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중 반전의 최고봉 박씨부인전입니다. 박씨부인전의 시대적 배경부터 이야기속 주인공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반전이 등장하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보통 마지막 부분만 반전이 있는 그런 이야기하고는 다른 복합적 반전을 지닌 내용입니다.

 

 

 

집안 빵빵, 능력 빵빵하고 훤칠하게 잘생긴 양반님댁 자제인 시백은 아버지 이득춘이 술김에 한 약속때문에 얼굴도 본적 없는 금강산 도사의 딸과 혼인을 하게 됩니다. 이득춘은 금강산 박처사의 남다른 비범함과 재주를 보고 박처사의 혼인제의를 덥썩 허락합니다. 아버지가 잘났다고 그 자제도 잘나란 법은 없지만 대부분 좋은 가문에 좋은 자제가 있는 법이니 이득춘이 좋은 기회라 생각한 것이 무리는 아니지요.

시백은 아버지와 함께 금강산에 가서 혼인을 치루는데 신부의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합니다. 너무나도 못생겨서요.

외모지상주의는 과거에나 지금에나 있는 것이지만 어지간히도 못생긴 얼굴이라 부인의 능력 같은 것은 눈에 비칠 여유가 없었나봅니다.

이득춘도 처음엔 깜짝 놀랐으나 박처사를 믿고 며느리와 대화를 나눠보니 행실이 참해서 얼굴과 다른 남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됩니다.

외모와 다른 심성과 능력이 반전포인트 입니다.

하지만 정작 남편인 시백은 박씨부인을 홀대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아직은 그 능력을 구경도 못했거니와) 여자인 아내에게 얼굴은 중요한 요소니까요.

소박아닌 소박을 맞고 홀대당하며 살아가던 박씨부인이 미래를 내다보고 신의 경지에 가까운 여러가지 재주를 선보이면서 시아버지 이득춘을 며느리를 더 신뢰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백은 부인을 가까이 하기엔 맘이 나서질 않습니다. 출중한 재주보다 아내로서의 외모가 눈에 밣히니까요.

안타깝지만 시백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가니 이것도 인지상정이겠지요.

 

시백이 과거이 급제하고 혼인 후 3년이 지나서야 박씨부인은 허물을 벗습니다. 아마도 도사의 딸이기에 못생긴 외모로 감춰둬야할 무언가가 있었나봅니다.

허물을 벗고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나서 박씨부인의 반전은 더 빛이 납니다. 그동안 무시하고 깔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홀대하던 시어머니와 남편이 달라집니다. 역시 그냥 김태희보다 서울대 김태희가 더 이뻐보이는 것처럼 재능과 외모가 함께 출중하면 더 빠른 성공이 보이는가 봅니다. 엄친아, 엄친딸은 예나 지금이나 ...라는 생각이 드는건 저만은 아니겠지요.

박씨부인은 빛나는 외모와 함께 배짱과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어 외세가 쳐들어 올것을 대비하고 오랑캐를 무찌르는 공을 세웁니다. 임금님도 이를 훌륭이 여기고 칭호를 내려주고 상을 주시는 등 여자의 몸으로 여러 남자도 못해낸 일을 해서 나라를 위한 공을 인정해주시지요.

 

 

 

 

 

 

박씨부인전에는 박씨부인의 외모도 반전이지만 실제로는 패한 병자호란을 박씨부인의 지략으로 이겨낸 반전도 지니고 있습니다.

외적에 나라를 짓밣힌 무능한 남자를 대신해서 용기와 지혜가 출중한 여성이 나라를 지켜낸다는 점도 반전입니다.

병자호란에 패하고 고난에 처한 백성들에게 소설로 힘을 북돋아 주고자 전쟁에 지고 무력한 남자들을 대신에 여자가 나라를 지켜낸다는 내용이 어쩌면 백성들이 바랬던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도 같습니다.

보통 박씨부인전에는 외모반전만 있다고 생각하는 수박겉핥기 독서가들이 있는데 책 뒤에 반전 내용까지 정리되어 있는 "반전을 꿈꾸다"를 읽고

박씨부인전이 시사하고자 했던 진정한 반전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저학년까지 읽을 수 있고 초등교과의 과학과 사회과목과도 연계되는 우리나라 전통과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12가지 전통유산에 대한 짤막한 동화와 정보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동화로 아이들의 경계심을 일단 풀어주고 난 다음에 관련 정보로 교과과목에 대한 맛보기를해주는 구성을 좋아하는데 초등1학년 아들내미 입맛에 딱 맞는 구성와 그림과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하면 왠지 촌스럽고 외국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외국문물보다 더 훌륭하고 더 과학적이며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해주고 싶었다면 딱 맞는 책을 고르신거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12가지 전통유산으로는 온돌/한옥/발효음식/옹기/한지/금속 활자/석빙고/거중기/거북선/석굴암/훈민정음/해시계 를 다루고 있고 정보페이지는 각 한페이지씩 있는데 해당 유산이 과학적 이론과 언제부터 왜 사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림과 사진으로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습니다.

