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8. 재혁이 그림책 일기에서 발췌..)

내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 여겨 진다. 
우리 몸에 대해서도 쉽게, 그러면서도 참신하게 설명해 둔 책이다. 

콧구멍, 귓구멍 등 어떤 구멍 들일지 어느 정도 뻔한 얘기인데,
나름대로의 미덕도 있다. 
첫 장부터 우리 몸의 구멍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물 빠지는 개수대 구멍, 샤워기 구멍, 터널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구멍으로 
’구멍’에 대한 호기심을 환기 시킨 후 우리 몸의 구멍에 대해 적어둔 접근이 썩 훌륭하다. 
(같은 소재라도 이런 접근방식과 마무리 부분의 완성도에 따라 그림책의 가치가 판이하게 달라지곤 한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 산뜻하게 마음에 든 부분은
’아기 구멍’ 에 대한 설명이다.(물론 이 책은 여러 구멍들 모두에 대한 책이지, 유아성교육을 목적으로 씌여진 책은 아니다)
흔히들, 어른들끼리 음담패설을 할 때, 우리 몸의 구멍들 얘기를 하다보면 느끼한 미소와 함께 여성의 ’질’이란 구멍 도 포함시키지만, 
이 책에선, 그 ’구멍’(어른 눈으로 읽기에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그냥 빼먹었을까?
아니었다.
상투적인 성교육서 처럼, 여자의 몸의 ’구멍’ 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면 
무미건조한 성교육서처럼 
괜히 읽어주는 나만 긴장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에선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럼 아기는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 하고 귀여운 갓난아기 사진부터 등장한다.
그러고는 그 다음 페이지에 귀여운 아기가 엄마 배속에 들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기 방과 연결된 아기구멍에 대해 설명해준다.
아주 친절한 척, 
그 아기 구멍은 나중에 엄마가 되어 아기를 배 속에 키울 수 있는
여자 몸에만 있는 구멍이라는 귀띔을 살짝 적어서...
그 산뜻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에헴.. 에헴.. 하고 한번 헛기침을 하고, 읽어주는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듯, 궁금한 걸 가르쳐주듯, 콧구멍도 있고, 귓구멍도 있는데,
엄마 몸엔 ’아기 구멍’도 있다는 걸 가르쳐줄 수 있어서 썩 좋았다.

내가 마음에 들다보니, 재혁이 반응을 안 적었네.
역시, 예상했던대로, 재혁이도 이 책을 당연 재밌어 했다.
(재혁이와 재원이를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수술로 낳다보니,
재혁이는 엄마 배속에 있던 아기들은 ’의사선생님이 배를 째서’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아기 구멍’으로 나와야 하는데, 아기 터널이 너무 좁아서 못나와서 배로 나왔다고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었고, 이 책 덕분에 재혁이는 아주 쉽게 이해한 것 같았다.)

곰토의 평점 : 7점

(07.4.24. 독서일기에서 발췌..)
* 읽기 전엔..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뭐, "하루 15분 책읽어주는 게 좋으니 책을 읽어줘라"라는 
주제가 빤한 내용이리라 생각되었지만,
게다가 나는 이미 책읽기의 중요성과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 저자 못지않은 확고한 신념을 이미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요새 열심히 재혁이 책읽어주는 일에 몰두해있는 나에게
(사실은 내가 몰두해 있는 게 아니라, 책읽는 재미를 알게된 재혁이가 계속 읽어달라고 가져오는 통에 안 읽어줄수가 없다) 
’역시나 내가 잘 하고 있다’고,
내 행위에 대한 격려의 말에 힘을 얻고 싶어 구입한 책이다.

* 읽고 나니..
읽기 전의 큰 기대 없던 동기에 비하면,
재혁이 책을 열심히 읽어주는 나자신에 대한 위로와 격려 이상의 
생각하고 참고할 꺼리를 제시해주었다.

우선 이 책은, 
단지 책읽기가 좋다는 그 근거를 다양하고 참신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예시 자체가 의미심장하고, 직접적이고, 다양하였다.
핵심적인 내용들은 내가 평소 ’책읽기’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었지만, 
몇가지 새로운 관점도 제공해주었다.

