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한 불쌍한 아이가 살았는데,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고, 모두 죽고, 세상에 혼자 남았단다. 모두 돌아가셨지. 그래서 낙담한 이 아이는 밤낮으로 울기만 했단다. 이 세상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아이는 하늘나라에 가려고 했지. 그런데 달님이 자기를 친절하게 내려다보지 않겠어. 그래서 결국 아이는 달나라로 갔지. 그런데 달님은 썩은 나무 조각이었어. 그래서 아이는 해님에게로 갔지. 그렇지만 해님은 시든 해바라기였던 거야. 그래서 별님에게로 갔지. 그런데 별님은 작은 황금모기였어. 때까치가 황금모기를 가시나무에 꽂아놓았던 거야. 그래서 아이는 다시 지구로 돌아왔는데, 지구는 엎어진 요강이었어. 여전히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아이는 주저앉아 엉엉 울었단다. 아직도 그 아이는 거기 앉아있지, 혼자서 말이야.’

보이첵, 게오르그 뷔휘너. 24살 때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천재.

짧은 장면들이 교차한다. 지문도 없고, 대사도 간략한 상징적인 장면들은 빠른 속도감으로 보는 사람을 스쳐간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을 말한다.


이제부터는 극히 개인적인 표현.
이게 24살 짜리가 쓸 수 있는 글인가? 24살 때 인간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어떻게 생기는 거지? 이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살았기에 스무살에 이런 깊이로 들어갈 수가 있는 건지. 거참.

대본은 조금 난해하다. 미완성 작품이라는 평가가 맞을 것이다. 그가 죽은 뒤 그의 집에서 발견되었고, 희미해진 필체를 찾아 사람들이 복원시켰다고 한다. 대본을 보고 난 뒤. 이 대본이 공연으로 올라갈 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위비왕]

욕설이 난무하고 억지와 부조리가 한 왕을 통해서 왕국을 가득 채운다.
귀족들은 죽어가고 재화는 왕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처럼 깊게 돌고 돈다.

알프레드 쟈리, 무엇을 비웃고 누구를 비꼬고 싶었던 것일까?
초연은 인형극이었다고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극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뒤틀린 언어와 억지스런 부조리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쩌면 대상은 없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대상은 구체적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싼티나는 직설적인 언어들을 접했더니 속이 시원해졌다.

프랑스 사람들은 말을 참 잘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다. 

'무대 위에서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지 않을 자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 즐거움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쟈리는 고전극이 요구하던 예법에 맞는 성격들을 추한 것, 저속하고 상스러운 것으로 대치시키기를 원한다.'

그가 쓴 속칭 싼티나는 맛깔스런 표현들,

'.... 들었어, 이 건달아? 이제는 렌스키와 러시아 황제네! 오! 그들은 나를 칠거야. 그리고 위비 어멈! 이 금들은 다 어디서 났어? 너는 내 금을 훔친거야, 불쌍한 것, 너는 달밤에 바르샤바 대성당에 있는 내 무덤을 뒤졌구만. 나는 오래 전부터 죽어있었어, 나는 말이야. 나를 죽인건 부그르라스야, 그리고 나는 바르샤바에 블라디스라스 대 황제 곁에 묻혀있지.....'

[니나]

글은 짧다.
1970년대 발간 된 프랑스 희곡. 담담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이한 점은 문장 부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대 위에서 배우는 ’말’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말에는 문장 부호가 없기 때문에, 글에도 문장 부호가 없다. 그것이 특이한 점.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었다. 조근조근하고 소소한 일상을 위주로 그 시대상을 미묘하게 결합시킨 듯 보였다. 뭐 조금 다른 감수성이 느껴졌다.

’일상극이 일상 언어와 연극임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비나베르는 실내극이라고 이름붙인 이 작품에서 모든 구두점을 없앴다. 희곡을 읽기위한 문학 텍스트로 제한 할 때는 이것이 가독성을 방해하는 요소이지만(번역의 어려움과 더불어), 무대 위에서 공연될 때는 진정한 구어체, 대화체의 언어가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배우의 재량과 연출의 능력에 힘입어 공연에서 비로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열려있는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글스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 바로 그렇단 말이지. 프랑스에서는 말에 대한 공연과 시도가 1970년대에도 이렇게나 많이 있었다는 말이지. 어떤 친구가 말한대로 문화사대주의에 빠져서는 아니되겠지만, 솔직히 지금 우리 나라의 시대보다 앞섰던 자유로움들이 부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