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느낌은 읽기에 편한 소설이었다는 것.
종교에 대한 저자 나름의 깊은 고민이 쉬운 단어와 단촐한 이야기로 듣기에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종교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조금 걱정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서른 일곱의 주인공. 노총각. 외로움도 적당히 익숙해질 나이.
한 여자를 만나고, 종교라는 암초에 부딪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거리는 이야기. 결국 뻔한 결말에 도달하게 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 까지 그가 걷는 여정이 재미있었다.

’빛’

인간 예수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그냥 위대한 ’사람’의 범주에 놓기만 해도 충분히 존경할만 할 터인데, 왜 굳이 ’신’의 반열에 올려야 하는지 그 이유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신약과 구약의 내용은 연결되지 않는다. 구약에서는 인간에게  잔혹한 ’신’의 모습이, 신약에 들어서는 인간에게 따뜻한 ’예수’라는 인물로 승화된다. 수 많은 구약의 말들이 예수에 의해서 뒤집히고, 결국 예수는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서 죽는다. 모순이 가득하다. 그것을 ’믿음’이라는 한 단어를 통해서 아무 부정 없이 받아들이는 일을 난 할 수 없었다. 덕분에 20년을 넘게 다닌 교회를 떠나야 했고, 어머니와 형은 너무나 안타까워 하셨지만, 난 별반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다.

뭐 여튼 책은 재미있는 편이다.

벨킨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푸슈킨의 짧은 소설.

사실 난 조금 어려웠다.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재밌기는 했는데, 다 읽고 나서 그래서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뒤의 해설을 참고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읽고, 또 해설을 참고하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결국 그 번잡한 과정을 거치고 난 뒤 남은 건 푸슈킨이 그리고자 했던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 알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러시아 고유의 문화와 이야기,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을 그리고 싶어했다. 러시아는 발달한 유럽문화를 그 당시 너무 많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러시아도 격동의 근대사를 보냈다. 많은 것들이 변했고, 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조국의 고유함을 찾고자 했던 작가이자 시인. 그가 푸슈킨 이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안톤 체홉의 단편집이 자주 떠올랐다. 이야기의 기발함이랄까. 담담한 듯하면서도 위트있는 어조랄까. 짧고 간결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겨진 뭔가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쉽게 건너 뛰어서는 안될거 같은 느낌을 풍기는 느낌. 안톤 체홉의 단편집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체홉의 이야기가 이해하기는 조금 더 쉬웠지만.

’인생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괴로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니...’

이런 시를 쓴 사람의 글이 보고 싶었다. 
재밌었다.

"노예였을 때 제겐 선생님 책을 읽는 게 금지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동료 노예에게 이 책을 받았죠.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책도 잃었지만, 다시 받았습니다. 이 책은 저와 함께 죽음의 강과 삶의 강을 건넜어요. 제게는 이 책이 제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신호였습니다. 제 안내자였어요. 그래서... 그래서 책을 따라 책을 만든 분에게 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본 순간 제가 평생 보아온 분이라는 걸... 제가 여기 오게 되어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 가브가 오렉에게 하는 말 中 -


붉은 달을 보았다. 그것은 꿈이었다. 넌 무엇이냐? 달이 내게 물었다. 난 그 말을 들었다. 난 달과 분명 이야기를 했다.

역자 후기에서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큰 위안을 얻어가길 바란다.’ 라고

책을 읽는 이유가 여러차례 변해왔다.
답을 찾던 어린시절,
지식을 바라던 몇 년전,
그리고 책에서 위안을 찾게 된 지금.


내 가장 소중했던 누군가의 죽음, 상실. 소션은 자신을 찾아 떠난다. 그가 있을 곳, 있고 싶은 곳, 소년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서. 몇 년이 흐르고 이젠 청년이 되어 소년은 이미 자신의 기억 속에서 본 시인을 만난다. 그 길은 운명의 이끌림 처럼 느껴진다.
소년은 자신이 태어난 곳도 아니고, 자신을 필요로 했던 곳도 아닌, 소년을 자유롭게 해줄 장소에 머물기로 한다.

’말’에 대한 이야기는 르귄의 글들에서 여러번 무게 있게 다루어진다. 작가이기에 ’말’을 아끼기 때문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소년이 걷던, 장소를 찾는 여정은 나를 위로했다. 때때로 느껴졌던 묘한 동질감. 
’난 널 이해한다.’라는 말과 그 뒤를 구구절절 하게 따라 오던 이유들 하나 없이도,
글을 읽으며 난 이해 받는 것 같았고, 그 느낌은 위안을 주었다.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도 좋았다. 오렉 카스프로의 시집 ’우주의 기원’ 왜 이 제목을 볼 때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떠오르던지. 역시 이공계는 어쩔 수 없나보다.


내가 있을 곳. 나를 자유롭게 할 곳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낯설음을 두려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