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작 [하녀들]을 쓴 작가 장 주네의 시집. 오세곤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다.
근데 어렵구나... 정말 어렵구나...

일단 시는 한번 번역을 거치면 그 아름다움과 맛깔스러움을 반 이상 잃어버리는 것 같다. 말의 미묘한 뉘앙스나 소리의 아름다움을 이미 다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 심상과 느낌이 잘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산문시임에, 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그가 이야기 하는 큰 줄기, 죽음과 가난, 절망과 희망, 그 안에서 싹트는 사랑과 쾌락의 아름다움... 이런 것들은 조금 와닿기는 한다. 그래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것들을 느낀 작가의 생생함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참 안타까웠다.

직설적이고 외설적인 표현들이 많다. 그것은 작가가 살았던 거친 삶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런 표현들이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해설을 읽고 작가의 생을 알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는 왜이리 어렵고 와닿지가 않던지... 후...

분명 좋은 시인 건 알겠는데, 잘 모르겠다.

내 지성의 나약함도 문제가 있겠지만, 역시 시는 번역하면.... 진짜 맛이 너무 죽어...
ㅜ.ㅜ

이건 분명 번역자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한계인 것 같다. 예전 프루스트의 시집을 읽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참 아쉬웠었는데 쩝...

차라리 정말 장 주네를 알고 싶다면, [자꼬메티의 아틀리에]를 추천한다. 이건 주네가 자꼬메티라는 어떤 조각가에 대해서 쓴 예술론. 주네란 사람을 더욱 잘 알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의 저자. 과학적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 그의 범상치 않음은 소설 [개미]에서 참 잘 드러난다. 16살 때부터 소설 [개미]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 14살 때부터 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

내가 어린 시절이었을 때 반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열명중 다섯 명이 대통령이었고, 나머지 다섯 명은 과학자였다. 하지만 과연 그 아이들 중에서 백명 중 한 명이나 과학자가 되었을까? 과학자는 소설가 같아야 하고 철학자 같아야 한다. 어떤 사소한 일상의 조각에서부터 새로운 진리로의 길을 찾아야 하고, 수 많은 반복 끝에 어떤 깨달음에 도달해야 한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냥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인간을 보고, 수 많은 시도를 통해서 그 글에 도달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아 이거 TV 에서 혹은 어떤 책에서 본 적이 있어’라고, 그 작지만 신기한 이야기들, 과학이란 마치 요정들이 사는 어떤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 만큼이나 신기하고 새로운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풀어낸 그도 범상한 사람은 아닌 듯하다.

사실 책의 내용은 재밌었지만, 어떤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요즘 보고 있는게 ’과학’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작지만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었다. 사실 그의 글도 재밌지만 -이 책은 차마 ’이야기’라고는 못하겠다.- 책에 그려진 삽화가 참 좋다. 어쩔 때는 마치 어떤 마법사의 연구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머리가 많이 아플 때나 요즘 너무 무거워졌다고 느낄 때 잠시 쉴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지나간 과거를 다시 꺼내놓는 희곡.

이야기 전개는 쉬운 편이다. 이전에 읽었던 [식인종들]에 비하면 구성도 어렵지 않고, 서사의 흐름도 말로써 일관되게 이어진다. 그러한 사실적인 흐름이 그래서 더욱 글을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극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대본의 분량이 꽤 긴편임을 감안하면 실제 공연으로 올라갔을 때, 관객이 쉽게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과거를 묻어두고 다른 허상을 만들어 아픈 과거를 덮어버린 아버지에게 아들이 말한다.
'보시다시피 모국어를 쓰면 이렇게 된답니다. 말이 말을 만들어내지요, 그래서 결국에는 스스로도 그 사실을 믿게 됩니다. 모국어를 쓸 때는 정말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버지는 과거를 날카롭게 들춰내는 아들에게 이렇게 변명을 한다.
'한 번이라도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니? 그 당시 너라면 무엇을 했겠는가 하고 말이야, 그 당시 네가 어른이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처지였다면 말이다. 그래, 너는 지금 행복한 처지야. 생년월일 하나 가지고도 그렇게 엄청난 위세를 부릴 수 있지 뭐야. 네가 네 아버지보다 천 배는 더 훌륭해.'

수 많은 사람들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의 명령에따라 죽여야 했던 사람들도 아플 것이다. 죽임 당한 자들에게 분노를 살지도 모르는 말이겠으나, 죽은 자와 죽인 자, 그리고 그 시대에서 남겨진 자. 모두 상처를 싸안고 살아가고 있다.

씁쓸하다.

요즘 너무 무거운 것들만 읽은 것 같다. 조금 가벼운 글들이 필요한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