첫째, 단지 활자를 눈으로 보는 것의 중요성뿐아니라, 
책을 읽어주는 것을 청각적으로 듣는 과정역시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눈으로 활자를 읽는 것 이상의 
부수적인 효과들이 있다는 것이다.
즉, 책에 정을 붙이고, 
책읽어주는 어른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외에, 
애들이 글자를 알게 되기 까지의 ’임시방편’으로서의 ’책 읽어주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이들이 정보와 이야기를,
’들어서 이해하는 능력’이 ’읽어서 이해하는 능력’를 항상 앞서 나간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즉, 아이들이 자기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독서의 수준을 맞추게 되면,
’들어서 이해하는 이해력’, 정보소화력과는 격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읽을 수 있는 수준보다 고난이도의 이야기도, 들을 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나는 아이들이 ’읽기 독립’을 하기 전까지 책을 열심히 읽어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무렵까지 읽어주도록 권장하고 있다. 
근거는 아까 적은 대로, 아이들의 듣기 이해능력에 맞추어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셋째, 책읽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다가 보면, 
아이가 혼자 활자를 읽을 때, 
처음보는 활자라도 예전에 들어본 말이라야 더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활자읽기도 독서를 통해 방대하게 읽다가 보면 
’문법’이니 맞춤법’이니 ’바른 표현’이니 하는 것들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몸에 배게 된다고 하였다. 

어쨌든, 책읽기 신봉자인 내가 말로 이루 다 표현못했던 ’책읽기의 효과’를 
저자가 잘 표현한 구절들이 많아 아주아주 통쾌했다.
줄을 그어가며 다시 보고 싶은 책이다.


* 곰토의 평점: 7점

(2008.12.30 재혁이 그림책 일기에서 발췌..)

아기 원숭이가 주인공이다. 대사도 별로 없다.
책의 내용도 반복적이다.

키를 비교하며, 무언가 다른 동물을 만나 "난 작아" 하는 아기 원숭이는 
곧 그 동물 머리 위에 올라가 " 난 크다" 하고 잠시 좋아하지만, 
그 다음 동물을 만나 비교해보면 키가 작다고 " 난 작아"하지만, 그 동물 머리위로 올라가 "난 크다" 하는 식이다.

마지막엔 기린 머리위에서 "난 크다"라고 말하다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걸, 
마침 엄마 원숭이가 나타나 재빨리 떨어지는 아기 원숭이를 받아낸다.
그러고는 엄마 원숭이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가면서
여태 만났던 도마뱀, 아기 사자, 아기 코끼리, 아기 기린과 헤어지며
"난 작아" 하며 인사하며 헤어지는 걸로 이야기는 끝난다.

대사도 '난 크다', '난 작아' 밖에 없고, 반복적인 내용이다 보니, 
단조롭고 지루해지기까지 하는 내용인데, 
의외로, 이 책을 재혁이에게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재혁이 보다, 어른인 나에게 점점 더 따뜻한 여운으로 남는 책이다.

아기 원숭이가 '키 비교를 '하는 걸, 주변 동물들이, 같이 경쟁하거나 '넌 작다'고 외면하지 않고, 
자기 어깨에 태워주고, 자기 머리에 앉혀주고 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다. 
욕심많은 아기 원숭이가 지가 더 커지고 싶어서 다른 동물 머리에 억지로 올라타버리는 게 아니라, 
그 동물들이 아기 원숭이를 태워주는 모습이 훈훈하다는 얘기다.

그렇게 '커지고' 싶었던 아기 원숭이는 기린에서 떨어지며 엄마 원숭이 품에 탁 안기게 되는데, 
그 후 아기 원숭이의 반전이 더 가슴 찡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인사를 하며 엄마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가는 아기 원숭이는
 "난 작아"라는 말을 하면서 떠나지만, 그 속말은
"난 작아.. 하지만, 이젠, 크지 않아도 돼. 나에겐 울 엄마가 있으니까, 내가 작다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말이다.

거짓된 자기 위로가 아닌, 
크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체념해버린 말이 아닌, 
'크다. 작다' 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하고 자랑스러운 그 무언가..에 아기 원숭이는 충분히 뿌듯해져서
"난 작아" 라는 말을 남기고도 훨씬 더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랑받고 있는 자의 당당한 자신감이랄까..

그래서, 마지막 원숭이의 그 "난 작아"라는 말의 울림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부모 없이 크는 아이들이 이 책의 이런 속말을 읽으면 
마음 아파질지도 모를 책..

곰토의 평점 : 8점