제일 눈길이 간 내용는 온돌과 한옥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온돌과 한옥은 초등교과에서 과학과 함께 사회과목으로도 다뤄지기 때문에 누나가 초등학생때 이 부분을 이해시키느라 고생이 많았거든요.

과학과 사회가 섞여버무려진 것에다가 우리나라 계절 및 지역적 기후, 지형적 특징까지 언급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것을 간단한 동화로 풀어놓으니 재미가 우선 정보습득은 두둑한 보너스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시골집에도 없는 온돌은 우라니라 대표의 난방시설인데 "구운 돌"이라는 뜻을 갖는 "구들"이라고 합니다. 기원전 5000년전의 신석기 유적에서도 볼수 있고 고구려의 안악3호분 벽화에서도 볼수 있는 유래 깊은 방법으로 바닥에 돌과 흙으로 둑을 만들고 구들장을 깔아 놓습니다. 아궁이를 통해 불을 때면 그 열기가 "고래"를 지나가면서 구들장이 데워져 방바닥이 오래오래 뜨끈뜨끈함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에요. 게다가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의 역할과 난방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에너지 절약의 현명함을 보여주고 있지요.

 

계절마다 부는 바람의 방향을 알고 창을 설계한 한옥의 과학도 참 놀랍기만 합니다. 한옥이라 해서 기와집만 있는게 아니고 너와집,투막집,굴피집 등 환경에 맞추어 튼튼하고 시원,따뜻하게 지은 한옥은 아름다움고 과학적인 집입니다.

초등저학년 아이에께 딱 맞는 눈높이 동화내용과 삽화가 맘에 들었구요, 전통과학을 촌스럽다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고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하기에 좋은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초등학과 과목에 대한 부담을 미리미리 덜고 싶다면 읽게해주고 싶은 책이라는거 잊지마세요.

 

관광지로서의 제주도가 아닌 역사적,문화적 제주도를 배울 수 있는 인문서입니다. 휴가를 보내러 제주도에 가면 제주도엔 왜 그리 박물관이 많은지, 초콜릿과 테디베어와 유리공예는 도대체 제주도와 무슨 연관이 있는건지 이상하게 생각되었는데 이 책이 관광지가 아닌 역사와 문화로서의 제주도를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푸르른 바다와 따스한 바람, 검은 현무암과 귤나무,한라산과 성산일출봉과 낮으막한 오름과 화산섬의 특징을 보여주는 동굴까지, 아름답기만 한 제주도의 겉모습에 대해 감탄했다면 이번엔 제주도의 가슴 속에 어떤 고초와 고난이 담겨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아마도 제주도를 더욱 사랑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제주토속어와 지역의 이름들은 제3세계 외국어 같습니다. 육지와 멀어서 육지말과는 다른 특이한 발음이 남아있는 제주어와 지역의 이름들(쇠소깍,곶자왈,우앙물,정짓물,정낭 등)이 낯설기도 하지만 왠지 곱고 아름다운 발음을 내는 것 같습니다. 금방 알아듣기는 어려워도 육지와 떨어졌기 때문에 남아있는 특이한 발음의 제주어가 귀에 착 감기는 맛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내용은 제주도의 풍경의 아름다움과 육지와 다른 진귀한 농작물이 좋고 신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예전 제주도의 농민들은 이 진귀한 제주도의 특산물 때문에 많이 고초를 겪었습니다. 전복,말,귤 등을 한양 임금님께 진상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고초를 겪어서 얼마나 힘들면 귤나무를 죽여버리기 까지 했을까 싶습니다. 제주도에 갇혀서 일만 하라고 출륙금지령도 내렸다고 하니 제주도민을 일만 하고 공물만 바치는 봉으로 봤잖아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남자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에 배가 침몰되어 집에 돌아오지 못하면 그 아내가 물질로 집안을 꾸려나가고 대신 공물을 바쳐야 했기 때문에 여자가 일을 많이 해야 할수 밖에 없었던 아픈 배경도 있습니다. 제주도만의 자랑이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고난의 씨앗이 되는 아이러니가 안타깝습니다.

얼마나 제주도에 여자가 할 일이 많으면 자식을 낳아도 딸을 낳기를 바랬을까요. 여자를 우대한다기 보다 그 노동력을 우선시 했다는 점이 못마땅하게 생각됩니다. 그러고보니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속과 풍경에는 다 상처와 아픔이 배어져있는 것이네요.

 

 

 

 

 

 

앞으로 제주도에 가는 육지사람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고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바캉스와 골프와 옥돔과 한라봉에 심취하지 말고 제주도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자연적,문화적 아픔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제주도가 훨씬 존경스러고 성스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제주도를 관광지로만 봤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면서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특이성 때문에 생긴 고초를 알고 제주도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육지에 딸린 섬이 아니라 태평양으로 한 걸음 나아간 섬, 제주도.

악조건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버텨낸 제주도를 겉모습만 알지말고 아픔도 함께 나눌 줄 아는 시간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