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주네] 알 수 없었다.
이 사람이 나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의 태반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이 사람의 이야기 그 와중에도 무언가 내 가슴에 와닿는 어떤 느낌이 있었다.

’도덕주의자들은 나의 행동을 악의(惡意)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들의 선의(善意)는 나의 악의와 충돌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어떤 행동이 그런 이유로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보여 줘도, 나는 단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노래를 통해 그 행동이 아름다운 것인지 우아한 것인지 판단할 것이다. 오직 나만이 그것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나를 정해진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없다.’

생을 이 말처럼 산자의 말은 무거웠다.

그를 비판했던 사람들은 참으로 많았다 한다. 그가 이야기 하는 아름다운 것들과 성(聖)스러운 것들에 대해서 난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내가 그의 길고 긴 말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그의 진정성, 하나의 거짓도 없이 그가 말하고자 했던 진실함에 대한 파편들 뿐이었다.

아직 내가 그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난 너무 어렸다. 그는 이 책을 서른 다섯에 썼다고 한다. 내가 아직 그 나이가 되지 않았기에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아닌 것 같다. 난 아직 그가 그 처절한 삶의 의지 속에서 도달했던 그 깊이까지 도달하지 못했기에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어느 시절이 흘러 다시 읽고, 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난 내 성장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난 이 책을 읽고 그를 연민하고, 그를 위해 슬퍼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을 동정해서는 안될 것 같다.

’슬프다고, 뭐가? 난 하나도 슬프지 않은데. 날 이해하지도,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대신해 슬퍼해 주겠다니, 넌 예의가 없구나’

그가 이렇게 말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난 슬퍼하지 않으련다. 그리고 그도 슬퍼하지 않았으리라.


장 주네 그의 말은 너무나 묵직해 내 어깨와 머리를 뻐근하게 누른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서 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따뜻한 위안을 얻는다. 그래 내가 아직 알 수 없는 어떤 것들이리라.

 [사춘기]에서 마지막 장면이면서 핵심적인 장면인 이 장면에서 베데킨트의 세계관이 나타난다. 죽음이 삶의 대안이 될 수 없고 다시 말해 삶을 떠나서 다른 방도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비판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규범이라는 옷을 입은 그 사회의 이해관계이었지 그 사회속의 삶 자체는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목표는 시민사회의 모랄을 허위에서 해방시키려는 것이었다. 베데킨트가 제시하는 '삶의 예술가' 는 써커스 곡예사들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이상주의를 추구하고 있고 그러한 세계관은 물질주의와 이상주의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
- 책의 마지막에 있던 작품해설에서 발췌 -

 억압받는 사회. 어린시절 진정으로 애가 어떻게 생기는지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 답을 사회에서 허용된 방법을 통해서 알수는 없었다. 부모님께 물어보거나 선생님께 물어보거나 언제나 답은 같았다. '조그만게, 가서 공부나 해!' 결국 불법적인 방법들을 통해서 난 그 문제의 답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것에 왜곡이 담기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무엇 때문에 자연스러운 성장을 억압하는 것일까? 무작정 그것을 누르려하니 결국 뚜껑을 열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것은 터져버리는 고통으로 드러날 뿐인데.

1900년대 초기에 쓰여진 희곡이다. 아이들이 아름답고 티없이 자유롭게 성장하길 바란다면, 이 미친듯한 강요와 억압만이 가득한 우리의 교육현실을 좀 바꿔줘야 하지 않을까... 희곡을 읽고나니 발레다 피아노다 과외다 하면서 축처진 어깨로 피곤에 쩔어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우리 나라의 아이들이 측은해졌다.

안톤 체홉의 조카 미카엘 체홉의 연기 이론서.
안톤 체홉은 너무 유명하다. 그의 그늘에 조금 가려져 있어서 의외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카엘 체홉.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연기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심리 제스츄어’ 라는 하나의 방법의 다른 사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 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삶과 다르다. 예술이 삶과 같을 수는 없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연기자는 자기 인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인물은 항상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에게 사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메소드를 넘어서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하는 어떤 것들은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초기에 중요시했던 정서와 감정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연기술의 다양한 방법들을 알아야 할 시기라는 느낌이 든다. 어느 하나에 고정되는 순간 그것은 그 자리에 ’멈춤’을 의미하는 것만 같다. 미카엘 체홉이 이야기했던 방법론. 상당히 유용하다는 느낌이다. 자세하고 다양한 벙법들이 소개되지는 않지만,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주어줬다는 느낌.

꽤 괜찮은 이론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