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주제는 사람을 경건하게 만든다.
죽음앞에서 경박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이 없으며, 죽음을 앞에두고 싸우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모두 그 죽음앞에서 경건하며, 슬퍼하며 그 죽음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시간인 것이다.

코끼리의 등에 나오는 주인공및 가족들, 주변인들은 모두 이런 커다란 분위기 안에서 움직이는 것또한 사실이다.
자신의 죽음을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추억속에서 아쉬웠거나 교정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이는 주인공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았음에도 부인은 공개적인 마음의 표출을 거부하고 있으며,
아들과 딸도 아버지에 대해서 가족으로서 못했던 부분들 - 이를테면 아버지를 위해서 음식을 한다던가,
대화의 시간을 늘린다던가 하는 -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사실이 없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면, 주인공의 불륜사실이다.
책의 저자가 에쓰꼬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시켰던 이유는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에게 애인의 존재는 그 죽음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부분인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면 너무나도 이기적인 부분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글을 읽으면서 죽음으로 치닫는 주인공에게 나의 공감을 주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한국과 일본이라는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나의 무지함의 소치일수도 있다.

또한 죽어가는 사람은 실상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모두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말기암환자로서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힘든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며,
자신의 추억속의 사람들을 찾아가 용서를 비는 등의 행위를 통하여 지난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행동을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암의 발생및 전이로 인한 통증외에는 다른 부작용은 거의 없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암으로 인한 합병증및 부작용은 훨씬 다양하게 나타난다.

누구는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누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심하여 우울증의 증상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신의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고 화를 내는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환자의 합병증 증상과 또한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간에 갈등이 나타나는 경우로 드물지 않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그 시기는 가늠할 수 없는 기약없는 간병으로 인해 시간이 갈 수록 적지 않은 갈등이 나타난다.
입원환자를 간병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간병을 하는 보호자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고,
자신이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간병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일을 하는 전형적인 이시대의 아버지가 죽음으 앞두고 변해가는 심리상태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죽음을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도 힘들게 하는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인생의 많은 부분은 용서를 받고, 용서를 할 수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 진정한 헤어짐을 위한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잘 죽는 방법은 인생을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것을 나도 느낀다는 것은 정말로 놀랍다. 
그리고 그 느끼는 강도가 비슷하다는 것도 놀랍다. 
이렇게 부모나 조부모에 대해서 비슷하게 느끼는 것은 비슷하게 살아온 환경 때문일까?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공감대일까?

인류는 태어나면서 부모님에 대한 특정한 느낌을 가지고 태어나고, 살아가면서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자식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자신을 희생하고서라도 자식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대학으로의 진학은 곧 출세하는 첩경이 될 수도 있기에 대학진학에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자식이 부모를 회상할 때, 어렵게 자라온 환경일수록 더 애틋한 마음을 가지는 것 같다. 
돈 100만원으로 네 식구가 살아온 나의 경험도, 많이 배우지 못한 부모님이 부끄러워 졸업식에 오지 못하게 한 것도 글을 읽는 내내 내 양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아프게 했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께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한 것도, 알량한 몇푼을 용돈이랍시고 보내드리고 마치 할 일의 대부분을 한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도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불편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부모님에게 연락을 드려보지만, 역시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전화기를 들고, 간단한 인사정도, 전해야할 메시지를 말하고 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그 동안 하지 못한 것들을 바로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그렇지만 조금씩 부모님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관심사를 공유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에 나온 것처럼 건강에 대해서 부모님들과 좀 더 대화를 나누고 건강검진등을 매개로 하여 접근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우리에게 부모님들의 손을 잡아드릴 시간이 별로 없다. 
부모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확률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당장 부모님의 손을 잡아 드려야한다.

책을 읽으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부모님에게 좀 더 세밀하고, 빈도를 더해서 관심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다시금 마음이 무너진다.

 타인의 부모에 대한 마음에서 나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이 잔잔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