고 친절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