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다 읽었는데 "이 작가는 대체 뭘 얘기하고 싶었는가" 온전히 다 이해할수 없을때 그 찜찜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내가 그런 기분을 첨 느꼈던것이 "위대한 개츠비"였다.

몇년 전(꽤 오래전 ㅋ) 한참 책 읽기 장려 TV프로그램이 인기있었던 그 시절 선물받은 "위대한 개츠비"를 인내를 갖고 다 읽었는데

"그래서 뭐! 왜 위대한데!!" 라고 했었던 것이다.

(언젠가 다시 읽으리라고 했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인문학이 강조되면서 여러 매체에서 꾸준히 추천받은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였고,

읽어야지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길래 미뤄두다가 병원에 누워서 문득 생각이 나길래 읽기시작했다.

 

#2.

책은 너무 재미없어서 도저히 못읽을 정도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손을 떼지 못할만큼 흥미 진진하지도 아니었다.

어느 부분은 좀 어려웠고, 어느부분은 무슨소리인가 싶을만큼(특히 주인공이 부처를 열심히 적어내는 그부분!!) 어려웠고,

조르바의 이야기들은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황당한 부분도 있었다.

잔인하기도 했고, 비윤리적이기도했다.

그런데.

다 읽고났는데 이 책에서 내가 가슴뜨겁게 감동하고 정말 읽어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뭘 느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지식인들이 찬탄해 마지않는 내용은 역시나 이해도 좀 안가고 공감도 안갔고,

블로그들에 나온것은 대부분 책의 구절을 옮겨 둔 것이었고, 아니면 대부분 조르바의 "자유"가 대단하다 말하고있었다.

영혼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리뷰에 써둔 사람들도 있었다.

 

#3.

내가 그 깊은 뜻을 읽어낼 만큼 철학적 사고능력이 뛰어나거나 문학적 역량이 강하지 못한것을 안다.

그래서 글자 넘어의 깊은의미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얕은 지식으로 나는 조르바의 자유가 정말 진정한 자유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부 크게 공감가는 대사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조르바의 삶은 오히려 자유보다는 무책임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하고싶은것을 다 하고 사는게 자유인가. 이 시대에 그런 자유가 가당키나 한가.

책임이 따르는 자유, 인내, 절제, 도덕, 지조... 내가 배워온 것들은 다시 생각해도 옳다.

그리고 이것들은 조르바의 삶과 너무 다르다.

나는 조르바식의 자유가 결코 부럽지도 않고, 그다지 경험해보고 싶지도 않다.

 

#4.

조금 더 배우고, 조금더 익히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설명해 둔 책을 찾아서 한번 읽어볼까도 싶다.

지난번 서점에 서서 살짝 넘겨본 "책은 도끼다"에 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기가 나왔던듯 한데 그 책을 한번 읽어볼까 싶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좀더 깊어졌을때 지금 이 리뷰를 읽고 혼자서 낯뜨거워할 지라도

그런 날이 올수있도록 내가 지적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오늘의 리뷰는 마무리 할까 한다.

 

그리스인조르바

#1.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을 읽다가 빌 브라이슨을 알게 되었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을 알게 되어 바로 구입한 그 책입니다.

무려.... 558페이지. 주, 참고문헌, 색인을 빼고도 499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입니다.

우주의 탄생부터 현대 인류까지 6부에 걸쳐 살펴보는 이 책은 과학의 이야기를

당연히 아주 깊게 모두 다루지는 못하지만, 과학적 사건들의 배경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부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인류가 어떻게 우주를 가늠해 왔는지, 연구해 가고 있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2부는 지구의 이야기입니다.

지구의 크기, 역사,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흐름을 타고 이어집니다.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지금은 많이 잊고있던 과학자들의 이름도, 각종 법칙들의 이야기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3부는 20세기의 이야기입니다.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열역학, 양자학, 상대성이론 등의 현대 과학이 마구 등장하는데

역시나 어렵습니다.

4부는 위험한 행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행성과 혜성들의 충돌, 지진과 화산 등 지구내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이 안전하기만 한 곳은 아니라는것,

알수 없는 엄청난 불안을 알지 못한채 인간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5부는 생명, 그자체. 지구상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구에 어떻게 생명체가 출현하게 되었는지, 그 생명체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세포들과 DNA, 다윈의 진화설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6부는 인류의 이야기입니다.

인류가 견뎌내온 빙하기등의 기후와 역사, 인류의 출현에 대한 고고인류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차마 한번에 소리내어 정확히 읽기 어려운 이름들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읽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 생물종의 멸종에 대한 인간의 무자비함으로 이 책은 그 긴 여행을 마무리 짓습니다.

 

#2.

딱딱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과학을 여태까지 제가 읽어온 과학서적중엔 가장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무조건 어렵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과학서적은 거의 안읽었던것 같습니다;;; )

아. 그렇지만 절대 쉬운 책은 아닙니다.

