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자도서관에서 대여하고 읽은 책이다. 작년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제목을 보면서 참 공감했던 기억이 있어서 대여했다.
그때는 제목만 보고 "정의란 무엇인가" 처럼 외국 교수님들의 번역본인가 했는데,
한국에서 살아온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모습과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을 대여하기 전 인터넷에서 간단한 정보를 찾아보는 편인데
[예일대, 동경대, 대만국립대, 서울대,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후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한국으로 와 5~6년 동안 살면서 느낀 한 젊은 미국인 하버드 박사의 진지하고 솔직한 자필에세이!]
라고 광고(?)하는 문구를 보면서 참. 뭐랄까. 아이러니를 느낀다.
한국의 맹목적인 교육열에 대하여 인문학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인데 책을 광고할때는 한국인들이 열광해 마지않는 학벌을 이용하는것 같아서 말이다. 작가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많은 교육을 통한 깊은 성찰을 하는 사람인데, 책을 선전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의 학벌을 이용하려 드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2.
문호개방, 일제 식민지, 독립, 6.25 전쟁과 독재, 급격한 산업화, 민주화, 폭발적이고 경이로운 경제성장....
이런 급진적인 변화속에서 한국인들의 내면의 성장은 미처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는것 뿐이라는 맹목적인 집착이 과도한 교육열로 변질되어 나타났고
그렇게 얻은 기득권층의 교육열은 무한경쟁체제에서 좋은 대학만이 성공이라는 과열경쟁을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만들어냈다.
그러는 사이 대학마저도 사고하고 토론하고 성찰하여 내적 성숙을 이끌어내는, 참된 지성인을 양성하는 기관이 아닌,
좋은 학점, 훌륭한 스펙을 쌓아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하나의 중간과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정답만이 주어진 교육에 물들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고급교육을 받은 바보들"이 생겨나고
어느곳을 향해 가야하는지 조차도 모른채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야하는가보다 하여 별 생각없이 가는
"고등교육을 받은 무지몽매한 대중"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념이 대립하고 있을때 못배운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가르쳐야 그들이 깨어나고 자각한다 했는데
이제는 너무 배운 그들이 생각하는 법을 잊고 다시 "무지몽매한 대중"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공감가는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특히 생각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것, 또한 그러한 생각을 말과 글로 잘 풀어내는것 또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연습은 학원이나 학교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하며, 독서와 토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요즘 다시 반성하고 시작한 "글쓰기"와 "인문학"에 대한 학습에 대해서도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았다.
생각하는 능력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깨달음도 이미 구구절절 예를 들며 설명해 주고 있었다.
작가가 고등학교 과정중에 했다는 여러가지 활동이 놀랍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입시지옥에서 과연이런 활동이 있을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만큼 얕은 "지식"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사고력,성찰의 힘"이 결핍된 내가 부끄러웠다.
"남"의 부족함을 돌아볼 자격조차 없다 싶을만큼 "나"의 무지와 부족함이 드러나 반성하게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된다.
#3.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이 좋은 대학을 나오신것은 아니지만, 내가 받아온 교육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열린교육, 독서와 토론이 병행되는 교육이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많은 책을 읽었고, 우리가 읽은 책에 대해 부모님은 여러가지 질문을 하셨다.
저녁식사 시간은 1시간이 기본일 정도로 하루의 일을 이야기 하며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는데,
학교에서 배운것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그것에 관한 부가적인 설명을 아빠가 더해주셨고,
여러가지 현상들을 예로 들거나 비교하면서 충분한 토론을 나눌 수 있었다.
놀이처럼 동화구연을 시키셨고, 그 이야기에 충분히 귀기울이시며 끝없이 질문해주셨다.
반성문 조차 글자수를 정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맥과 구조까지 "첨삭" 해주셨으니 쓸때야 막막하고 어려웠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있겠나 싶다.
(실제로 사고뭉치 내동생은 반성문 교육을 통해 글짓기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발전을 보여주었다.)
어떤 선생이 온다해도 제 자식에 대한 관심보다 큰 관심을 줄 수 있겠는가.
자식을 가장 잘 아는 부모가 관심을 갖고 가르치고, 이야기 나누다보니 가족끼리의 끈끈함도 남다를 뿐만 아니라
말하기,듣기,쓰기,읽기 능력이 저절로 향상 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면접이나 취업, 입학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용 멘트들을 수정해달라거나 면접준비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을때면
"이를 어쩌나"싶을 정도로 막막한 사람들을 보게된다.
글이 개연성도 없고, 문장의 흐름이나 짜임도 엉성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문장은 어디로 갔는지 없고
쓸데없는 말들만 많을때가 태반이다.
면접 문제를 대할때도 어떤말을 어떻게 할 줄도 모르며, 심지어 문제의 핵심조차 놓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분명 어렸을때부터 각종 학원에, 과외에 학습지에....여러가지 교육을 받았음에도 정작 본인의 생각을 풀어쓰거나 말하는 능력을 채 갖추지 못한것이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이런데 과연 전문가들이 볼때는 어떻겠는가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이런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니 이를 어쩌나 싶은것이다.
#4.
이 책에서는 교육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룰 뿐만아니라 한국의 여러문제들도 다루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에 대한 내용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동아시아에서의 한국의 역할, 그리고 한국인으로써의 의식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또한 배운것과 생각하는것을 삶에 그대로 녹여 실천해나가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고의 깊이와 넓이도 부러웠고, 그런 토론이 가능한 주변인이 많은점도 부러웠다.
나의 어린시절을 되짚어보면 어젯밤의 TV프로, 시험, 입시, 취업, 연애등 가벼운 애기를 나눌뿐
정치,경제,문학,철학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 나눌수 있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 부터가 그러지 못했기에 찾지 못하는것이 당연했다.
(그나마 우리 아빠께, 그리고 우리언니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교육환경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러한 데 부터 우리의 교육은 수준차이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짧은 에피소드에 자신의 의견을 붙혀 작은 소제목을 붙힌 부분들은 좀더 심도있게 이야기 해주었더라면 좋았을껄 하는
아쉬움도 남고, 뭔가 조금은 얼기설기한 느낌도 없지 않다.
필자가 주장하는 교육의 방향은 나의 생각과 많은부분이 같아서 좀더 집중해서 읽을수 있었다.
우송대학교(솔브릿지 국제대학)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다.
제목에서 말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방향을 제시할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좀더 강조한 것 같다.
생각하고, 글을 쓰는 연습. 게으름 피우지 말고 꾸준히 해야겠다.
인생은속도가아니라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