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일종의 도메스틱 스릴러는 자칫 방심하면 느슨해지고 지루해질 수도 있다. 리사 엉거라는 작가는 그런 부분을 과감히 탈피해서 빠른 전개를 구현한다. 두 여자가 기차에서 만나고 단지 이름만을 교환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 상사와의 바람을 피우는 여자와 남편이 보모와 바람이 난 여자다. 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장르소설을 많이 봐온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에서 교환 살인을 생각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전혀 상관없는 두 사람이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저마다 서로의 알리바이만 완벽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그들 사이에 접점이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아니 인물들은 간단히 처리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여자는 상사를, 한 여자는 남편을 없애면 모든 문제는 간단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셀레나는 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골머리를 ？？는다. 일자리를 찾지도 않고 빈둥대는 남편. 그렇다고 살림을 잘하고 아이들을 잘 돌보면 자신이 일을 해서 먹고 살기라도 하련만 그렇지도 못하니 더욱 답답하다. 거기다 보모와 바람이 난 장면까지 자신이 숨겨진 카메라로 아주 똑똑히 보고야 말았다. 이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의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길 꺼려한다. 그것이 자신의 치부와 연관되어 있다면, 자신의 가족과 연관되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제삼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르다.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말하기가 더 쉽다. 두번 다시 그 사람과 만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일탈이 많이 알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 그녀들도 그러하다. 우연히 같은 열차에 타서 우연히 같이 앉게 되고 우연히 갇혀 버린 그들의 이야기는 그저 듣고 잊어줘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런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반갑다기보다는 두렵다. 내가 언제 연락처를 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실 우리의 사회는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만들고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관한 것들이 조금의 노력으로 다 찾아볼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도 그런 점은 간과되지 않는다. 당신의 일상은 어디까지 노출되어 있는가.
[비하인드 도어] 같은 식의 도메스틱 스릴러를 한동안 꽤 읽어왔다.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이야기일거라 미루어 짐작했다. 이토록 흥미로운 후반부가 숨어 있음을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하나씩 딱 딱 들어맞아지는 순간 숨어 있던 조각이 드러나서 자기 자리를 ？R찾아가는 순간의 희열은 진정으로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값비싼 대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