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애착관계는 아기 인생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유아기 때, 엄마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굳이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을 학습하지 않아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노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반면 엄마와 불안정애착관계를 맺은 아이들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이처럼 엄마와의 초기 애착관계는 인간관계의 원형이 된다. 엄마와의 사이에 형성된 기본적인 신뢰감이 타인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마와 긍정적인 애착관계를 만든 아기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진다. 안정적인 애착을 통해 적절하게 감정을 조절할 줄 알 게 된 아기는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줄도, 필요한 경우에 도움을 청하거나 타협할 줄도 안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해석해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람들과 긴밀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어간다.

 

하지만 엄마와 불안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기들은 자신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엄마처럼 다른 모든 사람도 그럴 거라 믿는다. 엄마를 신뢰하지 않듯 다른 사람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이 없는 불안정애착아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강하게 느낀다. 스스럼없이 친구를 사귀는 안정애착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회피애착아는 자신의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특별한 감정을 일으키는 활동 자체를 회피한다. 자신이 신호를 보낼 때 엄마가 이를 거부하고 무시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또 다시 상처받는 것보다 혼자 노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자신의 생각에만 의존해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저항애착아의 경우는 어떨까?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어떤 문제가 있을까? 저항애착아는 자신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적인 반응을 보인 엄마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이들이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리 만무하다. 이들은 타인의 반응을 짐작하지 못해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감정표현을 조절한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공격을 하다가도 상대가 그 행동으로 인해 분노하면 금방 위축되고 수그러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담 『아기성장보고서』 중에서-

유전자의 그늘 아래 있는 기질은 뇌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체에는 약 10만 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그중에서 약 5만~7만개의 유전자가 뇌기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교의 제롬 케이건 교수에 의하면 기질 중에서도 특히 ‘수줍음’이라는 특성이 유전자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제롬 케이건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태아의 수줍음의 징후까지 판별해 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줍음을 타고난 태아의 심장 박동수는 평균 140회 이상으로, 다른 태아들보다 무척 빠르게 뛴다. 또한 수줍음을 타고난 태아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매우 예민할 뿐만 아니라 과잉반응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수줍음의 정도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유전적 기질은 개인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수줍음은 구체적으로 뇌의 어느 부위와 관련이 있을까? 해답은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의 구조 중 하나인 ‘편도체’에 있다. 편도체는 공포와 같은 감정을 처리하는 신경중추로, 공포자극이 주어졌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육체적 반응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심장을 더 빨리 뛰게 하거나 동공을 확장시키고, 침의 분비량을 감소시켜 입이 바싹 마르게 하고, 소름을 돋게 하고, 식은땀이 나게 하고,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지르게 하거나 반대로 성대를 굳게 하여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은 반응이다. 또한 두렵고 불편한 모든 상황으로부터 피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수줍음이 없는 아이들의 편도체는 그다지 예민하지 않아서 좀처럼 흥분하는 일이 없고, 교감신경계의 활동도 미미하다. 편도체의 통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공포로 인한 육체적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고, 겁이 없을 뿐 아니라 용감하고 외향적이다. 엄마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여기저기 부딪치고, 찢기고, 부러지고, 사고를 치는 아이들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수줍음이 없는 아이다.

 

-예담 『아기성장보고서』 중에서-

위 실험의 결과에 대해 찰스 넬슨 연구소장인 찰스 넬슨(Charles Nelson)은 이렇게 말했다.

"태어난 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신생아도 엄마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임신기간의 마지막 6주 동안 아기의 청력이 급격히 발달하고, 엄마 목소리를 듣고 뇌가 그 소리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작용을 실제 두뇌활동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 실험의 목적인 셈이죠."

 

아기의 기억능력은 유아기 내내 꾸준히 발달한다. 생후 3,4개월 아기가 몇 초 동안 책에 실린 그림을 들여다보고 몇 분 후 이 그림을 기억할 수 있다면, 생후 5개월이 된 아기는 그 기억을 2주 정도까지 지속시킬 수 있다. 또한 생후 4개월이면 과거에 한 행동뿐만 아니라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해내는 인식 기억이 형성되는데, 이 시기가 되면 아기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완전한 의식적 기억인 "회상"이 가능한 시기는 생후 7~10개월이 되어야만 나타난다. 만약 아기가 말로 자신의 기억을 표현할 수 있다면 지나간 일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신생아부터 유아기까지 급속도로 발달되는 기억능력은 성인이 될 때까지 다양한 정보와 논리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성인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 살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체 이때의 기억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요람 속의 과학자」의 공동 저자이자 미국 워싱턴대 발달 심리학 교수인 앤드류 N 멜조프(Andrew N.Melzoff)는 이를 검증하기 위한 간단한 실험을 소개했다. 실험 방법은 이랬다. 무엇인가가 닿으면 불이 들어오는 상자를 만든 다음, 생후 9개월 된 아기에게 자기 이마를 갖다 대 상자에 불이 들어오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자 아기는 그 모습에 완전히 매료된 듯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아기를 다시 실험실로 데려와 일주일 전 그 상자 앞에 앉혔다. 그랬더니 아기는 곧장 상자에 이마를 대 불을 켜는 것이었다.

 

이는 기억능력이 없는 아기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반응으로, 세 살 이전의 초기 기억 또한 저장됨을 보여준다. 아기들은 선천적으로 기억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만 어른이 되어서 3살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인이 되면서 그 기억에 의식적으로 접근하지 못할 뿐더러 그 기억을 다시 꺼낼 수도 없기 때문이라 한다.

 

  -예담 『아기성장보고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