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퍼즐을 좋아하는 편이다. 로직이나 크로스워드 퍼즐이나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 같은 단어퍼즐은 좋아하는 편이나 몇개의 숫자를 주고 사칙연산을 통해서 다른 숫자를 만들라던지 하는 숫자 퍼즐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예외는 있으니 그것이 스도쿠이다. 9칸의 박스안에 숫자를 겹치지 않게 넣어야 한다는 것. 물론 박스 뿐 아니라 가로 세로 어디에도 같은 숫자가 겹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왜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처음부터 스도쿠의 매력에 빠졌고 요리조리 숫자 끼워넣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식 신문에 나오는 스도쿠를 모아서 풀었고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스도쿠 책을 사기도 했다. 그 책은 너무 아껴가며 풀어서 아직도 다 풀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평면의 스도쿠를 무색케 할만큼 재미난 책이 있었으니 이것은 3D스도쿠이다. 책을 보기 전에는 과연 어떤 입체일까 하고 궁금했는데 첫장을 넘기는 순간 알았다. 일종의 입체도형을 분리시켜 평면화 시킨 그림. 그렇다고 완전히 펼치면 입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은 펴다 만 평면도라 할수 있겠다. 입체이기 때문에 굽어지는 가로와 세로선들을 살펴야 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뿐 9개의 박스안에 숫자를 채우는 것은 기본적인 스도쿠와 다르지 않다.제일 첫번째 1번 스도쿠 문제를 풀고 있는 중. 연필로 적어서 숫자가 흐릿하지만 중간중간 몇개의 숫자를 적어 놓은 것이 보인다. 스도쿠를 풀때는 절대로 펜을 써서는 안된다. 몇번의 실패 끝에 스도쿠는 연필과 지우개가 가장 좋은 친구라는 것을 깨달았다.마지막 100번째 문제. 1번 문제와 비교했을때 난이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책 역시 스도쿠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아껴가며 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빨리 풀고 책을 또 사서 푸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책의 단계는 고급이다.퍼즐책이라면 당연히 뒤에 나오는 정답 부분.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정답이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른 스도쿠 책에서도 익히 경험했듯이 내가 분명 맞게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답은 정답과는 달랐다. 아마도 스도쿠는 정답이 여러개 인가 보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또한 좋아하는 책을 보게 되어 행복했다. 치매예방에도 그리고 간단한 숫자 감각을 익히기에도 좋은 스도쿠. 숫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더라도 겁먹지 않고 도전했음 하고 바래본다. 기본규칙만 알고 있으면 나머지는 그리 크게 어렵지 않다.



스도쿠

얼마 전 경마장에 갔다가 동춘 서커스단 천막이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도 서커스가 있네 하고 생각했고 똑같은 말을 계속 하는 녹음기가 틀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요즘에도 서커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했다. 안 그래도 얼마전이었나 서커스가 사양 산업이 되어서 마지막 남은 서커스단도 유지가 안 된다는 다큐를 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았다. 아니 본 것은 영화 광고가 더 먼저였던 것 같다. 같은 제목의 영화가 곧 오픈 한다고 예고를 보여주는데 서커스가 주 배경인 영화가 꽤나 신나보였다.

이글의 주인공은 자신의 나이가 90인지 또는 93인지 헷갈려하는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이다. 물론 그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잘 나가는 아이비 리그의 수의과대생이었던 그는 부모의 갑작스런 죽음에 남겨진 것도 하나 없고 아버지의 유일한 동물병원까지 은행이 넘어가자 자신의 인생을 포기했고 우연찮게 그의 인생에 뛰어든 것이 서커스 기차였던 것이고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허드렛일을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알아본 주인의 능력으로 그는 서커스단의 동물들을 맡아서 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말을 다루는 여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국에서의 서커스 단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때 가보긴 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가지 않았을수도 또는 갔어도 별다른 것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에서 그려지고 있는 서커스단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동물원에 쇼에 식당에 남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스트립쇼까지 모두 해서 총체적 놀이동산이라 할수 있겠다. 그 규모도 어마어마 해서 잘나가는 서커스 단은 자신들의 기차가 있었으며 배우들과 동물들과 그 모두를 도와주고 밥을 해먹이는 식구들과 일꾼들까지 합해서 가히 한 부대가 이동을 하고 다녔다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지금처럼 놀것이 별로 없던 그 시절에는 서커스 한번 구경가는 것이 가족의 큰 즐거움이나 소풍과도 같은 개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볼거리로 내어 놓고 동물들을 가두는 것도 모자라 때려가며 훈련을 시키고 또 그것으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럼으로 즐거움을 얻고 그런것을 보면 동물들과의 교감을 얻기보다는 사람. 참 잔인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을 보면 내가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고 별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자신이 아끼던 코끼리를 다른 서커스단에 팔지 못하고 또한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도 그녀가 다루었던 말을 팔지 못하는 것을 보면 사람과의 관계 못지 않게 동물들과의 관계도 그들이 단지 말만 못한다 뿐이지 서로 느끼고 사랑할수 있는 사이가 될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주인공은 다른 서커스단에서 일을 하다 결국은 자신이 있었던 세계로 돌아간다. 동물원의 수의사로 돌아간 그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아왔다.

책에서는 주인공의 지금 나이든 시점에서의 일과 젊었을때 서커스에서 일어났던 일을 교차로 해서 그려내고 있다. 아마 영화에서는 좀더 자연스러운 장면넘김이 있을거라 기대되고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질거라 생각하니 훨씬 더 기대가 된다. 책을 보고 또 영화를 기대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각 장마다 실제로 있었던 그때당시의 사진들을 실어 두어서 더 그 시절을 생각하며 느낄수가 있었던 듯 하다



워터포엘리펀트

우리는왜아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