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백세 시대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소리다. 예전과는 다르게 과학 그리고 의학이 발달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물론 코로나라는 복병이 있어서 인간의 수명을 갉아먹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 건강이라는 것은 육체적인 것도 의미하지만 정신적인 것을 더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육체가 튼튼한들 정신을 놓아버린다면 그것은 세상 감당하기 일이 될 테니 말이다. 본인 뿐 아니라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까지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치매가 오지 않게 하려면 가급적 두뇌를 많이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주입식으로 단순하게 정보만 집어 넣을 경우 그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거나 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나 그렇게 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끼리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나누고 살아가는 정보를 주고 받을 때만 해도 좋았는데 전염성이 강한 질병으로 인해서 모이지도 못하고 고립되어 버린 어르신들이다. 그런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스무 권이 넘는 스티커북을 가지고 있을만큼 스티커북에 광팬이다. 한때는 컬러링도 열심히 해봤지만 창의력이 뛰어나지 않은 나에게는 무슨 색을 써서 이 그림을 메워야 하는지부터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그거다 같은 본을 가지고도 아름답게 눈이 돌아갈 정도로 이쁘게 칠해놓은 그림을 보면 기가 죽기 마련. 스티커북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같은 스티커로 같은 작품이 나온다. 평등하다？d 점에서 아주 마음에 든다. 하지만 단점이 있었으니 어린이나 나이든 어르신이 하기는 불편하다는 것이다. 워낙 스티커 조각이 작기 때문이다. 

 

그런 단점을 타파하듯이 어린이용 스티커북은 벌써 오래전에 나와있고 이번에는 확실히 부모님을 위한 타겟을 공략했다. 그것도 어르신들이 가장 눈에 익어하는 화투로 말이다. 본문의 배경지는 모두 화투의 한 조각들을 그려 놓았다. 스티커 조각도 커서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하기에 아주 좋다. 실제로 엄마에게 드렸더니 처음에는 스티커 떼는 것을 잘 못 하다가 넓은 면을 떼라고 했더니 금방 적응하셨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스티커의 뒷면에는 같은 그림으로 컬러링을 할 수 있도록 해두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두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양하게 손을 사용함으로 두뇌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무슨 색을 칠할지가 어려우면 앞에 완성된 스티커 그림을 보면 된다. 그림을 조금 더 단순화 시켜서 색칠하기도 쉽게 만들었다.

 

배경지 뒤에 바로 스티커 종이를 붙여서 편집을 해두었다면 찾는 일이 없었을텐데 본문의 편집이 어르신들이 하기에는 약간 불편한 점이 없지 않은가 했다. 거기다 절취선이 있기는 하지만 스티커만 따로 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다. 경로당 총무이신 엄마는 코로나가 해제되면 어르신들끼리 모여 이 책을 단체로 구매해서 같이 붙여볼 생각을 하고 계신다.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도 물어보셨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이런 시리즈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다른 스티커북들처럼 테마별로 나와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질병과 치료법 #부모님을 위한 두뇌 체조 치매 예방편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136p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다른 누구는 누구를 좋아하고 한 여자를 두 명의 남자가 좋아하고 그 남자는 삼촌과 조카 사이이고. 이렇게 얼키고설킨 사랑의 관계를 보면서 나는 에쿠니 가오리가 생각났ek. 나에게 불륜의 미학을 가르쳐 준 작품들. 그녀의 작품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불륜의 요소들이 들어 있다. 설사 불륜이 아니라 해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그런 관계들이 스며 들어 있다. 가령 동성의 사랑이라던가 중독자의 사랑이라던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나이 차가 많이나는 그런 사랑이라던가 하는 그런 이해받기 어려운 사랑들 말이다. 나는 그런 매력에 그녀의 작품을 좋아했었다. 어디서고 현실에서는 주위에서 접하기 힘든 관계들. 그런 관계들을 보는 재미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에쿠니화 되어 버렸다. 그것을 프랑스적으로 풀어내면 이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그에게는 그녀가 필요했다. 그게 전부였다. 무엇으로 그 마음을 억누를 수 있을까? 24p

 

파니와 알랭. 조제와 자크. 베르나르와 니콜. 베르나르는 조제를 좋아한다. 알랭은 배우인 베아트리스를 좋아한다. 알랭의 조카인 에두아르도 베아트리스를 좋아한다. 극장 지배인인 앙드레 졸리오도 베아트리스를 좋아한다. 베아트리스의 누구의 연인이 될까. 조제는 임신한 니콜을 대신해서 베르나르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그녀는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돌아와 보니 자크는 자신을 떠났다.

