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있는 책과 내용이 겹치지 않을까 하며 조심스럽게 신청해본 또이북.. 내가 받은 두권은 <부릉부릉 어디가니>와 <아빠랑 어야가자>였다. 차에 대한 책과 아빠에 대한 책은 이미 있어서 책 겉장만 보고는 그냥 그렇다는 생각이었는데 내용을 보니 왠지 이거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적중해서 우리 딸(21개월) 오늘 하루 2번씩 3타임 읽어주고 또 읽어달라고 그럴것 같아서 내일 또 읽어주려고 잠깐 시야에서 치워놓았다.
<부릉부릉 어디가니>는 아이가 그려놓은 것 같은 그림화풍에 각 자동차의 얼굴표정만 만화같이 표현되어서 그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 7가지의 자동차가 나오는데 (불자동차, 구급차, 기중기, 트랙터, 청소차, 버스, 아빠차), 2쪽에 불자동차의 전신클로즈업이 나오고 3쪽에 불자동차가 화재현장에 출동된 모습, 4쪽에 구급차의 전신클로즈업이 나오고 5쪽에 구급차에 아픈 사람을 싣고 있는 모습 .. 요런 식으로 나온다. "애앵~ 애앵~ 달린다 달려!" "불자동차야. 애앵 애앵 달리며 어디를 가니? 활활 타오르는 불끄러 가지" "삐뽀 삐뽀 급하다 급해!" "구급차야. 삐뽀삐뽀 쌩쌩 어디를 가니? 다치고 아픈 친구 구하러 가지."... 간략하고 상황에 맞는 문답식 글도 엄마가 읽어주기에 부담이 없다. 기중기나 트랙터, 청소차 같이 내가 갖고 있는 다른책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는 것도 좋았다. 보통 탈 것 묶어서 비행기나 배 요런 것들이 끼여서 나왔는데..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중기, 트랙터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쉽게 나온다. 멋지고 높은 집 만들러 가지. 뻘뻘 땀 흘리는 농부 아저씨 도우러 가지.. 맨 마지막장에는 아빠차가 나온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차안에 보인다. "아빠 엄마 애기.." 짚어가면서 마지막 장은 자기가 엄마에게 설명해주는 똑똑한 우리딸.. 아무래도 나는 도치엄마인 것 같다.
<아빠랑 어야가자>는 왼편에는 아빠사자랑 아기사자랑 스킨쉽하는 모습이 간결하고 예쁜 동작과 표정으로 되어있고 오른편에는 그런 동작이 상징할 수 있는 여러가지 탈 것이 나온다. 한 가지 책에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책 같다. 아빠의 사랑도 느낄 수 있고, 탈 것에 대한 공부도 되면서 동작으로 응용할 수도 있고, 사자를 의인화한 것도 좋고 (표정이 사자스러우면서도 따뜻하고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다. 은연 중에 아빠를 사자와 같이 힘세고 영웅과 같은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고), 말의 표현력도 좋은 것 같다. "아빠랑 어야 가자. 말 타고 이랴이랴 다그닥 다그닥" 말 타기 외에 비행기타고, 배타고, 무등타고, 그네타고, 발등타고,.. 요런 식으로 나오고 마지막 장엔 "아 다왔네. 아빠 품"하면서 마무리한다. 아빠사자의 갈기가 색이 다른 짧은 털실로 되어있는 점도 재미있다.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미술놀이할 때 따라해보아야겠다.)
두 권을 받고 느낀 점은 재미도 있고 소재도 친숙하지만 다른 책과 내용면에서 차별화하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다. 같은 탈 것에 대한 내용이라도 낮은 수준의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중기나 트랙터의 내용을 동수준의 쉬운 언어로 간결하고 정확하게 짚었던 점, 신체활동을 탈것의 움직임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한 점 등등이 가장 인상깊었다.
외형적으로 책의 마감도 라운딩처리되서 좋고 두께감이나 크기도 적당하다. 일반적인 보드북의 단점이긴 하나 약간 휜 느낌도 있고 반들반들한 표면이나 어른들의 시각에서 그림자체가 세련미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으로는 무척 잘 받아들이는 그림과 글이라서 (적어도 우리딸의 경우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든다.
그동안 새책을 사주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낱권이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해 주어서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내일도 또 줄기차게 읽어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