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인 상상은 사람의 영이 있어서 몸이 바뀌는 비밀같은 영화나 책을 보면 생각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것을 알수 있다. 그런 다른 생각을 느끼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영화나 책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구태여 그들이 쓴 책을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니까. 이 책의 제목인 츠나구는 이세상의 사람과 저세상의 사람을 이어주는 사자역활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저승사자처럼 되려나. 그러나 그건 맞지 않는 표현인것이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역활로 끝이지만 츠나구는 이세상과 연결을 하기 때문에 다른 것이다. 즉 츠나구는 츠나구 인 것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단 한번의 기회. 죽은 사람을 만날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있다면 누굴 선택할까. 생각나는 사람은 단 한사람 내 동생. 그러나 죽은 사람에게도 만날수 있는 기회는 한번뿐이다. 그렇다면 내동생은 과연 나를 보고 싶어할까. 답은 아니다. 동생은 엄마를 더 보고싶어할 거 같았다. 그렇다면 엄마를 볼수 있는 기회를 내가 뺏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엄마는 내 동생을 보고 엄마가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다면 그 후에 나는 엄마를 볼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죽은 후라면 나에게도 한번의 기회는 있을텐데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을 선택할 기회가 없으니 누군가 날 선택해줘야 할텐데 누군가 한명이라도 내가 보고 싶어서 자신에게 한번 뿐인 기회를 나를 보기 위해서 쓸 사람이 있을까. 그 답도 아니다.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나를 보고 싶어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번 뿐이라는 제한이 있는 기회가 아마 한계겠지. 그리 생각하니 무엇하며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내 인생인걸.

이 글에서는 ~의 본분이라는 같은 말을 반복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기많은 탤런트의 죽음과 그를 보고 싶어하는 팬, 중학교 소녀의 죽음과 그를 보고 싶어하는 단짝친구, 어머니의 죽음과 그를 보고 싶어하는 아들,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과 그를 보고 싶어하는 남자 그리고 이 일을 맡게 되는 츠나구 즉 사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다. 죽는 자를 보고 싶어하는 이유.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이 나오는 이야기가 결국 책을 읽던 나를 울려버렸다. 친구와 여행을 가겠다면서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지 7년. 그 긴 시간동안 그 남자는 여자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2년이나 같이 살았지만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체 여행을 가겠다는 친구와 연락을 해봤지만 친구는 그런 말을 없었다고 하고 거리에서 만난 그녀를 계속 믿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녀의 자리를 이제는 지워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운 그. 치나구의 도움으로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를 만난다는 것은 그녀의 죽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는 만남을 거부한다. 그렇게도 사랑했을까. 그 세월동안 그녀를 잊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저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 것 뿐인것일까. 차라리 내게도 돌아 올수 없는 곳으로 떠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를 그리워하는 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바짝 말려진 건어물들처럼 졸아든 내 감정이 내 가슴이 가끔은 무섭다. 나에게도 감정이라는게 사랑이라는게 있을까. 

예전에 황석영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때 황순원이라는 유명한 한국작가와 헷갈렸다. 그만큼 나에게는 별 인지도가 없는 작가였는데 어느틈엔가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언젠가 그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재방송으로 잠시 봤던 적이 있다. 많은 한국사들을 직접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일까 그의 글에는 왠지 모를 사실감이 숨어 있다. 번역한 책이 아닌 한국 작가가 쓴 글을 볼때 가장 처음 느껴지는 것은 어디서 이런 표현들을 쓸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평상시에는 잘 쓰지 못하는 또는 잘 쓰지만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표현들이 나올때 아, 이래서 이 사람은 작가고 나는 독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그런 느낌은 박완서의 에세이를 볼때 가장 심하게 느끼는데 일상의 평범한 일들을 그저 적어 놓은 글들에 불과한데도 그것은 그냥 글이 아니라 책이다. 그러나 같은 생활을 하는 내가 쓴다면 그것은 그냥 글 또는 일기가 될뿐이겠다.

이 책에서 보면 주인공인 딱부리와 땜통이 빼빼네집을 찾아가 개들에게 밥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많은 개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다 다른 모습으로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서 역시 라는 감탄사를 내뱉었고 또 그들이 처음 백화점에 가서 이것저것 보는 장면에서 동생에게 마리오 게임기를 사주는데 나중에 꿈을 꾸게 되면서 자신이 그 게임속에 있는 듯한 장면을 묘사한다. 그 장면은 아마도 마리오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실제로 내가 게임속에 있는 것처럼 느낄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굉장히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아마도 이런 재미가 이런 묘미가 번역책이 아닌 자신의 나라 말로 쓰여진 책을 읽는 이유이리라.

