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선배님이 추천해 주신 책.
난해한 편이다.

연극, 연기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말’을 기반으로 하는 연기일 것이다. 말이 연기의 7할이요. 움직임과 표정이 나머지 3할을 차지하는 모습을 쉽게 떠올린다.

이 책은 ’말’이 기반이 되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몸’이 기반이 되는 마치 무용처럼 느껴지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사실 그래서 나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지금 현재 나한테 관심있는 연기는 말이기 때문에. 하지만 나름 의미는 있었다. 연기에 대한 공통 된 인식이 있었다.

다음은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작업 상황 속에서, 잉그마르 린드는 드크루의 ’움직이는 부동(不動) 상태’에 뒤따르는 공식을 다음과 같이 다시 세운다. 부동 상태에서 의도를 실현하기. 이것은 행동학자들이 의지의 움직임 이라고 부른 것이다.  고양이가 아직 최소한의 움직임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고양이가 파리를 잡으려고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몸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상태. 그것은 멈춰있다고 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멈춰있음에도 역동적인, 관객에게 보여지는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몸과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움직임에 대한 연기를 이야기 하는 책들 중에, 일본의 ’노’와 중국의 ’경극’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책은 없었다. 사실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장르의 공연들이다.
그래서 참 궁금했다.

아큐정전 희곡 버전.

첫인상은 브레히트와 조금 닮은 느낌을 받았다.

[아큐정전]하면 중국의 작가 노신 선생님의 소설 [아큐정전]이 먼저 떠오른다.
희곡도 그 [아큐정전]과 많이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소설에 대한 재해석이 강하기 때문인지 희곡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각각의 인물들이 상징하는 특정한 사회 계급이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전체주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무분별한 무정부주의 자들을 비판하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되는 말들이 상징적이고 은유적이기 때문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냥 알 수만 있었다. 자세한 의미들이나 그 표현들이 내포하고 있는 좀 더 세세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뭐 이정도로 만족하자.

솔직히 좋은 희곡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힘들거 같다. 뭐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으니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극의 갈등이 너무 급진적으로 일어나고 그 결과도 별다른 설명 없이 순식간에 마무리되어 버린다. 원작 소설[아큐정전]이 의미하는 사회에 대한 냉소와 비판에 대한 상징이 강렬하게 담겨있기는 하지만, 글쎄 연극적인 재미는 별로 느낄 수 없었다. 공연으로 올리기에는 별로일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해하다.
책을 덮자마자 느낀 첫 감상이다.
미야자와 겐지라는 일본 유명 동화작가의 짧막한 중편 정도의 두 동화를 기대했었지만, 이게 편한 마음으로 별 노력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었다. 이것은 아마도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 탓일런지도 모르겠다. 받아들이기 힘든 가치 기준들이 많았다. 어려웠다.

두 소설다 매우 몽환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꿈 속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 장면의 설명은 구체적이지 않고, 단편적이고 은유적이며, 장면의 연결도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같은 압축과 여백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건 필자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동화를 좋아하는데, 그것은 글은 편하고 쉽게 읽을 수가 있지만, 다 읽고 난 후 뭔가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짜릿하다기 보다는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책이 손에 잡힌 건 이 소설이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동했고, 가벼운 책과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두깨로 책을 들었건만, 책은 쉽지 않았다는.

은유와 상징, 몽환적인 분위기 등. 난해했지만 느낌은 괜찮은 편이었다.
내가 너무 나이를 먹어서 건조해져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의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여튼 겉보기 보다는 확실히 만만하지 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