 

당신 남편이 나를 사랑해요.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고요. 91p

 

특이한 점은 이 책의 등장인물 중에 조제라는 여자가 등장을 한다는 것이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그 조제가 맞다. 이 책의 조제는 부유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그런 캐릭터다. 일본 소설 속의 조제는 행동하는데 제약이 따르는 장애를 가진 그런 캐릭터였다. 너무나도 다른 상황의 조제들.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만큼이나 다른 성격과 다른 상황의 캐릭터다. 물론 일본의 조제는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작품 속의 조제를 좋아한다면서 그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했었다. 그녀는 조제의 어느 면에 그렇게 매료되었던 것일까. 조제 그리고 조제. 자크와 베르나르 두 명의 사랑을 받는 조제. 하지만 자크는 그녀를 떠나지 않았던가.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순히 그저 곁에 있으니 친하게 지냈을뿐. 자신에게 소용 가치가 없어졌으니 이제는 그녀를 떠났던 것일까. 젊은이들의 사랑은 그토록 무가치한 것이었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처럼 사강의 이 소설도 감성 덩어리다.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그들 사이의 관계가 넘실거린다. 누군가는 이해 못할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홉 명의 이 많은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인해서 힘들어 하고 자신들의 사랑으로 인해서 고달파하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186p

 

사랑이 무엇이길래 [마음의 파수꾼]에서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살인도 불사하는 주인공이 등장을 했었다. 그런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 상황 속에 놓인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단 한 가지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작가 사강에게 사랑은 무슨 의미였을까.

사강. 그 얼마나 위대한 이름이었던가. 대통령이 직접 말을 할만큼 뛰어난 작가가 바로 사강이었다. 감수성이 강한 작가 사강. 나는 그녀를 왜 그로 인식하고 있었을까. 그래 고백하자. 나 그녀의 작품을 단 한 편도 읽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 읽을 일이 없었고 그 이후에는 일본 문학에 빠졌고 이후에는 추리 스릴러 같은 장르문학에 빠졌으니 더군다나 프랑스 문학은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지 않던가. 정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말이다. 만약 내가 이 작품을 오래 전에 읽었다면 나는 아마도 사강의 팬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감수성이 강한 그런 작가라고 여겼다. 작품을 읽기도 전에 그런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을 읽기 전 한 권의 책을 더 먼저 읽었다. 그야말로 감수성 천지였다. 사랑 이야기가 주로 이루어진 그 작품. 그랬으니 이 작가가 어떠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또 그와는 전혀 결이 다르다. 분명 사랑 이야기이긴 한데 또 거기에 장르적인 요소까지 숨겨져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 사람들을 어디까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감싸줄 수 있을까.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절대 당신을 떠날 수 없을 거예요. 41p

 

루이스와 도로시는 전혀 모르던 사이였다.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폴과 도로시가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루이스와 알게 된다. 거기서 끝일수도 있었다. 병원에 입원했고 회복하면 그것으로 끝. 하지만 도로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루이스를 그녀의 집에 데리고 온 것이다. 폴은 당연히 반대를 하지만 루이스는 그녀의 곁에 머무른다. 그렇다고 그들 사이에 무슨 육체적 관계가 있다던가 하지는 않는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그녀와 그다. 

 

시나리오 작가인 도로시는 루이스를 배우로 만들게 된다. 유명해진 그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에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가 그녀를 향한 마음은 진실로 단순한 사랑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그녀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누구라도 봐줄 수 없는 그의 성격은 일종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도로시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겁이 난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오히려 태연하다. 그녀에게 잘하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해를 가하겠다는 것. 그것이 그에게는 기준인 셈이다. 

 

만약 그가 가진 감정이 질투라면 도로시에게 청혼을 한 폴을 그냥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만이 그녀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폴을 죽여야 자신이 그녀를 온전히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면에서는 또 관대한 그다. 그것은 기준이 도로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 폴은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살려둘 가치가 생긴 것이다. 나름대로의 철학이 세워져 있는 그런 가치관인 셈이다. 

 

난 시모어 부인 댁에 살아요. 63p

 

한 여자와 두 남자. 호사가들은 아주 좋은 꼬투리를 잡았을 것이다. 입방정 떨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가 궁금할 것이다. 기자들은 특히 연예부 기자들은 레이다를 곤두세우고 있지 않을까. 저들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끈질기게 청혼을 하던 폴은 드디어 성공했다. 사실 도로시만 오케이 하면 되는 그런 관계였다. 도로시는 왜 그토록 폴의 청혼을 안 받아주고 질질 끌었을까. 그녀도 루이스를 나름 마음에 두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그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루이스는 오히려 도로시와 더 가까와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찌했건 이 셋의 기묘한 동거는 계속된다. 그 속에 숨겨진 사랑은 저들만이 이해할 뿐이다. 

 

아뇨.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해요. 115p

 

사랑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통과시켜 주는 마법의 단어는 아닐텐데. 저 문장을 읽는 순간 그야말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사랑이라는 말이 이토록 무서운 것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