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다른 채널에서는 만나기 힘든 교육용 방송을 보고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EBS에 채널을 맞춰놓다보면

5분간의 감동을 만나는 경우가 있더랬습니다.

정확한 방송시간을 몰라서 TV시청 중 어쩌다 만나면 반가워서 채널고정하고

그 지식적 배경과 우리 주변 사회현상이 보여주는 다양성에 감탄했던 "지식채널 e1".

알파벳 "e"를 키워드로 인간, 사회, 자연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가리워진 진실을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으로 전달해 준 충격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여태껏 방송 된 내용중 주니어의 눈높이에 맞춰 방송내용을 재구성하고 "삶과 사람"에 대한 주제로 20편을 엮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던 화면빨은 개성적인 카툰과 주제에 관한 배경지식의 꼼꼼한 해설이 대신 하고 있습니다.

십몇년 동안 학교에서, 책에서 배웠던 남들 다 아는 일반적인 사실과 달리,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사회와 인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깨닫게 해주는 내용들이 감동과 충격을 주는 내용이랍니다.

 

예를 들어, 헬렌켈러 이야기를 보면요...

헬런켈러 하면 장애인으로 다중장애를 극복한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물로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이끌고 지켜준 셜리반 선생님도 떠오르고요.

그러나, 헬렌켈러와 셜리반 선생님 이야기 이후, 헬렌켈러가 노동운동과 반전운동에 앞장선 사회운동가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아는 이는 드뭅니다.

헬렌켈러가 급진사회운동가였고 FBI의 감시까지 받고 여성으로써 장애인으로써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시절에 그처럼 당당하게 사회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에 그녀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보수세력들에 의해 그녀의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이 별 빛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렇지만 충격적으로 알려줍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인 칼레의 여섯시민 이야기, 아프리카를 위한 착한 초콜릿 이야기,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지켜보도록 만든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자동차 레이싱 경기 F1이 지닌 인간도전의 의미 등등...

"세상을 보는 다른 눈"으로 "질문을 할 줄아는" 사람이 되도록 깨달음을 주는 내용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그랬지만 책속에서도

내가 수박겉핱기로 알고 있었던, 이정도면 전부 다 알고 있고, 잘 알고 있는 것이라 자부했던 지식과 상식들이

새발의 피처럼 단순하고 극히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이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습니다.

 

강렬한 인상의 영상과 감각적인 음악, 감성을 매만지는 성찰적인 내용으로 TV화면속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 감동을 책으로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에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주니어들을 위해 그 배경지식과 추가 자료까지 꼼꼼하게 덧붙였습니다.

책이 주는 장점이겠지요.

생각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여러가지 방향에서 사회현상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는

내용들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과학과 사회에 대한 주제만을 따로 엮어서 시리즈를 출간한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구슬치기(요즘아이들은 잘 하지 않지만)를 좋아하는 아이 하랑이가 아빠와 구슬치기를 하다가 생긴 일에 대한 이야기예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그림체의 아빠와 하랑이가 구슬치기를 하다가 파란 구슬이 옷장 밑으로 굴러들어가 버립니다.

책표지에서도 보듯이 눈을 크게 뜨고 웃고있는 모습이 구슬에 대한 관심과 재미와 열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옷장 밑으로 굴러들어간 구슬을 꺼내기 위해 막대기에 빗자루 등을 동원하는 모습(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지요?)이라든지

구슬을 꺼내기 위해 옷장 속 물건들을 다 꺼내다가 갑자기 옷구경도 하고 사진첩 구경도 하는 일은

(물건 찾다가 잠깐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다든지)

우리 일상사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서 꼭 우리집에 하랑이와 아빠가 나타나 놀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하랑이는 여자이이에요.

일반적으로 딸아이는 아빠를 엄마보다 더 좋아하지요. 엄마와 딸 사이의 동성으로써 보이지 않는 경쟁심 대신

아빠와 딸은 보완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책 속의 하랑이 아빠는 하랑이와 참 재미나게 놀아주시네요. 부러워요...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아빠들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림속 얼굴을 보면 아빠와 하랑이는 표정까지 아주 많이 닮았고요, 구슬을 좋아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옷장 밑으로 굴러간 구슬을 꼭 꺼내고 싶어하는 하랑이의 고집과 옷장 속 물건을 죄다 꺼내서

옷장을 치우고라도 구슬을 꺼내주고 싶어하는 아빠의 고집도 닮았구요.

 

아이와 아빠가 구슬치기를 하는 동안에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아빠와 딸아이의 돈독한 사랑도 느낄수 있었고, 옷장 속 물건으로 되새겨보는 추억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데구루루 굴러가는 느낌의 구슬그림이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습니다.

구슬 속에 회오리 바람이 이는 것 같거든요.

아빠와 하랑이의 모습도 정형화된 그림 속 어른과 아이가 아닌 우리집 아빠와 아이를 보는 듯

까칠한 수염과 귀여운 양갈래 머리로 친근함을 더해줍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적당히 빠르고, 입말체에 반복어구,의성어, 의태어가 섞여 있어서 리듬을 타면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적인 아빠와 아이의 놀이 속에서 부녀간의 사랑과 구슬치기에 대한 재미와

추억에 대한 향수, 경쾌한 집 안 풍경이 기분좋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딸을 위해 옷장을 비우고 무거운 옷장을 들어내는 일까지 해내는 아빠의 딸사랑도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청소년을 위한 수학소설" 이라는 설명답게 중/고등학교 과정 수학에 나오는

일차방정식, 절댓값,분배법칙,연립방정식,다항식,제곱근,함수와 함수그래프 등을 생활 속 현상에 빗대어 이야기하면서

학교 옆 담벼락에 쓰인 숫자 암호풀이에 도전한 테스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수학이란 것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들 말하지만 항상 시험문제 속 수학만을 수학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수학천재(부럽당!!) 테스의 호기심 덕분에 수학이 우리 생활에서 동떨어진 먼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이란 테두리 속에서 적용되어지고 있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주인공 테스는 수학을 좋아하는 고지식한 여자아이 같아요. 아니 부정한 것을 참기 싫어 하는 정직한 아이가 맞겠죠..

친구 리처드가 컨닝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교장선생님께 일러바칩니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자 학교 옆 담벼락에 숫자

암호가 낙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리처드의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숫자"4"로만 이루어진 낙서...

수학천재니 만큼 숫자로 낙서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암호풀이에 도전 하는 테스.

담벼락의 숫자"4"를 이용해서 여러가지 식을 만들어 암호를 풀던 테스는 학교 컴퓨터실의 화재 사건까지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학교생활, 친구들, 벽에 쓰여진 낙서, 화재사건까지 연결되는 이야기는 살인사건이 없는 가벼운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주면서

암호풀이에 성공하는 테스의 끈기는 청소년 성장기 같은 느낌도 줍니다.

수학과 미스테리와 청소년 성장소설의 절묘한 믹스라는 말이 맞겠군요.

 

숫자 암호 풀이에 도전한 테스의 이야기 속에서 수학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지, 학교생활을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학문제가 조금 길어진다 싶으면 답안지부터 뒤지거나, 풀기를 포기하는 아이들이라면 테스의 문제풀이에 관한 집념을 배울 필요가 있겠네요.

요즘 제가 즐겨보는 미드중 "넘버스"라는게 있는데 수학교수가 갖가지 형사사건들을 수학공식을 활용해서 예측하고 범인을 잡아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수학을 문제집 풀이가 아닌 분야에 적용한다는 점에서는 테스의 이야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