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출간되어 한바탕 이슈를 만들었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어린이판입니다.
원래 책이 중고등학생의 필독서가 되면서 전국 학교를 돌며 강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더 다양한 독자에게 읽혀지면 좋겠다 해서 만들어진 책이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되겠습니다.
의사이면서 경제관련활동, 토론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영역을 가진 박경철씨의 지방병원 초보 외과의사 시절, 병원에서 겪은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읽다보면 아직 세상은 참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구나를 느끼게 만드는 수필집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나도 이런 따뜻하고 인정많은 의사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의사라는 직업만이 가질 수 있는, 생명을 다루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간적인 면들이 참 훈훈하고 푸근하게 다가옵니다.
책에 등장하는 의사의 모습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모습이 아닙니다. 자선단체의 무료진료처럼 의술을 일방적으로 베풀어주는 의사도 아닙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매순간 고민하고 어려운 결정을 하며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사람대 사람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술실에서 독설을 날리고, 레지던트를 벌주기도 하는 냉혹하고 완벽한 모습의 임과장님이 남들이 포기하려는 어린 아이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수술을 감행하고 수술 중 아이가 사망하자 달밤에 담배를 피면서 손을 떨고 슬퍼하더라는 이야기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동료 의사들에게 냉철함으로 보였던 완벽함이 사실은 환자에 대한 책임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 사고로 죽어가는 마당에 시신기증을 결심하는 인간애적인 모습, 치료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시골서 정성으로 키운 산 닭을 가져다 주고 속옷까지 선물하는 순박한 인심까지 생명의 소중함과 사람대 사람으로 마음을 나누는 법을 담은 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내내 눈물과 미소를 선사합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돈으로 얽힌 관계가 아닌 의사와 환자와 보호자간의 마음을 나누는 따스한 모습들이 아직 세상을 살 맛나게 하는 사람들이 많고 내가 그속에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느끼게 해줍니다.
책 내용 중에는 저자가 만난 아이들의 꿈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몸이 많이 불편하지만 의사가 되고 싶은 장애인 아이와 장애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꼬마의 부모 사랑하는 마음, 호스피스 간호사를 꿈꾸는 여학생의 꿈을 응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자가 의사로서의 책임과 함께 청소년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사회적 책임도 느끼고 있음을 알수 있는 부분인데, 과연 나는 어른으로서 사회적으로 한 일이 무엇이 있나 하는 고민거리를 만들어 준 대목이었습니다.
사회가 갈수록 삭막해지고 스스로만 챙기고 남을 무시하고 돌보지 않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나와 가족과 친구와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런 책이야 말로 우리가 왜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거창한 박애주의를 내세우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의사를 미래의 직업으로 꿈꾸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세상 사는 우리 모두가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책입니다.
나는 어린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돈을 많이 벌고 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되지 말고 사람의 존재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