이 책의 배경은 정확히 말하고 있지 않다. 그저 하루에도 몇번씩 쓰레기차가 와서 쓰레기를 쏟아놓는 섬, 그들은 꽃섬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쓰레기섬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지금은 없어졌지만 난지도를 생각하며 읽었다. 나는 그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고 그곳에서 살아보지도 않았지만 예전에 난지도 하면 쓰레기가 모이는 곳으로 유명했었고 그것을 다 묻어서 요즘은 공원이 되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기억속에는 쓰레기장으로 남아있었나보다. 꽃섬에서 쓰레기를 뒤져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먹을거리들을 찾아내어 먹고 그속에서 입을만한 옷들을 찾아내어 입는 그들을 거지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발 넘어 그곳에서 살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천히 여기고 알게 모르게 경계를 지어 놓는다. 사실상 그들이 없었다면 그 많은 쓰레기들은 분리도 되지 않은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힘듬을 남겨주었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그곳의 사람들도 다른 곳의 사람들과 별다르게 살아가지 않는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싸우고 화해하고. 우리는 은연중에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다 읽으면서 예전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예전에 우리나라가 못 살던 시절에는 다 이러고 살지 않았을까. 아니 지금도 이 세상 어디엔가는 딱부리와 땜통 같은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일까 싶다.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고 해서 손에 잡자마자 한시간 내로 다 읽어버렸다. 표지에 그려진 머리가 긴 여자의 모습은 아마도 본문에 나오는 주인공인 승아 일것 이다. 그러나 나는 그 그림을 보고 밑에 띠지에 나와 있는 작가 사진을 보고 사진과 그림을 비교해보면서 왠지 그 그림은 작가의 얼굴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긴 머리를 가진 여자 둘. 거기다 주인공인 승아는 나주엥 자신이 가야할 길이 몰라 방황하다 소설이라는 것을 쓰고 작가의 길을 가게 되니 또한 작가와 비슷하기도 하다. 자전적인 소설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작가는 주인공을 통하여 자신이 그렇게 살고 싶었다는 내용을 쓰고 싶었던게 아닐까. 물론 완전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주인공인 승아는 굉장히 특이한 여자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평범한 편은 아니고 이쁜 편이긴 해도 자신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르게 말은 함부로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편이며 남들이 부러워 하는 회사도 들어갔다가 그만 두고 나오고 그 후로도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그러는 현재는 백수 신세로 작은 오빠 집에서 살고 있다. 아마도  그녀가 이런 삶을 살게 된 배경은 그녀가 막내라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뿐 아니라 실제 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도 막내들은(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막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막내들은 위의 형들에게 양보해야 했고 학교도 형이 가야하기 때문에 못 가고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의 세대는 그렇게 못 사는 세대가 아니므로 막내들은 더 귀염을 받고 자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나는 가끔은 나도 막내였으면 하고 어렸을때부터 바라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첫째인 내가 막내의 위치로 내려가지도 않지만 막내는 없고 바로 밑의 동생은 결혼해서 아이가 둘인 상태의 지금의 나는 막내와 별다른 차이 없이 막내짓을 하고 있다.

 

특이하고 괴팍한 성격의 승아에게도 단 한명의 둘도 없는 친구 효림이가 있다. 그들은 중학교때 부터 친해져 지금까지 같이 지내고 있는 친구인데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심 부러웠다. 나는 승아처럼 그렇게 많이 괴팍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많이 있지 않은 편이다. 제일 친한 친구가 대학때 친구인데 가끔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그립기도 하다. 그들만큼 내 어린 시절을 잘 알수 있는 친구들은 없을텐데 그때의 친구가 단 한명도 없는 나는 가끔 아주 가끔은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아직도 있는 내 친구가 부럽기도 하다. 승아는 별달리 하고 싶은 것은 없는 아이다. 그의 상태는 요즘의 나의 상태와도 아주 비슷하다. 나도 별다리 하고 싶은게 그닥 많지 않다. 또한 잘하는 것도 그닥 많지 않다. 그러던 승아는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그와 함께 떠난다. 그는 여기서 두사람으로 압축되는데 결코 누군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읽는 사람 마음대로 추측하라는 것일까.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야 할텐데 마음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