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신이 많은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가
유일신의 세계인 유럽 프랑스에서 공부하였을 때 과연 저자는 어떤
종교적인 충격을 받았을까 궁금해서였다.

유일신을 믿고 자란 사람과 범신론을 믿고 자란 사람사이에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우선 저자가 자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찾아보면 일본은 자신에게
이로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이라고 믿는다.
일본 천황을 모신 신사, 가미가재의 혼령을 모신 신사, 부모의 혼령을 모신
신사등 일본에는 신사가 많이 있다.
이외에도 일본 영화나 만화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사물에는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믿고 있다.

반면에 유럽은 전통적으로 유일신 사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떤 사상적 영향을 받았을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인물들의 사상에서 엿볼수 있다.
책의 전반부인 백색인편에서 나오는 자크란 인물은 유일신 정통파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전을 가한다.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임을 본인도 알고 있으며, 주변에서도 그의 그런 행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정을 해주려는 행동들도 나타난다.
어떤 보이지 않는 '기준'이 있어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다시 기준속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보인다.

후반부인 황색인편에 가면 이런 모습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사제로서 신도와 간음을 했던 듀랑은 이런 타락한 자신의 모습에 많이 실망하며, 자책을 한다.
그렇지만, 치바라는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사촌누이를 겁탈하지만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두 남자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범신론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치바에게는 유일신이란 수많은 신들중 하나이고,
만일 그 유일신이 자신에게 불행을 준다면 다른 신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황색인편 후반부에서 듀랑신부는 범신론으로 접근을 하면서 유일신으로 인한 부담감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있지 않을까?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을 믿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국인 기독교가 자신의 잘못을 이해해주고 무조건(?) 용서해주는 종교로
전락해버린 것 같은 모습이다.
유일신으로 인한 부담감을 같은 교회 교우와의 친목등으로 희석시켜버리는 것같다.
한국에도 유일신이 서서히 범신론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찾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단어를 한 번 써본다.
살인의 극본을 위한 컨설턴트, 회사, 매니저, 현경
예린, 고릴라, 회사의 심벌, 콩고

작가는 천재 아니면 엄청나게 노력을 많이 하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속에서 결코 길을 잃지 않는 인과관계.
정신없이 나를 이끄는 글을 읽다가 왠지 불안해진다.
이러다가 글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하고,
앞의 내용은 어떻게 전개될지 간절해지는 마음으로 글을 읽음에 서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읽다가 보면 어느덧 선후관계가 연결되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마치 화장실에서 오래된 고생하던 변비가 내려간 느낌?
병목현상 구간을 벗어나온 느낌?

이 글은 한 개인의 삶의 영역이 사회적인 관심의 영역으로 확장한 느낌의 글이다.

소설에 등장한 주인공은 우연치 않은 기회에 타살을 위한 컨설턴트로 활동하게 된다.
고객에게 살인 의뢰를 받은 회사는 주인공에게 다른 이들이 유추할 수 없는 살인사건의 시나리오를 부탁하게 된다.
사람들의 목숨은 너무나도 쉽게 제거되고,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는다.
글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목숨이 쉽게 제거되지만 특별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회사 관계자와의 만남등을 통해 그리고 콩고의 여행을 통해서 주인공은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 국가간의 관계속에서 이러한 타살를 위한 컨설턴트적 행동들이 얼마나 많이 이루어져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지만 역시 콩고와 같은 3세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 우리와 관계없는 일이다. 왜 우리가 그 먼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따뜻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처에 먹을 것이 풍부해 하다못해 바나나라도 따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
글을 다 읽은 나도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돌연 콩고로의 여행은 마치 전체적인 흐름을 깨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혹시 이것은 개인의 타살 영역이 타인의 관계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타살로의 확장을 위한 무대설정이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이런 살인개념의 확장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간만에 사회동포주의 포함한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은 것같다.
일독을 강력히 추천한다.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간의 대화와 행동 그리고 갈등.
그러나 갈등은 해결이 되지 않은 채 또다른 사건들속에 파묻혀 있다.
그러나 갈등은 증폭되어 가지만 등장 인물들사이에서는 그 해결되지 않은 갈등으로 인해서
행동의 이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해결이나 지독한 갈등구조로 인한 다툼등으로 인한 파괴등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갈등의 누적이 나를 더 답답하게 한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갈등구조를 의도했던 것일까?

등장 인물들이 예사롭지 않다.
물, 불, 소금, 금, 공기, 납등으로 대변되는 등장인물.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예상되는 행동들은 모두 각 등장인물이 대표하는 광물의 속성을 따른다.
예를들면 아버지인 불은 성격이 급하고 화끈한 성격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
어머니인 물은 포용력 있고, 모든 광물의 생산자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 갈등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등등..
명백한 성격은 대화나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들 사이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갈등구조를 보인다.

이렇게 답답한 상황속에서 나에게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의 등장이다.
황폐화되고 메말라버린 등장장소는 물의 등장으로 생명력이 느껴지고 글을 읽는 나도 해갈이 되는 느낌이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물의 등장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그토록 수도꼭지를 빨거나 아니면 막힌 수도배관을 찾느라 집벽면을 그렇게 부수는 것이 아닐까?
물이 없으면 등장인물도 힘들고, 독자도 힘들다.

그래서 저자는 중요한 것은 항상 물이라고 했던가.

어떻게 보면 광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여 그 광물이 가진 특징을 등장인물의 성격으로 승화시킨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고,
혹은 광물들을 통하여 자연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소설같기도 하다.
읽으면서 좀처럼 저자의 의도를 찾기 어려운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쉽게 쓰여지지 않을 소재를 가지고 미묘한 갈등관계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세심함에 놀라면서 새로운 느낌의 소설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