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쇼.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 연극 보다는 뮤지컬에 더 어울리는 대본이라는 느낌. 한 쪽은 영어 원문, 다른 쪽 페이지는 번역 된 한글로 구성되어 있다.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괜찮은 구성의 책이다. 책 하단 부분에 주석으로 영어 구문들에 대한 해설들도 들어 있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번역이 좋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영어를 가지고 하는 말장난이 많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우리 말로 옮겨 놓았을 때 그 위트나 재미가 많이 줄어들어 버렸다. 영어에 대해서 깊은 조예가 없는 필자의 경우는 사실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극의 내용만을 보게 되었는데, 버나드 쇼의 시니컬한 사회를 보는 시각정도만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우리 나라에서 연극 공연으로 올라갈 수는 없을 것 같은 대본. 작품의 내용도 조금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고, 영어로 하는 말장난도 우리 말로 옮기기 힘들 것 같고, 영국 사회가 가지는 ’귀족’이라는 개념도 우리 정서에는 잘 와닿지 않는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다는 느낌.

 그래도 마음에 드는 구절이 하나 있었으니.

’알아요. 전 교수님을 비난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건 그분의 버릇이니까요. 하지만 대령님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큰 차이를 만들죠. 누구라도 배울 수 있는 것(옷 입는 법과 바르게 말하는 법 같은 거 말예요)을 제외하고 보면, 숙녀와 꽃 파는 소녀와의 차이는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는 게 아니고 어떻게 취급받느냐에 있다는 걸 아실 거예요. 전 히긴스 교수님께는 늘 꽃 파는 아이일 뿐이에요. 왜냐하면 그분은 늘 저를 꽃 파는 아이로만 대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대령님께는 숙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대령님께선 늘 절 숙녀로 대해 주셨고 앞으로도 늘 그러실 거니까요.'

- 리자의 대사 중에서 발췌 -

버나드 쇼의 시니컬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짧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단막 희곡집. 모두 12편의 단막 희곡이 수록되어 있다. 출판일이 조금 오래되었기 때문에 번역이 조금 옛날스러움이 있기는 하지만, 희곡을 읽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희곡들은 학교 동아리 워크샵이나 극단 워크샵에서도 많이 다루어졌던 작품들이다. 짧고 평이한 구성으로 인해서 공연으로 만드는 데 부담이 적다는 장점과 짧지만 그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의 깊이가 얕지는 않은 단막 희곡들. 안톤 체홉의 ’청혼’으로 시작해서 장 지로두의 ’아폴로’ 슬라보미르 므로체크의 스트립티즈 등 재미있는 희곡들이 많았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매 희곡이 시작하기 전, 한 페이지 분량정도로 역자분이 희곡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 놓으셨다. 이 부분이 어떻게 보면 참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너무 친절하기 때문에 희곡을 읽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측면을 도리어 막아버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장점이고, 어떻게 보면 단점인듯. 가격도 적당하고 (7000원) 다루고 있는 희곡들도 좋다. 다양한 시대와 여러 나라의 작가들의 대표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소장해도 괜찮다는 느낌. 조금 거슬렸던 건 예전에 출판 된 책이라 그런지 종종 한자가 등장한다는 점정도.

꽤 괜찮음.

서강연극회 90회 정기공연 대본.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쇼팔로비치’라는 단어의 어감과 ’유랑극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 때문에 조금 가벼운 약간은 코믹적인 부분이 많은 희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와중에 내 이런 생각은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내 손은 무거웠다.

예술이 우리의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그 무엇인가? 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극은 끝을 맺는다. 전쟁의 한 복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투쟁하고, 먹을 것이 절박한 사람들에게 연극이란 필요한가? 알 수 없다. 난 속칭 혜택받은 세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에 배고픔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경험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린 시절 너무나 진지하고 픈 열심 때문에 한때 배고프지 않은 현실을 부끄러워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 대본을 왜 골랐냐고 묻는 내 질문에 어린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자기가 대학 동아리에서 했던 연극은 의미가 있었다고, 나를 성장시켰고, 나에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고, 그래서 이 각박한 현실 속에서 그 연극이 의미있었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단지 스물 네살 밖에 안된 친구였지만, 그 말을 하는 와중에 그 친구의 등 뒤에서 빛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 이 녀석은 이미 어리지 않구나.

나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더 던져보게 되었다.

’연극은 나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연극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라는

그 답은 언젠가 찾아질런지 혹은 찾아지지 않을런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