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태백산맥의 마지막 제4장에 돌입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좀 늦장을 부렸다지만 4개월이나 걸려 버렸다. 책이 재미가 없다기 보다는 조금 울화를 유발하는 한국 근대사가 읽기를 더디게 만들었던게 아닌가 한다. 전쟁이 점점 길어지고 전선이 고착화 되면서 산으로 숨어든 빨치산들의 투쟁은 점점 본격적으로 그 틀을 갖춰가기 시작한다. 역시 전쟁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서로를 죽고 죽이고, 그 살인과 죽음은 또 서로를 지극히 미워하게 만들고, 전쟁은 또 그렇게 지루하게 계속된다.

결국 어떻게 끝이 날지.
지금까지 읽어온 책의 분위기로 보아 결코 해피앤딩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고, 이 우울한 현실을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지을지 궁금하다.

어느 글이나 전쟁을 묘사하는 장면은 섬뜩하고 처연하다. 전쟁에서의 죽음은 아무리 미화한다고 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음이다. 1940년대 처럼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전쟁은 그 허무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빨치산들의 ’투쟁’과 ’혁명’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것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문제다.

쩝 역사를 조금씩 알아가면 갈숙록 울화와 짜증만 늘어간다.

여튼 주인공들은 산으로 다시 들어가 빨치산이 되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의미 없는 전쟁 속에서 그들의 고난은 또 다시 시작된다.

서양 철학 개론서

아는 형이 초등학교 때 읽었다면서 추천해 주었던 서양 철학 입문서. 서양 철학의 발전과 각 인물들이 주장했던 사상들에 대한 요약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설명도 가능하면 배경 지식이 없는 상대를 대상으로 쓰여져 있는 편이라 서양 철학 전반에 대해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초심자가 읽기에는 딱 적당한 책.

예상 보다 책이 많이 두꺼워서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근데 거참 이 책을 초등학생 때 읽었다니 뭐라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나마 쉽게 쓴 편이라고 하지만 초등학생이 읽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쩝

각설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책은 괜찮은 편이다. 중세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근대 철학 데카르트부터 시작해서 근대를 벗어나는 탈근대 가장 최근의 들뢰즈까지 그 철학사의 중요한 변화와 의의를 잘 집어주고 있다. 그리고 사상과 철학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도 별로 어렵지 않게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고, 널직한 시선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서양철학사에 대한 커다란 전도를 그리기에는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고 한다면 책에 첨부되어 있는 도판(그림이 참 많다)이 인상적이기는 했는데, 본문의 설명을 많이 도와주지는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조금 받았다는 것 정도.

공부하기 위해 읽은 책이 아니라서 책 내용은 별로 기억나는게 없지만, 몇몇 이야기들은 건져올 수 있었다.

'노마드(Nomad) - 유목민의 삶. 항상 새로울 것. 차이를 만들 것. 안정을 넘어서 존재하는 새로움의 의미'

'호명(呼名) - 이름을 부르는 것. 그럼으로 나를 너를 그 자리에 있게 하는 것.'

[정의의 사람들] , [계엄령] 두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카뮈는 희곡을 많이 쓰지는 않은 거 같다. 카뮈 전집으로 출판되어 있는 <책세상> 의 목록을 살펴보면 그의 희곡은 단 네 편뿐이다. 그 중 두 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계엄령]은 읽다보니 얼마전 접했던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생각났다. 큰 줄기나 세부적인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은 공연으로 올라갔을 때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희곡도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정의의 사람들] 이 책을 읽고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구할은 이 [정의의 사람들] 작품에 있다. 말이 정말 많은 대본이라는 느낌. 하지만 그 말들이 하나하나 서늘하게 날카롭다는 느낌.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 한명 한명이 열정과 신념 그리고 생각에 가득 차 있다는 느낌.

’대립하는 두 인물의 정당성과 타당성이 모두 완벽할 때 비극성은 더욱 커진다.’

카뮈가 정의 한 이 비극에 대한 말처럼, 이 극 속의 사람들은 하나하나 그들에게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신념 또한 어설픈 모래 위에 세운 탑이 아닌 단단한 논리와 경험 위에 세워진 그들만의 ’정의’다.  그 정의들의 대립.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본이 연극적으로 실험적이라거나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써놓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고 그가 그려보고자 했던 인간과 그들의 의지, 그리고 그들의 삶과 죽음 이 모든 것들이 내 정신을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