한권을 차분히 다 읽기엔 적지않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꽤 속독하는 편인 저도 읽고 놓기를 반복하여 병원에 입원한지 일주일만에 다 읽어냈습니다.

중반에서는 2장을 넘기기 힘들어 잠이 쏟아지는 부분들도 있고, 이해가 안가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도 해야했습니다.

그래도 과학을 이렇게나마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내기란 쉽지 않을것입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빌브라이슨의 깨알같은 위트가 녹아있어 간간이 웃음이 터저 나옵니다.

각종 법칙, 과학자들의 이름, 유명했던 실험들... 배움의 기억이 떠오르는 동시에

아주 기본적인 것들까지 다 잊어버렸다는 부끄러움에 혼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앞두고 그리 열심히 외웠던것들인데 말이지요.

그러고보니 거의 기초적인 과학은 초,중,고등학교에서 다 배웠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암기식 교육이네 주입식 교육이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도, 제가 배운 과거 교육과정이 그렇게 잘못되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선택해서 배웠더라면 들어보지조차 못했을 것들인데, 다 완벽히 기억하진 못해도 들은 풍월은 있으니

조금이나마 덜 어렵게 느끼며 읽을 수 있었거든요.

과학자들이 이름들이 어찌나 긴지...물론 모두 서양인이라니까 어쩔수 없지만..읽는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름은 나은 편입니다. 생물들의 종을 구분하기 시작하며 학명이 나오기 시작하면

특히 유인원의 종들은 소리내어 읽어보라면 틀리지 않고 한번에 읽을 자신이 없을만큼 어렵고 힘들었어요.

 

#3.

이 책을 읽으며 크게 느낀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인간의 잔인함과 인간의 무지함.

생물의 멸종에서 드러난 인간의 잔인함은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듦과 동시에

내가 한짓이 아닌데도 내가 부끄러워지고 반성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해를 끼친것도 아닌데 재미로 잡아 없엔 동물들, 그냥 잡아죽인 동물들...

과거에는 동,식물에 대한 생명윤리가 지금보다는 경시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인간 본연의 잔인함이 드러나는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두려운것은 알지 못한채 죽여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중에 멸종되가는 동물들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편의를 위해 무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결국 우리는 공멸의 길을 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간은 아는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훨씬 많다는것을 아는것이 가장 큰 앎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의 역사에서 긴 시간을 지나며 당시의 확고했던 과학적 믿음들이 틀렸다고 밝혀졌던 사실을 보면,

지금 우리의 시각에는 우스울만큼 잘못된 지식들이 그당시 얼마나 절대적이었던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있다는 현재의 지식들이 정말 끝까지 옳은것일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혜성의 충돌, 화산의 폭발, 지진의 발생 등 자연재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들.

하지만 그러한 자연재해가 언제 발생할지 정확히 가늠할 수도 없으며,

가늠할 수 있다해도 대처할 능력이 없는 보잘것 없는 인간이 우리라는것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기나긴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으로 살아있는것 자체로 선택받은 축복일것입니다.

그 축복을 어떻게 써야할 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p.s.

1. 너무 무거운 책은 누워서 읽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해보았습니다.

2. 두꺼운책의 초반은 읽어내겠다는 호기로, 중간은 포기할수 없다는 오기로, 종반부는 끝에 거의 다 왔다는 위안으로 읽는것 같습니다.

3. 이 책을 다 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미 이 책을 읽으신 분은 "너 올해 새해 독서 목표 다 이룬셈이다"라고 해주셨습니다.ㅋㅋ

빌브라이슨, 거의모든것의역사

#1.

천명관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던건 "고래"라는 시뻘건 표지의 책을 통해서였다.

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했던 책이라길래 뭔가 싶어 집어들었는데(이 책이 왜 우리집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쓴 짧은 소감을 다시 찾아보면 이렇다.

	처음 딱 느낌? "야했다" 돌려말하면 선정적인거고 뭐 직설적으로 말하면 야한거다. 그게 그거지. 암튼. 뭐야 이거. 왜 상줘 이랬다 첨엔. 그런데.. 읽다보니 재미가 있는거다. 정말 전형적인 "소설"이다. 정말 구구절절 어쩜 그리 뻥을 잘 쳐놨는지. 딱 재밌는 이야기를 써놓은거다. 뭐 현실상황처럼 실제인듯 쓴게 아니라 "이건 딱 구라다" 싶게 써놨는데 재미있게 잘 써놨다. 한맺힌 노파가 한을 품고 뭐 복수를 하고 코끼리도 나오고 쌍둥이도 나오고 벌여인도 나오고 생선장수 약장수 꺽정이인지 걱정이인지도 나오고. 뉴턴의 3법칙을 비롯한 세상만사 각종 법칙이 나온다. 참 간만에 재미있는 "소설"하나 읽었다. 잘살아야한다, 착하게 살아야한다,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류의 뭐 그런 책보다 오랫만에 참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읽어서 좋다.

천명관, 나의삼촌브루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