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을 보면 얼핏 동화 같으나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어른을 위한 책입니다.
바보 이반, 그의 두 형인 무관 세묜과 배불뚝이 따라스, 그리고 말라니야와 큰 도깨비, 작은 세 도깨비의 이야기
옛날옛날 그 옛날, 어느 나라의 어느 마을에 부유한 농부가 있었다.
이 농부에게는 세 아들, 즉 무관인 세묜, 배불뚝이 따라스, 바보 이반과 귀머거리자 벙어리인 딸 말라니아가 있었다.
그런데, 이반의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이반이 머리가 좀 부족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때는 전쟁의 시기였다.
남자는 만20세가 되면 모두 군대에 징집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농부의 큰아들은 인물도 잘났고, 키도 커서 당연히 갑종 합격을 받아 군대에 끌려갔다.
둘째 아들 따라스는 어려서부터 비만이었는데, 100㎏이 넘으면 군대 가는 것이 실격된다는 것을 알고, 밤마다 라면 2개에 공기밥 하나씩 엎어먹고, 간식으로 빅버거 2개, 별식으로 서양빈대떡 피자 한판씩 열심히 먹은 덕택에 몸매는 망가졌지만 신체검사에서 105㎏가 넘어 군대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반은 어려서부터 두 형들 사이에서 어떻게 사는 것에 대한 처세술에 능통했다.
학력이 모자라면 군대를 못간다는 사실을 안 이반은 충분히 대학을 가고도 남을 아이큐가 되지만 어느 날부터 공부시간에는 자고, 땡땡이 치고 영화 보러 가고, 숙제는 물론 한번도 안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중학교 때, 자퇴를 해서 학력부족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
치사하게 먹물 먹고 X레이를 찍는다거나, 억지로 돗수에 안 맞는 안경을 쓰거나, 억지로 살을 빼거나 찌거나, 나중에 곧 드러날 가짜 병원진단서를 떼는 것보다 얼마나 합법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가!
더구나 이 시대는 학력은 별 의미가 없는 세대다.
대학에 들어가 머리에 먹물 좀 들었다하면 부패된 세상을 고쳐보려고 몇 번 소리도 못 지르고 안기부로 갔다가 삼청교육대 가서 신세 망친 친구들도 많다.
큰아들 세묜은 젊은 날에 군에 가서 외국 용병으로 갔다.
"맹호부대용사들아..."하고 아가씨들이 노래 불러주며 배 탈 때까지는 몰랐는데, 머나 먼 이국 땅에서 결국 가난한 나라의 외화벌이를 위해 용병으로 가서 몹쓸 짓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제 돌아와 보니 남은 것은 고엽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평생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처음에 약혼녀가 외제화장품을 받으며 좋아하고 위문편지도 열심히 쓰는 것 같더니 돌아와 보니 벌써 고무신 거꾸로 신고 건너 마을 대머리 총각의 애를 안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생이 구박은 하지만 먹여주는 것이 고맙다.
둘째 따라스는 일찍이 벤처 사업에 목숨을 걸었다.
이 가난한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사업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한때에는 정부에서 세제혜택도 있고, 창의력 있는 사업으로 각광받으며 잘 나가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IMF로 그렇게 무너질 줄 몰랐다.
그나마 동생 이반 덕분에 타박은 받지만 이 엄동설한에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조금 지나다 보니 계속 빌붙어 사는 것도 한계가 있어, 세묜과 따라스가 장가들면서 상당한 재산을 분배했다.
이들이 재산을 분배하는데, 전혀 싸움 없이 분배된 것이 뇌꼴스러웠던 도깨비들이 이들을 싸움 붙이기로 작정했다.
세묜에게 간 도깨비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해서 세묜이 완전히 망하고 재산도 없이 빈털터리가 되고 도망자가 되어 아버지 집, 이반에게 빌붙어 살려고 왔다.
둘째 따라스에게 간 도깨비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해서 따라스도 완전히 망해서 빚까지 짊어지고 이반에게 와서 숨어살았다.
이반에게 간 도깨비는 이반의 술수에 넘어가 이반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숨을 구해주는 풀을 빼앗기고, 이반은 도깨비들에게 나뭇잎으로 돈 만드는 법, 지푸라기로 군대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반은 땅을 팔아 형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어야할 때, 아예 자기 땅까지 같이 팔았다.
마침 군대가 주둔해서 값이 덜 나갔던 땅이 부대가 이전하면서 땅값이 올라 세 몫으로 나누어도 작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자기 몫의 돈으로 야산의 임야를 싸게 전보다 넓은 평수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다 과일 나무를 심어 임야를 과수원 부지로 용도 변경을 하니 지가가 10배쯤 뛰었다. 거기다가, 그곳이 시내에서 가깝고, 산을 끼고 있는 요지라 요사이 아파트부지로 선정되면서 이반은 떼부자가 되었다.
이반의 아버지는 아들 세 몫으로 재산이 나누어지면 전에는 부자소리 들으며 살았는데, 이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반이 약삭빠르게 땅을 잘 굴린 까닭에 오히려 전보다 재산은 더 많아졌다.
아버지 농부는 이반이 미더울 뿐이다. 그깐 놈의 잘난척하는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허우대만 멀쩡했지, 속 빈 강정인데, 이반은 야무지게 땅을 잘 굴려서 갑부소리 들으며 살게 되니 믿음직할 뿐이다.
벙어리 누이 말라니야는 원래 귀머거리는 아니었는데, 성격이 심술 맞고 심퉁스러워 어른이 불러도 못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다가 보니까, 어느 날부터 정말 귀머거리고, 대답하기 싫으면 어버버거렸더니 아예 반벙어리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안 하지만 이반 오빠와는 마음이 잘 맞아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서로 알아듣는다.
심퉁맞은 말라니야도 이반과 사는 동안 어떻게 사는 것이 장애인으로 이 땅에 모든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을 배워서 전혀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이반은 짚으로 만든 군대를 세묜에게 주고, 나뭇잎으로 만든 금화를 따라스에게 주어, 세묜도 한나라의 왕이 되고, 따라스도 재벌왕국을 형성했다.
자신은 사람을 살리는 풀로 공주를 살려서 왕의 부마가 되었다.
얼마 안되어 공주의 아버지 왕은 죽고 그 나라의 왕이 되었다. 이제 이반의 형들도 이반의 말대로 하는 것이 옳은 것을 깨닫고, 서로 연대를 이루어 권력과 금력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절대로 망하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나라들을 망하게 하기 위해 도깨비 중 가장 큰 도깨비가 왔는데, 도무지 이반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없었고, 오히려 정체가 드러나 큰 도깨비가 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