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우와우와. 그냥 생각없이 읽다가 모조리 다 다시 찾아보게 된 이야기. 이런 경우에 그 모든 퍼즐이 딱 맞춰졌을때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분명 그냥 별개의 이야기였는데 마지막에 위치한 조금 긴 듯한 편집후기를 읽으면서 내가 읽은 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내가 맞추고 있었던 퍼즐의 모양이 아니라 그 모든 조각들을 들어내어 다시 맞춰서 새로운 그림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 편집후기에 나온 것처럼 이 편집장 와카타케 나나미처럼 생각하면서 읽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독자가 있다면 진심으로 존경하고 싶어진다.
총 열 두편의 미스터리가 실려있다.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편집장인 와카타케 나나미가 만드는 회사 사내보에 실린 이야기다. 일반적이지 않고 오락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실어야 하는 소설. 그것을 위해서 나나미는 선배에게 의뢰를 하고 선배는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데 조건이 있다. 익명으로 이야기를 실을 것. 고료는 나중에 한꺼번에 전달할 것. 나나미는 당연히 이 모든 것에 합의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제일 앞에 사내보의 차례가 실려있다. 사실 여기 차례를 보면서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이 회사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취미를 소개하는 하비 포럼에 실린 이야기도 궁금하고 일년동안 꾸준히 연재되는 신도시 계획의 즐거움이라는 건축 관련 이야기도 궁금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런 흥미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편집이다.
사내보에 실리는 이야기라서 각 이야기는 그렇게 길지 않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은 미스터리거나 추리거나 때로는 호러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굉장히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 누구인지 몰라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작가라 생각되어질 정도다. 총 열두 편의 이야기 중에서 살짝 위화감을 느낀 이야기가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이 바로 호러 느낌을 주었던 그 작품이다. <길상과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9월호에 실렸던 이야기다.
고야 산으로 여행을 가는 나는 절에서 숙박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다른 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그냥 전개되던 것처럼 보이던 이야기는 나중에 스님의 말을 통해서 반전을 이끌어 낸다.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등장인물인 나와 또 다른 인물인 그 여자와의 관계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 모든 위화감의 정체는 편집장이 직접 쓴 편집후기에 드러나있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내가 느꼈던 위화감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아직 감이 죽지는 않았다 하면서 괜히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일본의 문화나 언어에 얽힌 트릭들이 많아서 그 맛이 반감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사실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그런 점이 없잖아 있어서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꿰뚫는 맛을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령 토끼가 일본어로 우사라던가 하는 것 말이다. 그래도 올해는 용의 해라던가 뱀의 해라던가 이런 식으로 각 해마다 상징하는 동물이 있다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동일해서 그런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도 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나쁜 토끼]를 읽으면서 이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는데 이런 일상적인 미스터리를 이런 식으로 꼬아놓는 솜씨에 다시 한번 탄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